누구는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한다고 자랑하고, 누군가는 주 100시간은 기본이라고 한다. 웃긴 건 둘 다 돈을 잘 번다. 이 극단적인 두 명의 유명 CEO 사이에서 나는 아주 혼란스러웠다.

한 명은 미국의 팀 페리스이고, 한 명은 TheB와 체인지그라운드 등의 회사를 이끄는 신영준 박사이다. 또 다른 한 명의 스타트업 대표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점심시간 전까지 자기 계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회사에 있는다고 한다. 그럼 직원들이 미리 예약된 시간이 들어와서 업무 보고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분은 <면접왕 이형>과 <퇴사한 이형> 채널을 운영하는 분이다.

 

 

3명 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창업자인데, 스타일이 다르다. 팀 페리스는 시스템 구축형 리더, 신영준 박사는 플레이어형 리더(물론 관리자 역할도 많이 하시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이형은 관리자형 리더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나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어떤 리더일까? 나는 플레이어형 리더이다. 실제로 주 100시간을 일해야 된다는 강박도 있었다.

 

내가 플레이어형 리더가 된 2가지 이유


내 머릿속에 스타트업 대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일을 즐기는 모습. 항상 터져 나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고민에 빠져있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이렇게 살아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해서 성과라도 잘 나오면 괜찮지만, 일한 시간에 비해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내 커리어를 위해서다. 

올해 29살, 회사에 들어갔으면 한창 열심히 일하고 있을 주니어 레벨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실무를 직접 하면서 내 커리어를 쌓아야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박혀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회사가 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실무를 아무것도 모르면 누가 받아주겠는가? 이런 불안감이 내 마음속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자기 계발했다. 즉, 나를 키운 것이다. 회사를 키우지 않고.

 

 

그래서 이젠 회사를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바쁘다 보니 직원들을 챙길 여력이 없다. 그래서 플레이어형인 동시에 방임형 리더였다. 솔직히 직원들이 알아서 업무를 익히길 바랬다. 미팅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알아서 잘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고, 가끔은 내가 모르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봐도 조언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소통이 줄어들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하는 일에 내가 무관심해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건 다 내가 피드백을 자주 해주지 못해서 일어난 문제다.

올해부터 나는 플레이어형 리더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당장 직원이 나보다 일을 못해도 기다려줄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심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1월 1일부터 내가 해온 일은 다음과 같다.

  1. 우선순위 정립: 전체 목표 중 핵심 20%만 남겨두고 나머지 80%는 제거하기
  2. 고정적으로 회의하는 날을 정하기
  3. 회사 목표가 무엇이고, 일의 의미를 지겹도록 반복해서 말하기
  4. 업무 루틴 만들기

 

 

1. 우선순위 정립

너무 많은 목표를 잡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너무 많은 일을 했다.악순환의 첫 시작점부터 잘라낼 필요가 있었다. 전체 중 80% 목표는 지워버리고 핵심 목표만 남겨뒀다. 핵심 목표는, 이것을 달성할 시, 자잘한 문제들과 작은 목표들이 필요 없어지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 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보겠다. 그리고 우리 회사 전체 인력의 80%를 핵심 목표에 배분했다.
 

2. 회의 하는 날 고정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고정적으로 회의하는 날을 정했다. 직원이 나에게 부담 없이 업무보고를 하고 피드백을 주는 시간을 확보했다. ‘부담 없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3. 회사 목표 무한 반복

또, 미팅 시간과 1:1 면담을 통해 회사의 방향성, 목표를 계속 상기시켰다. 1~2번만 말해주면 넵넵 대답만 잘하고 이해는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의사소통이란 게 본질적으로 어려운 것이라 직원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자주 세뇌시키는 수밖에…

 

 

4. 업무루틴 만들기

마지막으로, 나의 업무 루틴을 만들어서 공유했다. 업무 루틴은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예전에는 그냥 일이 손에 잡히는 대로 최대한 오래 하는 게 목표였다. 이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한다. 덕분에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내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내가 언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소통하기도 편했다.

 

전반적으로, 이 못난 플레이어형 리더 때문에 의사소통에 특히 문제가 많았다. 소통의 측면에서 보면 내가 지독한 병목현상이었던 것이다. 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회사의 성장을 늦춘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21년 나의 목표는 주니어스러운 마인드를 버리고 뼛속까지 대표자처럼 행동할 것이다.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직원님들!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