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들어선 쿠팡 상장, 샅샅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쿠팡이 상장한다.” 짧게는 올해 초, 길게는 수년 전부터 솔솔 나오던 이야기였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계획적 적자 기업인 쿠팡이기에, 상장에 대한 의견도 갈렸었는데요. 지속적인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선 결국 상장을 할 수밖에 없고, 이미 아마존 등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쿠팡도 해낼 것이라고 본 측이 있었고요. 반대편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의 상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쿠팡이 수년 안에 망한다고 여기던 사람들도 은근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결국 해답을 찾아냅니다. 쿠팡이 찾은 활로는 국내가 아닌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어느덧 나스닥 예비 심사도 무사히 마치고,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중이라고 하고요. 쿠팡 내부 임직원들의 스톡 옵션 행사가 최근 잦아지면서 쿠팡의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룸버그가 예측한 쿠팡의 몸값은 무려 약 33조 원. 물론 쿠팡이 기대한 400억 달러보다는 약 100억 달러 정도 모자라지만, 적은 금액은 결코 아니죠. 더욱이 쿠팡의 4월 실적 발표에 따라, 충분히 그 이상의 금액도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쿠팡은 아마 올해 내로, 빠르면 상반기 내에 상장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쿠팡 상장의 실현 가능성 유무보다는 그 배경과 이후의 움직임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강제 상장으로 내몰린 쿠팡, 하지만 결코 나쁜 상황은 아니다?

 

 쿠팡이 상장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 그러면 망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 총액은 약 3조 4천억 원 정도. 하지만 재작년까지의 누적 적자액이 이미 3조 7천억 원. 작년은 물론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돈줄이 곧 마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빠른 정산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를 예상한 쿠팡은 작년 초부터 나스닥을 바로 보며 상장 준비를 해왔고요.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확장이나 갑작스러운 쿠팡플레이 론칭도 다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반전은 있는 법. 반강제로 상장에 내몰린 쿠팡이지만, 상황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우선 1] 쿠팡의 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되어 있고, 2] 주식시장도 호황이라 외부 환경도 웃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도 쿠팡의 대규모 적자 행진은 이어지겠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활로를 열어준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었습니다. 먼저 쿠팡은 작년 코로나로 인한 시장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2020년 결제금액은 약 22조 원으로 추정되는데요. 2019년 대비 무려 41%나 성장한 수치로, 시장 성장률이 18% 정도였다는 것을 고려해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쿠팡은 그동안 거래액을 원하는 수준까지 늘리기 위해 정말 갖은 애를 써왔는데요. 18년도에는 로켓와우 멤버십을 만들었고요. 19년에는 스스로 박차고 나왔던 네이버 쇼핑에 다시 입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그토록 원하던 규모의 경제 구현이 때아닌 이커머스 호황으로 시기가 갑자기 앞당겨진 셈입니다. 이 덕택에 일각에서는 쿠팡이 작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대규모 적자를 보이겠지만, 올해 큰 폭으로 개선하고 내년쯤이면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물동량 증가는 드디어 건당 배송비용을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 하락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물동량의 증가가 쿠팡에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쿠팡이 기록적인 적자 행진을 해온 것은 오로지 물류비용 때문! 택배 1건당 배송비가 4~5,000원 수준이었기에 도저히 이익 구조를 만들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물류 특성상 물동량이 늘수록 건당 비용은 떨어지게 되고요. 드디어 그 변곡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다 무서운 거래액 성장세 덕분이었습니다. 물류 운영에 여유가 생기자, 역으로 쿠팡은 택배 사업자 승인에 도전하며, 택배업으로 추가 수익까지 올릴 기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좋아진 것은 내부 실적뿐이 아닙니다. 자신 있게 IPO에 도전할 정도로 주식시장 상황도 아주 좋습니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또는 양적 완화 정책을 단행하였고,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IT/플랫폼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는 더욱 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국내만 해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고공 랠리를 펼치고 있고요. 미국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기술주들이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에어비엔비의 성공적인 상장은 쿠팡에 좋은 신호를 주었을 겁니다. 에어비앤비는 직접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고요. 특히나 적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쿠팡과 유사한 특성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의도한 지는 모르겠으나 시점도 매우 절묘합니다. 올해 하반기면 백신 접종으로 인해 드디어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쿠팡이 준비하고 있는 상반기 상장의 경우, 경제의 V자 곡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장 이후 쿠팡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그렇다면 상장이 기정사실화된 지금, 그 이후 쿠팡의 행보에 대해 슬슬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우선 아마존의 지난 행보를 보면 이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또한 여기에 국내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아마 다음과 같은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테크 기업으로의 영역 확장(스마트 물류, 클라우드 사업 진출)
  • 로켓와우 멤버십 강화
  •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등 M&A 도전
  • 오프라인 커머스 진출(또 다른 M&A 가능성)
  • 핀테크 사업 진출

 

 우선 테크 기업으로의 확장과 로켓와우 멤버십 강화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기도 합니다. 우선 초기부터 쿠팡은 개발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스스로를 테크 기업으로 정의해왔고요. 지난해 말에도 고려대로부터 기술 특허 98건을 사들이는 등 기술 투자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주 분야는 스마트 물류 쪽이라고 하고요. 가능성은 작지만 아마존바라기 답게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출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한국판 아마존프라임, 로켓와우는 쿠팡의 현재를 만든 1등 공신으로 지속해서 이를 강화해가고 있고요. 대표적인 것인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론칭한 쿠팡플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최근 쿠팡의 상표 출연에서도 멤버십 카드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된 내용이 다수 있었다고 하니, 작든 크든 이쪽 방향으로의 확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베이코리아나 요기요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쿠팡이 큰 손으로 활동하지 못했던 것은 늘 유동성 압박에 시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부 인수보다는 내부 신사업 론칭을 우선순위로 진행해왔습니다. 기술력은 가졌으나 서비스 자체는 종료한 상태였던, 싱가포르의 OTT 서비스 hooq을 인수한 것처럼 아예 필요 역량만 쏙 가져오는 합리적인 움직임을 보이곤 했었죠. 하지만 이제 실탄이 충분히 생긴다면 보다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이 이베이코리아나 요기요는 쿠팡의 직접적 경쟁자이기도 하고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가 최대 맞수 네이버인 만큼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오프라인 기업을 전격 인수할지도 모릅니다. 우선 쿠팡의 스승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기도 했었고요. 쿠팡도 언젠가는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자잘하게 쇼룸을 만드느니 과감하게 하나 인수할지 모릅니다. 쿠팡이니까요. 아마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면 홈플러스가 유력하지 않을까요?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는 데다가, 쿠팡이 신선 쪽 역량이 부족하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사업 확장도 쿠팡이 노릴만한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이미 쿠팡은 작년 자체 페이 서비스인 쿠페이를 분사시키면서 본격적인 핀테크 진출을 예고하기도 했었죠. 또한 금융 분야는 아마존이 현재 진행형으로 확장하고 있는 산업군이기도 하고요. 쿠팡의 미래 포트폴리오에는 분명히 들어가 있을 거란 말이죠. 따라서 오히려 미래 선점 차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밀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쿠팡이 상장에 도전하게 된 배경과 상장 후 예상되는 액션들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이러한 쿠팡의 상장을 바라보는 데는 2가지 관점이 있다고 하네요. 우선 적자 기업이 성공적으로 엑싯하는 첫 사례이자 미국 나스닥에서 수십조 원의 가치로 상장하는 최초의 국내 기업이므로 전체 스타트업들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리라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국내 창업 기업들이 더 큰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요한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