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도 중과 소가 나뉜다?!

 

 

* 글에서 표현하는 중소기업의 ‘중’과’소’는 법률상 기준이 아닌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비유적 표현임을 밝힙니다.

* 데스 벨리를 지나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스타트업을 ‘중’소기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내가 퇴사에 관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나는 최근 3년간 다니던 스타트업을 그만두고, 두 번째 직장으로 본의 아니게(?) 환승 이직하였다. ‘나 평생 이 회사에 몸담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던 애사심 MAX인 시절이 있었으나, 눈 감았다 뜨니 어느새 모든 게 정리되고 나는 두 번째 직장 사무실에서 온 보딩 프로그램 참여 중이었다.

나의 X-회사로 말할 것 같으면 20명 가까이 되는 설립 8년 차의 뉴미디어 스타트업이었고, 3년 차가 될 즈음 나와 회사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운이 좋게도 과분한 지지를 해주시던 대표님을 만나 나는 3년 차에 팀 리더가 되었고, 동시에 회사 내에서 최고참 멤버가 돼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팀원에게 말했을 때, 본인보다 빨리 그만둘 줄은 몰랐다며 매우 깜짝 놀라기도 했다.)

회사의 업무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나는 이미 자신을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고 느끼고 있었고, 우물 밖 더 넓은 세상에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소기업으로 이직하게 번째 회사 입사 날. 나는 결정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며칠 내가 겪은 우물 세상에 대해 글을 쓴다. 이 새로움이 얼마 가지 않아 무뎌질 것을 알기에.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한 우물 안 신입 개구리들에게 우물 밖은 상상 이상으로 도전할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말이다.

 

 

 

 


 

1. 명확한 회사 비전과 KPI

 

대부분의 창업가는 준비된 리더가 아니다. 미래 유망한 사업 분야에서 도전하고 싶은 BM을 구상하면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하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리더도 존재한다. 물론 모든 사업이 그렇듯 모든 것을 확신하고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경험과 경력은 리딩 스타일에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중’소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이 그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명확한 비전과 KPI가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경험에 의하면, 추진력과 결단력은 확실한 업무 경험이 많은 리더일수록 탁월하다.

 

 

2. HRD/HRM 프로그램

 

보통 회사 설립 7년 차까지 리더들은 회사가 필드 내에 ‘생존’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얻기 위해 사외로 로비하러 다니고, 구성원들은 제안서 입찰을 하며 고군분투한다. 리더라면 당연지사 구성원들의 월급과 사무실 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을 충당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일단 프로젝트가 끊기지 않고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GenZ세대의 신입사원들은 회사의 안위보다 나의 성장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회사가 나의 성장을 신경 쓰고, 건강을 케어하며, 원하는 업무를 주는지는 오늘 회사 출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중’소기업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좋은 인력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트렌드를 아는 영리한 ‘중’소기업일수록, 회사 구성원을 회사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케어하는 조직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이직하는 회사의 경우 입사 첫 주에 각 업무 담당자들과 결재 방식, 브랜딩 가이드라인, 사내 문화, 멘토와 티타임 등 사내 업무 방식을 익히는 워크숍을 진행하며, 길게는 한 달간 간헐적으로 팀 빌딩 온 보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3. 조직 구조 태스크의 효율적 관리

 

개인적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은 조직 구조 편성이 효율적이며, 날마다 생성되는 업무 파일들과 나눴던 업무 대화 등의 기록들이 잘 분류되고, 축적된다. (새로 이직한 회사의 경우 여러 가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노션, 지메일, 슬랙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을 시작으로 구글 드라이브, 자체 결재 인프라넷 등을 사용한다. 덕분에 업무 진행이 나름 효율적이라 만족스럽다.) 비교적 구성원의 이직률이 빈번한 스타트업에서 원활한 업무 follow-up은 사소한 부분인 것 같지만 모아 놓고 보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

 

 

4. 주니어를 리드할 있는 시니어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확인할 사항 세 가지’로 시작했지만,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을 마지막에 슬쩍 덧붙여 본다. 그것은 바로 주니어를 올바른 길로 리드해 줄 시니어의 유무. 경력이 아예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생’신입과 적어도 3개월 정도의 수습 또는 인턴을 해 본 사람의 차이는 필드에서 매우 크게 느껴진다. 이 말인 즉, 아무리 짧고 작은 업무 경험이라는 ‘반죽’이더라도 필드에서 그 경험은 ‘발효된 빵’처럼 값진 경험치로 부풀어 오른다. 그러니 아기 병아리들만 있는 집단과 어느 정도 세상 물정 아는 병아리 한 마리가 이끄는 집단의 차이는 상상 그 이상이다.

소기업은 속한 업계에 네임드가 생기고어느 정도 여유 자금도 있기 때문에 주니어를 끌어줄  있는 시니어를 뽑는다. (혹은 주니어가 자라 시니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에는 생존보다 올바른 성장을 더 중시한다. 그저 일을 처리해줄 사람보다 ‘어떤 구성원과 함께 항해할 것인가’하는 관점에서 지원자를 보기 때문에 서로를 탐색하고, 보다 신중해진다. 물론이것도 시니어 나름이긴 하지만.

나는 최소 3년의 경력이 있었고, 조금 더 큰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원했고, 그래서 위의 세(네) 가지 포인트를 중점으로 회사를 탐색했으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부디 이 글이 당신의 더 나은 커리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lena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