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Copyrights)은 일반적으로 유형적인 표현 매체(tangible medium)에 고정된(fixed) 독창적이고 최소한의 창작성을 가지는 원작품을 보호한다. 보호되는 작품은 문학, 음악, 연극, 영화, 음향 녹음, 그림, 안무, 건축 등 매우 다양하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저작권은 사상, 개념, 원칙 그 자체는 다루지 않고 단지 그것이 표현되는 형태만 다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는 글, 사진, 컴퓨터 코드 또는 기타 유형 매체와 같이 어느 유형적인 표현 매체에 고정될 때까지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다시 말해 영화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만 구상하고 그것을 제삼자에게 이야기한 경우, 그 제삼자가 해당 시나리오 그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 저작권은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저작권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작물의 생성과 동시에 자동으로 저작권을 취득하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별도로 저작권을 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이들 오해하는 부분이 타인이 나의 글이나 영상, 음악을 무단으로 베꼈지만 사전에 별도로 저작권 등록을 해두지 않아 아무런 법적 조처를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앞서 말했듯이 저작권은 저작물의 생성과 동시에 자동으로 부여되므로 당연히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타인보다 먼저 창작하였다는, 저작권 취득 시점의 용이한 증명을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이 권장되며 미국 내 저작권 등록을 하는 경우에 수반되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 ​

 

첫째, 저작물 출판 후 3개월 이내 또는 저작권 침해 행위에 앞서 저작권을 등록할 경우, 저작권자가 소송에서 법정 손해와 변호사 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 반면에 출판 후 3개월 이내에 등록하지 않았거나 실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기 전에 등록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저작권자는 실제로 발생한 피해와 저작권 침해자의 이익만 환수할 수 있다. ​

 

둘째, 저작권자는 미국 관세청(CBP)에 저작권을 등록해 둠으로써 잠재적인 외국의 침해 저작물들이 미국으로 반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간과 AI, 누가 저작권자가 것인가?

 

미국 저작권법(17 U.S.C. §§ 101–180)은 별도로 “저작권자(Author)”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저작권 사무소(U.S. Copyright Office)와 대부분의 법원은 저작권자는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소스코드나 악보, 대본, 그림 등의 저작물들에 대하여 아직은 AI가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저작물들에 대한 저작권을 전혀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지, 만약 AI가 아닌 누군가를 저작권자로서 보호한다면 AI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여야 하는지 혹은 최초로 AI에 데이터를 입력하여 창작물을 생성하도록 한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이 불분명하다. ​

 

인간이 아닌 저작권자의 허용 여부와 관련하여 지난 2018년, 미국 연방 제9 항소법원은 Naruto v. Slater, 888 F.3d 418 (9th Cir. 2018) 케이스에서 인간만이 저작권자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AI가 생성한 작품은 누구를 원작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일반적으로 AI 소프트웨어는 최초의 코드 작성자의 데이터 입력이 필요할 것이다. 위 데이터에 근거하여 후속적인 작품들이 생성된다고 볼 때, 최초 프로그램의 작성자(데이터를 입력한 자)를 원작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미국 저작권 사무소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AI 시스템을 창작한 작성자가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시장에 여럿 공개된 GPT3가 생성한 영화 등의 IP를 보호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AI 창작한 작품의 공정 이용(Fair Use)

 

Authors Guild v. Google, 804 F.3d 202 (2d Cir. 2015) 케이스에서는 도서관들이 구글과 계약을 맺고 기계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디지털로 스캔을 하였는데, 구글은 책을 검색한 이용자들에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구글의 링크를 제공하였다.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혹은 공정 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법원은 “책을 색인화한 구글의 행위가 해당 도서의 중요한 정보를 대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 및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으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책의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충분히 변형적인(transformative) 이용이었다”면서, 공정 이용으로 판단한 바 있다. ​

 

AI의 창작물에 있어서도 위 판시 내용을 적용하여 생각해본다면 결국에는 AI가 입력된 데이터들을 어떠한 목적으로 처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변형적인 이용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또한 각 사안에 따라 AI에 입력된 데이터(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원작)들과 AI가 창작한 결과물(침해저작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성기원 변호사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