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는 투자자와의 썸이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쳐 왔다면, 이제 진짜 필요한 건 VC로부터의 투자 유치다. 필자가 지금까지 투자 유치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건, 투자와 연애가 참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투자는 창업자를 보고 한다. 창업자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태도, 인(간)성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업성과 기술의 차별성 등이 우선이다. 사람이 좋다고 그냥 투자하지는 않는다. 내 경험으로 비춰 보면, 사실 투자자와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특히 남녀관계처럼 투자도 첫인상이 중요했다. feel이라고 할 수도 있다. 최종 투자까지 성공하는 상대는 시작부터 느낌이 달랐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가 나를 더 좋아하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엔젤투자부터 시리즈A까지 거의 그랬다.

 아닌 경우에는 서로 대화가 길지도 않고 애프터도 없다. 억지로 다음 날 신중하고 조심스레 콜을 해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엔 냉랭함이 묻어 있다. 예를 들어 “조성된 펀드가 다 소진되었습니다. 내년에 봅시다” 이건 정중한 탈락 의견이다. 기대를 접어야 한다. 하나 더 팁을 주자면 “우리하고 fit이 맞질 않는다”라는 이야기도 매너 있는 탈락 선고이다. 기다림은 독이 된다. 결국 명함집에 메모리를 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반대로 성사가 되는 딜은 그쪽이 먼저 다가온다. 목소리도 확연히 틀리다. 다정다감이라고 하면 좀 오버인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온화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한때 코파운드에게 농담처럼 던진 말이 있다. 투자자와 썸 타는 느낌이라고. 그렇다. 밀고 당기면서 밀당하는 건 똑같다.

 

 

 

 그러나 연애와는 다르게, 투자는 팩트와 본질이 중요하다.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사업 아이템과 콘텐츠가 부실하면 오래 만날 수가 없다. 빨리 질리게 된다. 보면 또 보고 싶은 매력덩어리가 되어야 내일 또 그들을 다시 만날 수가 있다. 하지만 굳이 볼 이유가 없고, 우리를 만나서 행복해질 수가 없다고 판단이 들면 판에서 냉정히 떠나 버리고 만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그들은 또 다른 기업을 헌팅하러 거리를 나선다.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주들을 찾으러.

 내 경험으로는, 한 번 만나 교통정리가 된 투자자는 그다음의 만남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리도 그들을 다시 만나기도 그렇고…, 그들도 이미 자기들의 잣대에서 적정성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들의 투자 리스트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다음에 보자는 말은 그냥 공허한 인사일 뿐. 그래서 우리에게 맞는 투자자라고 느낌이 오면 정말 소중히 집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에 대하여 충실해야 한다. 첫눈에 반하게 해야 하는 속과 겉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본질이다. 그 기업의 가치가 투자자들을 꼬실 수 있는 확실한 바탕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비굴하게 아첨을 하자는 게 아니다. 당당하면서 신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 특히 담당 심사역과 소통을 충실하게 하고 서로 신뢰관계가 돈독히 형성되어야 한다. 결국 그 심사역이 투심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체 예비투자심사에서 회사를 대신하여 발표하고 허락(투자승인)을 받아 내야 하므로 절대 동상이몽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칼자루를 심사역이 쥐고 있다. 심사역이 당당하게 디펜스를 하고 이겨 내야 본투심으로 이어진다. 심사역이 확신을 가지면 거의 8할은 성공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심사역이 후속 투자나 또 다른 투자자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투자 세계는 정말 한 다리만 거치면 모두 다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좁다. 한 번 좋지 않은 업체로 낙인이 찍히면 투자를 성사시키는 데 엄청난 애로가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심사역과 투자사별로 선호하는 아이템이 각각 다르다. 그래서 그 투자사의 편향을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게 좋다. 어떤 이는 제조나 하드웨어를 좋아하는가 하면,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선호하는 투자자, 바이오업체를 좋아하는 사람, 우리 회사와 같은 혁신 기술을 좋아하는 투자자(사) 등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심사역들도 같은 전문 분야 사람들끼리 친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후 투자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기도 하다. 

 텀시트와 계약서를 받고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말 허탈해진다. 또다시 다른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새로운 애인을 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좌절하면 안 된다. 진정 사랑을 갈구하고 노력하는 자가 인연을 만나듯이, 투자 역시 내 사업의 본질이 탄탄하고 진정성이 있다면 궁합이 맞는 인연은 맺어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 특히 담당 심사역과 인간적으로 친해져라!

 

 

결국 투자도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