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변호사입니다.

지난 시간에 플립의 기본적인 개념과 장점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어려운 법적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에 나름 자부심이 있지만, 플립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플립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인위적이고, 테크니컬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플립의 이론적, 현실적인 단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사공이 많다

 

갑자기 결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결혼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목소리”가 6개라는 점일 겁니다. 신랑, 신부, 신랑 부모님, 신부 부모님, 이렇게 6명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뭐 하나 사소한 것을 결정하려고 해도 6명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1명이라도 수긍하지 않으면 고달파집니다. 플립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립은 한국 법인의 주주 구성 및 지분 비율을 그대로 미국 신규 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아직 투자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플립을 하는 경우에는 심플할 수도 있겠지만, 엔젤이나 VC와 같은 기관 투자를 받은 경우에는 녹록지 않을 것입니다. 설득되더라도 여러 가지 제약 및 조건이 덧붙여질 수도 있죠. 

미국 법인의 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플립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VC에 투자를 받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현지 스타일로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물론 영문으로요. 한국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투자계약상 조건들이 미국 주주 간 계약서에서는 빠질 수도 있죠. 미국 VC가 기존 한국 VC에 유리하게 작성된 주주 간 계약서를 보고 식겁하여 투자를 주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투자계약은 대체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 “상환주식” 부분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스타트업이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투자자들이 대승적으로 상환전환우선주식에서 “상환”을 뺀 전환우선주식으로 바꾼 사례도 있죠.

실제로 플립을 진행해본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무상 절차들보다 기존 주주들, 특히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부분에서 가장 ‘진땀 뺐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 세금과 비용이 매우 있다.

 

플립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법인의 기업가치를 평가하여 미국 법인 주식과 교환(스왑, SWAP)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법인의 가치평가를 하게 됩니다.

일단 플립을 준비하는 회사가 극초기라서 이렇다 할 부동산, 현금 등 자산이 없는 경우에는 세금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아직 별 자산이 없는데도 투자를 받은 경우라면 걱정이 될 겁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점은, 회사 밸류평가 받은 것이 세법상 회사의 기업가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의 시세가 등장하는 부분이 주로 구주양수도, 스톡옵션인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투자받은 밸류가 세법상 시세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자받은 그 “현금” 자체는 자산이 되죠.

그리고 플립할 때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하는 주주들은 파운더들이나 극초기 주주들입니다. 아무래도 액면가 또는 액면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주식을 취득했으니 추후에 플립할 때 기업가치와 차익이 클 테니깐요.

1번의 “사공” 문제와 함께 2번의 “세금” 문제 때문이라도 미국 진출과 플립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빨리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는 월등하게 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 누구한테 물어볼 곳이 없다

 

플립을 진행하려면 한국 법률대리인, 한국 회계세무 대리인, 미국 법률대리인이 필요합니다. 플립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관련 전문 지식이 있는 경우도 많지 않죠. 대부분 변호사나 회계사들도 “플립”이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을 테니깐요. 그리고 플립은 업무 특성상 책상에 앉아서 법률 검토를 해주는 자문과 달리 외환은행, 한국은행, 기재부 등 여러 정부기관과 직접 소통을 해야 하고 모르는 절차를 직접 물어보면서 몸으로 대신 뛰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해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죠. 

하나에서 열까지 모르는 내용과 절차투성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전문 대리인과 소통이 잘되는 것을 중점적으로 봐야 합니다. 연락 한번 제대로 하려면 며칠씩 걸리면 실력이 좋다고 해도 소용이 없겠죠. 

다음 시간에는 플립의 반대인 “역플립”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본사 법인을 지사로 만들고, 한국 신설 법인을 본사로 만드는 것입니다.

 

 

최앤리법률사무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