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가장 똑똑한 농기계로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팜 솔루션 ‘팜모닝’을 서비스하는 그린랩스다. 팜모닝은 농장 경영의 의사 결정을 돕는 서비스다. 현재 30만 명의 농민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늘어나는 사용자들만큼 쌓인 데이터를 통해 점점 더 효율적인 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린랩스의 신상훈 대표. 신 대표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서비스’ 1위에 선정되기도 했던 데이팅 앱 ‘아만다’는 신 대표의 첫 창업이었다. 2014년 앱 출시 이후 기존 회원의 점수를 일정 이상 획득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다. 신 대표는 2018년 아만다 서비스를 상장사 메타랩스에 매각하고, ‘문제가 거대하고 해결하기 어렵지만 꼭 혁신하고 싶은 분야’였던 농업 분야에서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열었다.

 

그린랩스 신상훈 대표 ⓒ그린랩스

 

 

 


 

20대가 가장 사랑했던 ‘아만다’의 시작, 그리고 매각

 

‘아만다’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었나.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펀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친구들이 구상하던 ‘리디(당시 리디북스)’에 투자자 겸 경영진으로 합류했다. 시간이 흐르니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외에서 모바일 기반 데이팅 서비스인 ‘틴더(tinder)’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미있어 보여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국내 시장 타깃의 모바일 기반 데이팅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싶어 서비스 출시까지 6~7개월 정도를 투입해 개발했다.

 

서비스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그렇다. 막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니 기대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서 사용자를 모으는(paid marketing) 모델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스스로 모이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이런 생각은 기존 회원들의 검증을 거쳐야만 가입할 수 있는 독특한 가입 시스템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출시 후 2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니 성공적이었다. 매출도 잘 나왔다. 

 

잘 성장해온 서비스를 매각한다는 고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래서 고민했다. ‘200만 다운로드’라는 숫자가, 사실 우리에겐 어떤 한계 같았다. 
데이팅 시장 전체를 5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시작한 서비스였으니 가입할 사람은 다 가입을 한 셈이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완전히 한국적인 감성으로 만든 서비스였다. 덕분에 빠르게 성공했지만,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리디 역시 큰 시장을 공략했던 사업이었다. 당장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가 보다는 서비스의 특성상 가질 수밖에 없는 시장의 한계가 답답했다.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돌파구가 매각이었던 건가. 


2017년 한 해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고 결심했다. 다른 앱도 신규 출시해보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시도해보고 나서 이 사업을 계속할지 결정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고군분투해보니 나름 작은 성공도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가슴이 뛸만한 성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파트너를 만나 서비스와 시장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만다 서비스 사진 ⓒ넥스트매치

 

 

 


 

‘좋은 파트너를 만나 함께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일’ 

 

 

메타랩스에 아만다를 매각했다. 매각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사실 이 부분이 다른 창업자 분들의 경험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기존에 금융업에 종사하기도 했고, 리디에서 투자 유치 등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매각 과정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왜 메타랩스였나.


메타랩스는 상장사로서, 당시 조금 더 트렌디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했다. 매출 이익이 건실한 IT 서비스였던 아만다를 좋게 봤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데이팅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자금을 잘 조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메타랩스는 상장사여서 공개 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래도 매각 전에 고민됐던 부분은 없었나. 


아마 창업자들마다 생각하는 매각의 동기가 제각각일 것이다. 주로 새로운 파트너와 못다 한 꿈을 이뤄보겠다는 것, 혹은 한 챕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인 것 같다. 나의 경우 둘 다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우리 서비스를 인수할 회사가 이 일을 얼마나 연속성 있게 잘해줄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다. 내가 그간 못했던 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지도. 그렇게 만난 인수자가 메타랩스였다. 

 

매각 이후의 과정도 궁금하다. 메타랩스에서 근무하시는 동안 어떤 경험들을 하셨나. 


매각 후 1년 정도 메타랩스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다른 데이팅 서비스를 추가로 인수하고, 마케팅과 운영을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매출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나의 서비스로 사업을 할 때에 비해 보는 눈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일을 하다 보면 자본 시장에서 자본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현업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간의 괴리를 많이 본다. 그 브릿지 역할에 대해 배운 시기였다. 그게 지금 그린랩스를 경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팅 시장은 굉장히 트렌디하고, 농업은 어쩌면 정 반대의 특성을 가진 분야 아닌가. 아주 중요하지만 변화가 많이 필요한 분야. 어떻게 농업에서 다음 창업을 하시게 됐나.


사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다면 특정한 업에 스스로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만다를 매각한 이유이기도 했듯이, 보다 크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농업은 그 본질적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변화가 부족했던 분야였기 때문에 충분히 크고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리는, 마라톤과 같은 사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업에서의) 단거리 달리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마라톤을 뛰려면 좋은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뜻이 맞는 친구들이 있었고 함께 도전해볼 수 있었다.

  

아만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배우신 것들이 지금 그린랩스 운영에도 도움이 되나.


신기하게도 그렇다. 트렌디한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말은 결국 유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굉장히 짧은 주기로, 민감하게 주시한다는 뜻이다. 농업도 분야는 다르지만, 농민 분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은 큰 틀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농민 분들의 데이터를 모아 의사결정을 위한 효과적인 제안을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많은 유저가 모일수록 강력한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아만다에도 사용자들의 이성 평가 정보가 많을수록 더 좋은 추천을 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러모로 디테일한 점은 다르지만 구조적으로는 유사한 부분이 놀랍도록 많다.

 

 

팜모닝 서비스 ⓒ그린랩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체력을 키우고 싶은 창업자들에게 

 

 

요즘은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각이라는 행위를 막연하게 겁내는 창업자 분들도 많다. 



그린랩스를 운영하면서도 농업 분야에서 크고 작게 인수합병을 10건 넘게 진행하고 있는데, 인수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점도 있다. 많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장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시점에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는 데 반해,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 분들이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신다. 

매각 후 인수자와 함께 계속 일을 해나가는 경우라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익숙해진 나만의 방식도 있고, 기존 회사가 갖고 있었던 여러 한계들 때문에 해보고 싶었지만 못하는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이런 익숙함과 한계를 넘어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쌓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인수자와 함께 일을 하지 않더라도, 매각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일군 사업에 대해 한 발 물러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가 된다. 그리고 다음에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다. 

아울러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무적인 체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도 있고,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업에 임할 수 있다. 

 

매각 과정을 마주한 창업자 분들께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또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계약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계약서가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담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협의 과정에서 이성적이든, 감정적이든 서로 합의하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일단 합의점에 도달하면 빠르게 계약을 진행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도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나의 목표는 평생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멘탈 관리’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그린랩스는 내년쯤 거의 모든 농민 분들이 사용하시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농업 분야에서 최초로 ‘유니콘’이 되는 것. 그게 그린랩스의 목표다.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브랜드 인수 운영 플랫폼 넥스트챕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제휴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