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2006년 말, 대전에서 비슷한 꿈으로 창업했던 학생이 있었다. 그는 ‘ISEEYOU’라는 이름으로 누구든 손쉽게 UCC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장에 대한 뾰족한 고민 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보고 창업했던 터라 꿈꾸던 수준의 큰 성공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량 있는 학생들이 창업한 IT 스타트업이었기에 이후 인력인수의 형태로 카카오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 학교 후배가 창업한 아이엠컴퍼니에 엔젤 투자자로 참여하고 팀 빌딩, 투자 유치 등을 도왔다. 아이엠컴퍼니는 모바일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며 성장 곡선이 가팔라지자 외부에서 조력자로서 돕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이 회사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후 ‘아이엠스쿨’을 국내 1위 수준으로 성장시키고 다시 한번 회사를 매각한다. 두 번째 매각처는 교육 사업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던 NHN이었다. 

그는 두 번의 매각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보다 잘 운용(투자)하기 위해 재테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 서비스들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다시 한번 창업했다. 헤이비트와 이루다투자를 서비스하는 것으로 유명한 업라이즈 이충엽 대표의 이야기다.  

 

 

왼쪽 업라이즈 이충엽 대표, 오른쪽 업라이즈의 이루다투자일임 김동주 대표 ⓒ업라이즈






카카오, NHN에 각각 매각을 경험한 연쇄창업가

 

 

매각을 두번 경험한 연쇄 창업자다. 첫 창업의 계기가 궁금하다. 


창업 자체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위에도 창업이나,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 하다 보면 항상 “다음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마침 그때가 유튜브가 구글에 매각되면서 UCC가 한참 유행인 때였다. ‘동영상 다음은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그동안 인터넷 콘텐츠의 형태가 텍스트,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까지 발전해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방향적’이라는 한계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은 사용자와 콘텐츠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른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창업한 회사가 ‘아이씨유(ISEEYOU)’였다. 

 

 

2007년 창업 이후 5년만에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했다. 


경영학과였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발자로 구성된 팀이었다. 당시 카카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성장 속도에 발맞추어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좋은 개발자들이 함께하고 있는 팀(회사)을 인력인수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였던 것이다. 마침 우리도 사업 성장에 벽을 느끼고 있을 때였고, 카카오는 건실히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매각 이후 머지 않아 병역 문제로 퇴사했다. 

 

 

이후 다시 한번 창업팀에 합류했다. 엔젤투자를 했던 스타트업이라고. 


학교 후배가 창업한 ‘아이엠컴퍼니’라는 회사였다. 아이엠컴퍼니는 당시 개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씨유 차원에서 개발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를 공동 운영하는 안을 논의 중에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씨유가 카카오에 매각되면서 구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이엠컴퍼니에 엔젤 투자를 하고 제품 개발, 팀 셋팅, 투자 유치 등을 외부에서 도와주게 되었다. 이후 서비스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합류하게 됐다. 

아이엠컴퍼니에서는 학생들이 귀가할 때 집에 받아가는 ‘가정통신문’을 모바일로 전달하는 ‘아이엠스쿨’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학교로부터 별도로 서비스 사용료를 받지 않고 학부모 사용자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학교 홈페이지 콘텐츠를 모바일로 변환해서 보낼 수 있도록 편의 기능을 제공했다. 나중에는 전국 초, 중, 고교 중 1/3이 아이엠스쿨을 사용했고, 월간 사용자가 150만 명 가까이 되기도 했다. 산발적 유저가 아니라, 순수 학부모 사용자가 이 정도로 모인 것이라 더 가치있었다.

 

 

이 회사를 이후 NHN에 매각했다. 어떻게 NHN이라는 매각처를 만나게 된 것인가. 


당시 NHN은 지금은 너무 유명한 ‘페이코’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었던 때였다. NHN은 페이코의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와 광고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아이엠컴퍼니는 사용자 기반과 광고 사업 관점 모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한 것 같다. 순도 높은 학부모 사용자는 광고 지면 측면으로서도 가치가 높고, 페이코의 사용자 측면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결제 사용자’로서는 매우 좋은 사용자 층이다.

 

 

두 번의 매각의 상황이 달랐던 만큼, 느낀 바도 달랐을 것 같다. 


아이씨유의 경우 인력인수였기 때문에 인수된 이후에 기존 서비스를 지속 운영하기 보다는 팀원들이 카카오 내 여러 부서에 흩어져 각자 중요한 일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 개개인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아이엠컴퍼니의 경우, 페이코와의 시너지 창출이 중요한 목표였지만 페이코가 아직 서비스 초기였다보니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가 발현되는 것을 끝까지 보지 못 하고 퇴사하게 됐다. 하지만 NHN이 교육 사업에 대한 의지도 강했고, 페이코와의 시너지 창출 목적도 뚜렷했기 때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헤이비트 서비스 화면 ⓒ업라이즈






시장이 원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 매각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업라이즈를 창업했다. 매각 이후에 생긴 개인적인 관심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매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산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자에도 관심이 생기더라. 직접 투자를 해보면서 열심히 공부하던 와중에 투자 시장의 문제점을 느끼게 되었다. 금융 시장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 부상하던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그랬다. 암호화폐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기도 했었고, 투자 위험도가 부각되면서 일반인들이 투자하기에는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 개인들의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면 유의미하겠다고 생각했다. ‘고통 없이 여유로운 투자’를 목표로 하는 업라이즈를 창업한 계기다. 

 

 

‘고통 없이 여유로운 투자’라는 말이 취지는 좋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쉬운 문제는 누구에게나 쉬운 것이기 때문에 쉬운 영역에서의 창업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시장에서 원하는 답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면 그 반대다. 시장이 원한다는 가정 하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고객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고, 그 결과로서의 리워드 또한 클 것이다. 

실제로 업라이즈에서 서비스하는 암호화폐 자산 로보어드바이저 ‘헤이비트’, 글로벌 ETF 자동 투자 서비스 ‘이루다투자’는 고통 없이 여유로운 투자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며, 지난해 좋은 성과를 달성했고 덕분에 연말 2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창업한 세 회사가 모두 다른 영역의 서비스라는 점도 신기하다.


여러 차례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나는 창업을 통한 다양한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매각은 기존의 사업 과정에 대한 회고를 통해, 나에게 더 나은 문제를 발견하고 도전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첫 창업은 순수하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는데, 냉정하게 보면 시장이 이 서비스를 별로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시장의 수요는 충분한 서비스였는데, 내 스스로 학부모가 아니었다 보니 스스로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사용자가 아니어서 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편 업라이즈는 시장이 명확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나 스스로도 사용자로서 원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업라이즈 현판 ⓒ업라이즈






회사는 나와 분리된 존재, 회사가 잘 될 방향으로 매각 결정해야

 

 

창업자로서 열정을 쏟았던 회사와 서비스를 깔끔하게 끝맺고, 바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닐 것 같은데. 


물론 나는 미혼이고 자녀도 없지만(웃음) 회사는 나와 분리된 존재 즉, 나의 자식과 같은 것이지 나와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야 회사가 대표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회사의 철학과 목표가 구체화될수록 고유의 정체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크면서 나름의 가치관을 가진 독립적인 개체가 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매각도 철저히 회사를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하려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의사 결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매각을 결정하면 나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창업자들 중에는 본인과 회사를 동일시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다보면 사업을 자신의 자아 실현 도구로만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칫하면 시장이 원하는 것과 멀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창업, 시장이 원하는 창업, 그리고 나와 시장 모두가 원하는 창업을 해보고 느낀 것이 있다. 나와 시장 모두가 원하는 창업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장의 필요를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매각을 경험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쇄 창업에 있어서 도움된 부분이 있다면.


스타트업에 몰입하여 경영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때로는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배우는 것도 많다. 매각을 하게 되면 반 강제적으로 내 사업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데, 나 또한 이때 많이 배웠다. 모든 회사의 상황이 같지는 않겠지만 경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갖는 공통점도 분명히 있다. 이 공통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다음 창업을 더욱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각을 앞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매각은 철저히 회사를 중심에 두고 의사결정 해야 한다. 우리 회사가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각은 한 회사가 풀고 싶었던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지분을 팔고 자산을 늘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회사의 존재 가치를 더욱 빛내줄 방법을 찾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회사에도, 스스로의 넥스트챕터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브랜드 인수 운영 플랫폼 넥스트챕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제휴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