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DALL-E3 (편집 : 이재훈)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64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로 한 소식은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삼성전자가 받는 보조금은 인텔(85억 달러)과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투자하는 금액 대비 가장 높은 금액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요. 그러나 이 소식이 무조건 기분 좋은 소식이기만 한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반도체?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이 대사 알면 최소 30대)

 

반도체 경쟁을 흔히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는 반도체가 현대 기술 사회의 핵심으로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를 학습하고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가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서로 대놓고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은 자국 내에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기업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큰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여 생산 기업을 유치하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당연히 이 계획에 포함됐고, 9조 원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보조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데요. 이 계획이 삼성전자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한국이 수십 년간 반도체 강국으로 인정받았던 이유는 삼성전자 보유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삼성이 최근 위기설에 놓여 있는데요.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며, 인텔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고, 국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D램에서도 이제는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점유율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반전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득 : 

먼저,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가 높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을 갖춤으로써 시장에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미국 내 생산 시설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미국의 뛰어난 연구 인프라와 혁신 생태계에 발을 들임으로써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속도를 가속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5G, IoT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 : 

미국이 보조금을 공짜로 주는 것은 아닙니다. 보조금에 상응하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이에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 간 400억 달러(약 55조)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수익이 창출하지 못할 경우 큰 재정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이번 투자를 통해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라고 했는데요. 높은 인건비를 자랑하는 미국이기에 운영의 묘를 살리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조건이 붙습니다. 미국 정부의 가드레일에 따르면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내 생산 라인을 보유했을 경우 첨단 반도체는 5% 이상, 28나노 이전 세대 반도체는 10% 이상의 생산 능력 확장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국 반도체와 거리두기를 하라는 의미로, 중국 시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번 보조금은 삼성전자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인텔과 TSMC 등 반도체 기업이 대거 유치될 예정인데요. 이는 미국 내에서 직접적인 경쟁이 심화됨을 뜻합니다. 만약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결론 :

사실, 삼성전자에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가지고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은 반도체 수급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즉, 세계에서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이 막혀감에 따라 미국 시장 진출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 지원 싸움에서 비교적 큰 금액을 받아 불행 중 다행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좋은데… 싫어..”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당연히 반길 일입니다. 그러나 투자 대상이 반도체이고, 투자 국가가 미국이라면 셈법이 달라집니다. 

 

득 :

삼성이 미국 내 투자를 통해 다시금 글로벌 리더로 나선다면 수출 증대, 국내 협력 업체와의 거래 확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으며, 다른 산업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 :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위험에 직면합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기술 유출 위험은 곧 한국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여기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 제한인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무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

힘이 있는 미국이 돈까지 쓰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특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 등 반도체 분야에서 힘 좀 쓴다는 국가들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기업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렇다 할 방도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현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고 있지만,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키가 되도 있는 만큼 조금 더 확실하게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반도체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9조 원의 보조금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전략적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국가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이러한 파트너십은 미래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회는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특히 미국과의 깊은 협력이 중국 시장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불확실합니다. 투자를 받은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의 결정이 회사와 한국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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