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저에게 코칭을 받는 분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HR을 오랫동안 해오셨고, 사업에서 출발하여 사업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전략적 HR을 하고 싶은 분이기에 이를 위한 평소 훈련으로 ‘사업과 HR을 아우르는 여러 주제와 소재 등으로 짧고, 긴 글쓰기’를 추천드렸습니다. 하지만, 댓글도 글이라는 생각으로 ‘커뮤니티에 댓글 쓰기도 글쓰기의 일종’이라는 주장을 하셔서 이를 반박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전문가의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은 누군가에게 내 생각과 뜻을 전하기 위한 매개체입니다. 

어떤 언어로 적혀있든지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 그 생각이 전달되어 이해와 공감 과정을 통해 ‘공명’을 일으켜 궁극적으로는 설득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단순 전달이라기보다는 내가 이 글을 쓴 이유가 글에,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해석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오해가 없도록 글을 쓰는 것이 최선입니다. 

 

글은 말과는 다릅니다. 

말은 뱉으면 끝입니다. 흩뿌려집니다. 누군가 영상으로 기록한다고 하면 모를까, 우리가 주목받는 연예인 또는 정치인이 아닌 이상, 스스로를 트루먼쇼의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정제되어 효과적 설득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 또는 말하기 등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말보다는 글이 진심을 전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디서든지 누군가를 설득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내가 설득하는 대상을 위한 효과적 글쓰기’를 늘 갈고닦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은 어떤 틀(격)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문어체, 구어체 구분하듯이, ‘글은 글만의 논법’이 있습니다. 또한, 글은 어디에, 어떻게 적는가에 따라 형식과 내용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1) 누가 누구에게, 2) 무엇을 이용하여, 3) 어떤 상황에서, 4) 어떤 형식과 내용을 빌리거나 담아, 5)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가, 6)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일으키려고 하는가, 7) 실제 얼마나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글이 잘 씌여졌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도한 반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글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글에는 자신만의 개성, 정체성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쓰는 글도 브런치라는 채널을 통해, 브런치가 제시한 프레임, 템플릿을 최대한 활용하여 적고 있습니다. 게다가 7년 넘게 다져온 본 채널에 적합한 저만의 글쓰기가 존재합니다. 게다가 그동안 일관되게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이야기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쓰는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분들이 공감의 행동이 곧 제가 가진 제 글의 정체성을 드러내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글쓰기는…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옮기며, 그 글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될 수 있는 틀(격)을 스스로 만들어 가며, 그 글을 읽는 분들에게 내 생각을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글을 통해 나의 정체성, 개성 등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독자와 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내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과, 내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조정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따라서, 전문가의 글쓰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꾸준히 말하고 싶은 여러 주제에 대해 쓰다 보면 자신만의 생각과 영역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고, 읽는 분들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이 오는 카테고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럼, 이를 발전시켜 비로소 내 영역으로 만들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댓글이 글이 될 수 없는 이유


 

댓글은 글이 아닙니다. 

형태로서는 글이 맞습니다. 글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글의 기준은 형태뿐 아니라 충족되어야 하는 다른 조건도 있습니다. 

 

글을 쓰는 명확한 주체(화자)

댓글은 글을 쓴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실명으로 쓴다고 해도 그건 나란 사람을 대변하기 위함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글과 댓글을 보는 모든 이가 알아보도록 쓸 수 있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쓴 댓글은 흔하게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지면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합니다. 누가, 왜, 이런 곳에, 이런 글을 썼는지는 댓글을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당연히 글을 쓴 이가 누구인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주체가 가진 논리적 생각과 의지

저도 여러 카테고리에 여러 글을 남기고는 하지만, 그 글을 남기며 글을 쓴다기보다는 본 글을 쓴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과 같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정도를 인식시키려고 할 뿐입니다. 그래서, 짧고 간결하게 둘만 알아볼 수 있는 댓글을 쓰려고 할 뿐입니다. 그래서, 간혹 어떤 논쟁이 댓글로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건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끼리 생각을 나누기보다는 대립각을 보여줘 오히려 팝콘각(눈 요깃거리)을 불러옵니다. 논리적 생각과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결국 키보드를 통한 난타전을 벌인 이들의 갈등 상황만 남게 됩니다. 

 

암묵적으로 최소한의 분량을 요구

논리적 생각과 의지를 담기에 댓글을 쓰는 란이 매우 작아 불편합니다. 누구도 본문과 같은 긴 글을 댓글로 적지 않습니다.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불편함을 야기합니다. 그러니, 내 생각을 아무리 댓글로 전달하려고 해도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길고 길게 본 글로 따로 적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긴 글을 쓰는 것과 짧은 글을 쓰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짧은 글로써 덧글이 유용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글의 길이가 길고 자신의 글을 써야 하는 이에게 필요한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지는 의문입니다. 

 

어떤 글에 덧씌워 쓰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존재

덧글은 덧글일 뿐입니다. 누군가가 쓴 글에 덧씌워 쓴 글일 뿐입니다. 글은 맞지만 위에서 말한 여러 이유로 글 다운 글로 존재하기는 어렵습니다. 본 글 보다 조명받는 덧글이 있을 수 있을까요? 또는 본 글을 쓴 이보다 주목받는 댓글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제한된 프레임과 템플릿 안에서의 제약의 글쓰기는 그 프레임과 템플릿을 뛰어넘는 실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스스로 프레임과 템플릿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독자의 반응(의도) 

최근에는 여러 서비스 속 덧글에도 ‘좋아요, 싫어요’ 등의 반응과 덧글에 대한 더덧글 등도 붙을 수 있도록 기능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반응으로 과연 ‘내가 쓴 글 또는 덧글에 대한 올바른 반응’을 알 수 있을까요? 글을 통해 얻어야 하는 반응은 곧 읽는 사람의 전과 달라진 생각과 태도, 그것들이 겉으로 드러난 어떤 말과 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덧글로는 그 반응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본래 얻고자 하는 반응이 무엇이든 덧글로는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본 글보다 주목 받는 덧글, 그 글을 쓴 사람은 지식IN 서비스에 있던 한 분을 제외하고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에 거의 없습니다. 

 

 

전문가로서의 글쓰기는 왜 필요한가


 

분야에 관계없이 전문가는 논리, 합리, 이해, 공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과 일터에서 쉼 없이 누군가와 소통합니다. 이때 주로 말과 글을 통해 이야기 나눕니다. 결국 상대방의 생각을 읽기에도, 전하기에도 방법은 말과 글뿐입니다. 전문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 의지, 의도 등을 전해 상대방으로부터 의도하는 반응을 얻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말과 글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잘 다룬다는 것’은 누구와 어떤 상황과 타이밍에서 만나는가에 따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생각) 혹은 상대방이 꼭 알았으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평소에 연습하는 방법은 ‘글쓰기’ 뿐입니다. 

내가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가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글쓰기입니다. 단, 자신이 주로 말해야 하는 어떤 주제, 소재, 내용, 수준 등을 듣는 이에 맞춰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쓰거나,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글을 적어봐야 합니다. 그리고는 그 글을 읽는 이들로부터 얼마나 의도한 반응이 일어났는가를 살펴보며, 내가 쓰는 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스스로의 생각을 성장시켜 가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이가 자신의 힘으로 쓴 글이 없다고 하면…

과연 우리는 그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인정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여러 말을 곱씹어 볼 것입니다. 거기에 담긴 사실과 의견 등을 분리해 볼 것이고,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증해 볼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내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메리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몸짓, 목소리가 약 93% 듣는 이가 가질 수 있는 신뢰에 영향을 준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는 자신의 몸짓과 목소리를 진실되게 하는 연습이 아니라, 내가 쓰는 글과 말(7% 내외의 영향)로부터 진실과 진심이 몸과 목소리에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언제든 말하고자, 전하고자 하는 바가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고, 이는 치열한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각자 전문가를 표방하는 커리어’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수년에 걸쳐 수많은 분들을 만나서 얻은 결론은 “전문가로 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최소 100~500명 내외의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자신의 업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전문 영역에 따라 그 숫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업을 하고, 이를 기존의 그 업을 했던 분들과 어떤 내용의 차별화를 이어가려고 하고 있고, 거기에 얼마나 어울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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