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벌써 창업 한지 6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피벗, 법인 설립, 공동창업자 합류, 투자 유치, 첫 매출 기록 등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 시간은 항상 빨리 흘러가 버렸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조차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미 조금 늦었지만, 그 과정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기록해서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지려고 한다.

  무슨 이야기부터 쓸지 고민하던 찰나에, 이번 투자 유치 전후로 창업을 고민하는 지인들이 창업 준비 과정에 대해 물어보던 것이 떠올랐다. 나에겐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이고, 아직 기억이 남아있는 터라 좋은 주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아직은 성공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에, 내가 참고했던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나 방법론에 내 경험들을 덧붙여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것 또한 국내 스타트업 Pay it forward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길 바란다.

 

 


 

 

창업, 10년 넘게 할 수 있겠어?

 

  창업가로서 감당해야 될 각종 부담감, 창업 과정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시련을 미리 알 필요가 있다. 창업가의 어려움을 다룬 이야기를 직접 들어도 좋고, 관련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나 영상을 봐도 좋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10년 창업을 견딜 수 있는지, 그럴 만큼 창업을 해야 될 이유나 아이템이 분명한 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 벤 호로위츠, <하드 씽>
  • 박지웅, <패스트트랙 아시아 박지웅의 이기는 게임을 하라>  
  • 각종 창업자 인터뷰 영상, 글(EO, 아웃스탠딩 등)
  • 프라이머 데모데이 영상

 

 나도 내가 10년, 20년 동안 창업의 과정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창업을 하게 된 이유라는 글에 어떤 심정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써 내려가기도 했다. 지금은 창업 과정은 견디는 거라기보다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즐거움, 보람, 성취감 등을 발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로, 프라이머 데모데이 영상을 보면 이미 좋은 지표를 내고 있는 제품, 잘 갖춰진 좋은 팀들이 저렇게 많이 나와서 창업한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나는 저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좋은 팀을 구성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추천해본다.

 

 

 

 

창업 과정 전반에 대해 이해하기

 

  창업을 결심했다면,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해갔는지 경험을 듣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어떻게 초기 팀 셋업을 했는지, 어떻게 아이템을 찾아갔는지,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조금의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배기홍, <스타트업 바이블 1, 2>  
  • 권도균 <스타트업 경영수업>  
  • 임정민, <창업가의 일>  
  • 리드 호프먼, <블리츠 스케일링>
  • 주변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살아있는 썰  

 

  개인적으로는 궁금한 게 있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책을 많이 보는 편이라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찾아보면서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창업 과정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는 위의 책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당장 어려움이 있는 주제는 최근에 관련 문제를 접해본 대표님들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실무적으로 정말 크게 도움받은 자료들

 

  1. 매쉬업 엔젤스에서 제공하는 스타트업 투자유치 전략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유치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스타트업 관점으로 정말 잘 설명되어 있고, 여러 회사들의 초기 덱도 살펴볼 수 있어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1. 샌드 버드 김동신 대표의 존잡생각 (유튜브 채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이자, 스타트업 1세대(?)로서, 스타트업과 창업자가 해야 하는 여러 고민들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global best practice를 무료로 알려 주신다.     

출퇴근하면서 한 영상당 최소 3번은 들여다봤고, 김동신 대표님의 사고방식이나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싶어서 이전에 작성하셨던 블로그도 탐독하고 있다.      

 

  1. fastventures의 textbook

fastventures에서 스타트업 pay it forward 문화를 전파하고자, 이미 성공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창업 초기에 알아야 될 내용들과 시행착오를 무료 강의로 제공한다. 다만, 시즌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시즌이 시작할 때 참여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서 신청해야 한다.

 

  1. YC의 Startup School

원래 Startup school은 YC에서 매년 alumni 스타트업들의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콘퍼런스였는데, 이젠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정말 좋은 자료들이 많다.

최근엔 co-founder 매칭 서비스도 제공해서, 해외에서 코파운더를 찾는 분이 있다면 이용해봐도 좋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거의 없다)

 

 

 

 

What; 무엇으로 창업할 것인가?  

 

 

  많은 VC와 사람들이 “request for startup”이라고 스타트업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제품이나 개척했으면 하는 시장들을 정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YC는 매년 RFS를 정리해서 공유하고 있고, 트위터에서 스타트업이나 VC 관계자들이 #RequestForStartup이라는 태그를 단 트윗을 모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a16z에서는 주목할만한 시장 및 스타트업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국내에 접목할만한 제품이나 비즈니스를 찾을 수도 있다.

 

내가 창업할 아이템이나 시장을 결정하기 위해선 아래 3가지 질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1. 미래를 내다볼 때 내가 공감하는 문제가 있는가?  

2.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솔루션이 현재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내가 만들 수 있는가?  

3. 그러면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TAM – SAM – SOM으로 나눴을 때 SAM이 최소 1조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야 SOM으로 나눴을 때 몇천억의 시장이 되고, 거기서 1등 기업이 되어 점유율을 가져가면 천억 대 매출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구체적인 아이템을 결정하고, 여기에 베팅할지 결정하기 위해  초기에 검증해야 되는 질문(가설)은 아래 3가지 인 것 같다.  

 

1. 고객한테 정말 문제가 있는가? 어떤 문제인가?   

2. 그 문제의 크기는 얼마나 큰가? 해결해 주었을 때 얼마나 큰 만족감이 있는가? 너무 만족해서 다른 사람한테 추천할 정도인가?

3. 나 또는 팀이 그 문제를 정말 잘 해결해줄 수 있는가? 솔루션을 제일 잘 만들 수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는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고객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찾아다녔다. 다짜고짜 주변에 은퇴하신 분이나 은퇴를 준비하는 분들을 소개받아 만나러 다니기도 했고, Facebook 광고를 돌려서 인터뷰 대상을 모집해보기도 했다. 실제 이게 고객의 문제인지,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간단한 랜딩페이지나 웹서비스를 만들고 광고를 돌려보면서 전환율이나 전환당 단가를 보며 검증해나갔다.

 

 

How; 어떻게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이런 과정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선 철저하게 Paul Graham의 <어떻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는가?> 를 참고했다. 미래에 예견될 문제들,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을 상상해보고 그런 문제들이 현재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찾아보면서 시니어 시장과 교육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다음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되는데,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쉬운 No-code tool을 활용해서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전 창업 때는 웹사이트 하나 만든다고 개발자 찾는 데 수 개월, 디자이너 찾는데 수 개월 보내면서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 근데 그냥 혼자 no-code 툴 학습하면서, 여러 레퍼런스 서비스 디자인 참고해서 만들어보면 일주일도 안 돼서 프로토타입은 만들게 된다. 나는 아임웹, 식스샵, softr, webflow, bubble, airtable, listly 등을 활용했다.

  그러다가 장기요양 관련 서비스로 PoC를 어느 정도 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때부터 공동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를 만나러 다녔다. 실제로 투자 직전에 CTO님이 합류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 제품을 만들고 출시했다.

  올해의 목표는 단순하다. 1,000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매주 5%씩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가는 것 밖에 없다. 언젠가는 매주 5%씩 성장시키기 위해서 시도했던 이야기들을 블로그에서 할 수 있길 바란다.

 

 

장한솔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