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문화는 단순히 채용의 효율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 MZ세대가 채용에서 부상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처음 등장한 것이 MBTI였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란 성격 유형 검사의 한 종류로,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등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MBTI란 칼 융(C. G. Jung)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여 1944년 미국에서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보다 쉽고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지표이다.

 이른바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은 MBTI 테스트처럼 자기 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를 붙인 뒤, 해당 유형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임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접촉이 줄면서 실존적 불안감을 줄이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심리 검사라도 확인하려는 경향과 맞물리며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MBTI 4가지 선호 경향

 



그러나, 문제는 재미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MBTI가 채용 현장에 파고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게임처럼 소비되던 ‘MBTI 성격유형검사’가 기업의 채용 과정에 핫이슈로 등장했다. 처음 MBTI가 채용에 들어올 때는 취지가 MZ세대를 이해하고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자소서를 써보라는 것으로 별로 저항감이 없었다. 예를 들면, LS그룹의 자소서는 젊은 층에서 일종의 자기소개서처럼 쓰이는 MBTI를 통해 쓰니 오히려 막연하게 작성하는 것보다 최대한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SH수협은행은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직무 분야를 작성할 것”이라고 명시하면서 입사 지원서 자기소개서 항목에 MBTI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기재하도록 했다. 아워홈도 ‘MBTI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고 했다.

예를 들면 ENFJ유형이라면 공감 능력이 있어 남들에게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상냥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반면  감정 기복이 있는 경우도 있고 남들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성향이다. 감정보다 이성으로 판단하려고 객관적 사실을 찾아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격의 장단점처럼 쓰다 막히기 쉬운 자소서 문항에 대한 답변을 MBTI 유형으로 소개하면 보다 쉽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서 지원자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MBTI 유형을 면접 전형에서 활용하면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자마자 취업준비생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위메이크에서는 면접 대기 시간에 아이패드를 주면서 MBTI 검사를 요구했다. 위메이크 관계자는 “MBTI 검사 결과가 면접 점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면접 대기 시간 때 3분 정도 긴장 푸시라고 진행했다”면서 “MBTI 결과를 바탕으로 스몰토크를 하면서 면접을 시작했다. MBTI는 아이스브레이킹용이다”라고 밝혔다. 아워홈 관계자는 “MBTI 자소서 문항은 지원자의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또,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해 지원자의 차별화된 자소서가 작성될 수 있도록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인·적성 검사와 연계해 지원자들의 성향 파악 등 면접 자료로 활용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알바천국 설문조사(20대 1990명 대상)에 따르면 MBTI 유형을 채용에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6%가 반대했다. 반면 나머지 39.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MBTI 결과만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성격 전체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74.8%·복수응답)는 의견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MBTI 특정 유형에 대한 편견으로 채용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불합리하다'(65.8%), ‘MBTI 검사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기 때문(50.5%)’,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MBTI에 대한 불이익이 걱정돼서'(48.5%),  ‘업무 능력과 성격 유형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서(45.0%)’ ‘또 하나의 자격조건으로 구직 과정에서 부담이 늘어나서'(24.1%) 등  의견이 있었다.

 찬성 측은 오히려 MBTI 유형에 대한 정보가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근무 분위기에 적합한 성격 유형이면 업무 효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해서(56.3%·복수응답)’, ‘MBTI로 성격 유형을 미리 참고할 수 있어서'(54.9%), ‘성격 유형에 맞춰 직무 등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어서'(43.1%), ‘MBTI 유형이 잘 맞는 동료와 일하면 근무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41.3%)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 중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이 있는 이들(646명)과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들(798명) 등 총 1444명에게 구직 중 MBTI 유형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묻자 5.4%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97.0%가 MBTI 유형 테스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해당 결과에 대해서 신뢰한다는 응답은 87.8%에 달했다.

 

 

출처 – 알바천국

 



더불어 알바 구직자 중 49.5%는 실제 아르바이트 채용에서 합격 가능성이 특히 높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MBTI 유형이 있다고 답했다. 알바 구직자가 꼽은 합격률이 높을 것 같은 MBTI 유형은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50.3%(복수응답)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ESFJ(사교적인 외교관, 34.1%) ▲ESTJ(엄격한 관리자, 25.9%) ▲ENTJ(대담한 통솔자, 25.0%)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 24.7%) ▲ISTP(만능 재주꾼, 14.7%) 등이 이었다.

반대로 합격 가능성이 낮을 것 같은 MBTI 유형으로는 ‘논리적인 사색가’로 대표되는 ‘INTP(41.6%,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INFP(열정적인 중재자, 40.9%) ▲ISFP(호기심 많은 예술가, 23.8%) ▲ISTJ(청렴결백한 논리 주의자, 15.9%) ▲ENTP(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14.1%) 순이다.

현재 알바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중 29.4%도 실제 아르바이트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거나 혹은 부담스러운 특정 MBTI 유형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꼽은 함께 일하고 싶은 유형 1위는 ‘ENFP(34.9%, 복수응답)’가 차지했고 ▲ESFJ(사교적인 외교관, 20.9%)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 19.1%) ▲INFP(열정적인 중재자, 17.4%) ▲ISTP(만능 재주꾼, 17.4%)’ 등이 차례로 집계됐으며, 함께 일하기 부담스러운 유형으로는 ‘ENTP(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와 ‘ESTJ(엄격한 관리자)’가 29.8%의 응답률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MBTI 자가채점용 정식 진단지

 



 문제는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MBTI 검사’는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한 정식 검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 검사는 기존 MBTI 검사 내용을 활용한 간이 검사로, 문항이나 방식이 정식 검사와는 다르다. 게다가 MBTI 유형은 개인정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MBTI 유형을 채용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취준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 유형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이 도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 외향적 성격(E)을 가진 사람이 영업을 잘할 것이라는 것도 편견이다. 실제 현장에서 내성적 성격(I)이 더욱더 잘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MBTI 유형을 채용에 사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INFP, INTP 등 일부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내건 구인 공고까지 나오자 취준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MBTI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이 잇달아 MBTI 검사 결과를 채용에 도입하자 취준생들 사이에선 어떤 유형이 취업에 유리한지 MBTI 유형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젠 성격도 스펙이냐’는 취준생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트렌드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따라서 신입사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신입사원을 교육해 육성하겠다는 ‘빌드(Build)’ 관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준비된 사원을 바로 업무에 즉시 투입해 사용하는 ‘바이(Buy)’ 관점으로 변화했다. 오죽하면 ‘경력직 같은 신입’이라는 말이 등장하겠는가. 최근 채용면접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요소는 전공의 직무 관련성, 직무 관련 프로젝트, 직무 관련 근무 경험, 직무 관련 전문성, 업무에 대한 이해도, 등 직무적합성이다. 물론 성격에 따라서 어떤 업무를 하는 데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격이 마치 역량 평가처럼 치부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채용 기업은 기존 MBTI 성격 유형을 손쉽게 지원자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MBTI 성격유형은 맞다/틀렸다를 판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한 도구다. 개인의 성향으로 채용을 반영하는 것은 더욱더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윤영돈 코치 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