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인정과 칭찬, 그리고 성공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대개는 맞다. 적어도 팀의 리더, 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니어 시절에는 팀장이라는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 팀장보다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함께 할 3년에서 5년 선배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연차가 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악착같이 팀장이 되려는 이들이 있는 반면, 누구는 어떻게든 팀장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팀장이 되고 싶지 않은 걸까?

 

 


 

 

팀장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회사

 

팀장이 되지 않아도 다니는 데 지장이 없는 회사가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전문성을 쌓은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하되 리더 역할은 맡지 않아도 괜찮은 회사인 경우가 그렇다. 이런 회사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성장한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다. 팀장이 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야 하는 분위기였다면 주니어 때부터 생존 본능이 살아났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본인도 팀장이 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거쳤던 회사 중에도 팀장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던 곳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팀장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되기 2, 3년 전에 대부분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아마 당사자들은 훨씬 전부터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 시기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팀장이 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직원들은 멀리서 지켜봐도 ‘아, 저 선배는 팀장이 될 마음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선 그으면서 ‘여기까지는 제가 책임지고 처리할게요. 대신 그 외 업무를 저에게 줄 때는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합니다’라는 식이다. 

A차장도 비슷한 경우였다. 그와 가까운 사람 모두 그가 팀장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 ‘장난이라도 나보고 팀장 되라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 회사 문화였다. 어쨌든 A차장은 본인이 10년 넘게 해왔던 업무를 큰 변화 없이 가능한 오래 하고 싶어 했다. 물론 경영진의 의지와 회사 문화가 변함에 따라 본인도 언제까지 자기 업무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천천히 변화를 맞이하고 싶어 했다. 

동기인 B차장은 반대였다. 팀장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온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B차장 같이 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회사 생활이 달라진다. 

 

 

 

 

팀장이 되겠다는 의지가 불러오는 가지 변화

 

가장 변화는내가 팀장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라면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는 것이다그리고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점에 대해서는 끌어올리기 위한 기회를 찾는다. 예를 들어 팀장이 되기에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본인 역할이 아니어도 팀 프로젝트가 발생할 경우 자원해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는다. 팀장이 되려 하지 않는 A차장은 자신한테 맡길까 봐 노심초사하겠지만, 팀장이 되고 싶은 B차장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이다. 

다음으로 팀장이 생각이 있으면 본인 업무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업무에 관심을 갖는다. 당연한 수순이다. 본인이 팀장이 되면 결국 모든 팀원들이 맡고 있는 일들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팀 미팅에서 서로 돌아가며 본인 업무 현황을 공유할 때, A차장은 본인 업무 이야기를 하고 나서 다른 직원들 이야기는 편한 마음으로 듣는다면, B차장은 다른 직원들의 업무 공유 내용을 귀를 쫑긋하고 듣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묻거나 미팅이 끝나고 질문한다. 이런 활동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뿐 아니라 팀 전체 업무를 꿰뚫어 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역량을 조금 넘어서는 목표를 잡는다. 업무에 큰 변화가 없다면 경험이 쌓이면서 업무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남은 본인의 리소스는 조금씩 추가되는 업무에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자 한다면 본인의 주요 성과 지표(KPI)를 잡을 때, 남들과 비슷한 목표 또는 전년도와 비슷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KPI 하나를 추가하고 더불어 본인의 영역 중에서 확장성이 높은 것을 정해 다른 부서, 다른 사업부까지 확장하려는 시도 등의 노력을 한다. 그것이 본인의 역량을 조금 뛰어넘는 것이어도 그 목표를 설정하고 또 수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실력 향상을 노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팀 내외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자신이 팀장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팀장 승진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그렇지 않은 이들과 여러 면에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팀장이 되려 하지 않는 가지 이유

 

호기롭게 직장 생활을 했던 시절 아주 잠깐 동안 팀장이 되려는 마음이 없는 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던 때가 있었다. 적절한 때가 되면 팀장이 되고 팀원들을 두고 업무와 프로젝트를 리딩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다. 내가 경험했던 팀장이 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팀장의 자리에서매니징 하기보다 본인 고유의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 팀장이 하는 업무는 팀원과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인사’와 ‘관리’이다. 팀원들의 평가에 대한 책임이 있고, 팀이라는 작은 배가 순항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특히 약한 사람이 존재한다. 심지어 내가 만난 이들 중에는 팀장의 자리에 앉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의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보다 자신이 잘하는 직무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 

압박이나 스트레스에 약한 경우도 적지 않다. 팀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팀장은 육체적인 압박보다는 정신적인 압박이 크다. 현업인 경우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 최소 분기마다 쫓아다닌다. 위에 임원으로부터 실적, 팀 관리, 잦은 보고에 대한 압박이 내려오면 일단 팀장이 이를 오롯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팀원들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팀장의 얼굴에 다 쓰여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팀장이 많은 조직일수록 팀장이 되려 하지 않는 팀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올인하고자 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내가 겪었던 모든 회사에서 팀장은 최소한 회사와 어느 정도 궤도를 같이하는 위치였다. 팀장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회사는 조금 다르다. 팀원일 때보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얻게 되는데, 그것이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 크게 한다. 팀원일 때는 회사의 실적보다는 개인의 성과 평가에 더 신경이 쓰이지만 팀장은 팀, 사업부, 회사의 실적 모두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이고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 올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워라밸, 자기 개발, 부캐(제2의 캐릭터)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여기에는 자신의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아닌 이유도 있다. 

 

 

혼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individual contributor(개별 기여자) 포지션이 늘고 있다.

 

 

혼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익숙한 직장 생활

 

최근에는 외국계 회사뿐 아니라 국내 회사 역시 individual contributor(개별 기여자) 포지션이 늘고 있다. 팀장이나 팀원이 따로 없고 혼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포지션이다. 상시적으로 누군가의 지시를 받거나 협업하기보다 혼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의외로 individual contributor를 찾는 회사가 많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본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고, 대부분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협업 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리스크나 업무 지연 등의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다른 직장보다 팀장이 되고 싶지 않은 직원들이 많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individual contributor의 경우 리더십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아서 팀장이 되기 힘든 이유도 있다. 

 

 

팀장은 의지가 있는 중에 준비된 자가 맡는 자리

 

직장 생활에서 내가 내린 작은 결론이다. 팀장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직원 중에 준비된 자가 팀장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주위에 좋은 팀장을 만나지 못해 불행한 선후배 동기들을 많이 본다. 작년 연말, 자신을 괴롭힌다던 팀장이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지 않고 올해도 함께 해야 한다며 괴로워하던 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슷한 또래 동료 10명이 있다고 하자. 모두가 팀장이 될 자질이 있을까? 나는 모두가 다 자신의 업무를 잘할 가능성은 있어도, 모두 팀장이 될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명 중에 팀장이 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사람, 또 그중에 팀장으로서 준비된 자가 팀장을 하도록 하면 팀장이 더 이상 팀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팀장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조금 지나친 예가 될 수 있지만 실리콘 밸리에 있는 지인이 얘기해준 본인 팀의 모습을 소개한다. 팀장 포함 총 10명이 있는 팀이다. 팀원 9명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팀장은 어떤 사람일까? 9명 모두를 실력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일까? 아니다. 심지어 팀원 중에 팀장보다 나이 많은 직원이 여럿 있다. 지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팀장이 된 거죠? 지인이 나한테 알려준 점은 딱 두 가지였다. 

먼저, 팀장은 팀원보다 모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팀장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다. 팀장으로서 팀을 대변해 이야기할 수 있고, 팀원들이 시너지를 내서 팀 목표를 달성하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을 팀장으로 세운다고 한다. 팀원들로부터도 리더십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는 사람을 업무 능력과 연차만 가지고 팀장으로 세우지 않는다. 그것은 팀이 망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팀장이 팀원들보다 연봉이 높아야 한다는 보장도 없다. 대체 불가한 업무 능력이 있는 팀원이 팀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적용하기까지 시일이 꽤 걸릴 것이다. 그런데 프로 스포츠의 경우를 예로 들면 오히려 이해가 빠를 수 있다. 프로 구단에서 아무리 뛰어난 감독도 연봉은 수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스타 선수의 연봉은 수십억 원이다. 회사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어도 팀장이 연봉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시기가 우리나라도 올 것이다. 

 

 

본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 포지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팀장이 되지 않아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 본인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이 있다면 그리고 굳이 팀장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면 충분하다. 실리콘 밸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반 직장에서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본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 포지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역할이 갖는 가치에 따라 연봉이 따라오고 인정받는다면 팀장 자리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팀장 자리도 결국 역할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실리콘 밸리 지인이 알려준 이 두 가지를 통해 팀장은 팀장 역할을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 팀장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맡는 것이 가장 좋다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기업의 경영진들이 시대의 변화를 조금 빨리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적용하려 한다면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시간 고군분투하는 모든 팀장을 응원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팀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서로 기댈 수 있는 팀원들과 달리 아무 기댈 곳 없는 팀장의 자리에서 외롭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서 임원보다 뒷담화를 많이 듣는 사람이 팀장이 아닐까 싶다. 그런 팀장의 자리를 이제는 그 업무에 자격을 갖춘 이들 중에서 원하는 이들에게 맡겨 보는 시도를 해보자.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