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간에도 동업하지 말라~ 친한 사이일수록 동업은 하면 안 된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어 온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 얘기가 현재의 스타트업 판에서 통하는 얘기일까?

나는 정말 잘못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타트업 생태계에서만큼은 동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생계형 창업이 아닌 기술 창업일 경우, 합이 맞는 드림팀을 꾸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필자 역시 나보다 10살 어린 동업자와 함께 비주얼캠프를 공동 창업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내가 창업할 수 있었을까. 이 순간까지 회사를 끌어올 수 있었을까? 대답은 단연코 NO다. 공동 창업자가 아니었다면 우리 회사도 없었을 것이고, 공동 창업자도 나에 대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코파운드는 운명공동체! 스타트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오는 동안, 서로의 역량이 보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의 현재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동업을 하면 일도 망치고 사람도 잃는다고들 하는데, 동업을 해서 망할 거라면 혼자 해도 망한다. 오히려 함께하면 망할 확률이 반으로 줄어든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성향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순간, 실패 확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트업계에서는 2~3인의 공동 창업으로 출발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글로벌 IT업계를 대표하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도 모두 동업으로 탄생됐으며, 유니콘 스타트업이 된 에어비앤비도 개발자와 디자이너 두 사람의 공동 창업자가 만든 기업이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정보 사이트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0만 달러 이상 투자금 유치에 성공한 창업 기업 7,348개 중 54.1%가 두 명 이상의 동업으로 설립됐다고 한다. 또한 미국 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500인 이하 중소기업 중 1인 소유인 곳은 16%이고, 2인 이상 동업자가 만든 법인이나 공동 소유는 77%에 이른다고 하니, 동업은 스타트업계의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 460억원을 기록하며 수산물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얌테이블’은, 누적 투자만 155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바로 59세의 김양환 대표와 무려 20살이나 어린 주상현 대표가 함께 신구조화를 제대로 일궈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진력과 트렌드를 읽는 눈이 남다른 주상현 대표와, 경륜과 네트워크, 회사 운영 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59세의 김양환 대표가 의기투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덕분에, 영화 《인턴》에서나 보던 멋진 시니어+주니어 동업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출발해서 창업 5년 만에 200억 매출을 올리는 가습기 기업 ‘미로’의 경우도 3명의 공동 창업자가 함께 창업했으며, 올해 하반기 IPO를 앞두고 있는 지인 추천 기반의 구인구직 플랫폼 ‘원티드랩’도 4인의 공동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운영 중이다. 창업 5년 만에 매출 1500억원을 넘어서며 수출 국가대표 기업으로까지 성장한 뷰티 스타트업 ‘에이피알’도 대학생 두 명이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동업을 통해 성장하고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동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동업의 장점은 뭘까? 나는 동업으로 얻는 이점이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핵심 역량을 보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창업팀들이 사업 아이템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부족한 자본과 인력 문제를 이겨 내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투자자를 설득할 수도 있다. 만약 핵심 기술이나 서비스를 구현해 낼 공동 창업자가 없어서 외부에서 이를 조달하려고 한다면 과연 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이런 스타트업에게 과연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아무리 대단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창업자라고 해도, 창업자 한 사람이 사업구현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다 갖추고 있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마케터 출신 창업자라면 기술 역량은 당연히 좀 부족할 것이고, 개발자 출신 창업자라면 디자인 감각이나 영업 능력은 부족할 확률이 높다. 기술자와 마케터의 머리는 다르다. 기술자 2명이 모이면 1+1=2이지만, 기술자와 마케터가 모이면 1+1=최소 3, 4 그 이상의 시너지가 난다.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와 전략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서 시행착오의 위험을 줄일 수가 있다. 더구나 공동 창업의 경우, 사업을 시작할 때 부족한 자금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점도 크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의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는 자기 확신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자칫 독단으로 빠질 수도 있고, 시장을 무시하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이질적인 특성을 가진 공동 창업자가 서로 다른 지식과 정보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천재도 1명일 때는 실수할 수 있지만, 2명 3명이 의견을 모으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서로의 의견이 달라 자주 싸운다는 점은 필연적이다.

세 번째는,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심적 위안이 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라는 험난한 망망대해를 건너다 보면 지칠 때도 많고,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어떨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고난과 위기를 함께 나눌 수 있고, 말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만큼, 같은 목표를 가진 공동 창업가의 존재는 다시 힘을 내서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그대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듯이. 아픔도 기쁨도 함께. 

최근 국내의 유명 벤처투자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자수성가의 시대가 끝나고, 여럿이 힘을 합쳐 성공하는 ‘다수성가’의 시대가 됐다고 말이다. 정말 공감한다. 사업은 혼자서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공동 창업자와 팀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이 명언은 스타트업에게 동업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하는 멋진 말이다. 나는 솔로가 아니다. 결코 외롭지 않다.     

 

 

“This is not a one-man show. My model for business is the Beatles.”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