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좋소 좋소기업(좋좋소)>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웹드라마는 ‘중소기업 판 미생’이라 불리며, 2021년 웹콘텐츠 시장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1화가 공개되자 2주 만에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집중시켰고, 과몰입하는 좋좋소 폐인들을 만들어내며 인기 TV드라마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유명 스타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고도 시즌3 전체 26화 누적 조회수가 5,000만이 넘는 대박 신화로, 출연 연기자들은 CF까지 찍는 스타가 되었다. 

 

 

www.youtube.com/watch?v=kEH-ABsHbFI&t=16s

 

 

1. 새로운 문법의 웹드라마

 

<좋좋소>는 기존 한국 웹드라마들이 보여주었던 관행적인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대부분 웹드라마의 일반적 공식은 10대 콘텐츠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신인 아이돌그룹의 멤버나 막 떠오르는 신예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섭외하여 판타지와 B급 정서를 담은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좋좋소>는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로 웹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에 대한 멸칭인 ‘좆소’와 같은 발음의 ‘좋소’를 반어적으로 사용하여 제목을 <좋소 좋소 좋소기업>이라고 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좋좋소>는 웹드라마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허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페이크 다큐로 보일 정도로 높은 현실감을 보여준다. 다큐 같은 수준의 현실 재현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실을 큰 과장이나 왜곡 없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스토리에 대해 대부분의 콘텐츠 소비자들이 좋은 점수를 주고 있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기업 드라마 ‘미생’과 비교되기도 한다. 

전문 드라마 제작팀의 웹드라마와 비교해보면 영상의 구도나 안정감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드라마의 의도를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영상 문법을 사용하고 있다. 손에 카메라를 들고 약간의 무빙을 주며 촬영하는 핸드헬드 촬영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모든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화면이 조금씩 흔들리는 이 방식으로 드라마가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출연 배우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무명 배우여서, 드라마의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촬영한 것 같은 분위기를 영상 속에서 구현하고 있어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라는 찬사까지 받는다. 출연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나 배역에 어울리는 외모에 대한 칭찬이 많은데, 특히 사장 역의 ‘강성훈’은 실제 중소기업 사장이 아닐까 오해를 할 정도로 연기 하나 하나에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그전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재목들을 제대로 발굴하여, 드라마 스토리에 적합한 캐릭터로 탄생시킨 새로운 방식이 더 큰 성공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과장’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2. 웹콘텐츠 시장에서 배운 경험과 노하우

 

<좋좋소>는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제작했다. 그는 1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였지만,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자 뭔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야만 했다. 그런데 여행 유튜버로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인 웹드라마 제작을 그는 선택한다. 그것도 자신의 주요 콘텐츠였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중소기업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였다. 여행 유튜버가 어떻게 중소기업을 무대로 하는 웹드라마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완성된 웹드라마는 빠니보틀의 채널이 아니라 <이과장>이라는 채널에 올려졌다. <이과장> 채널은 열악한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경험과 제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알려온 유튜브 채널로, 당시 20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채널보다 구독자 수가 훨씬 적은 채널에 <좋좋소> 영상을 올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채널 구독자 20만 명 모두가 웹드라마를 본다 해도, 사실상 드라마 제작비 회수는 불가능했는데, 그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이렇게 무모한 듯 보이는 그의 결정은 웹콘텐츠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구독자 100만 명을 만들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시행착오로부터 그는 웹콘텐츠 시장을 이해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는 전문적인 영상 교육이 필요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웹콘텐츠 시장에서는 이러한 과감한 도전이 가능하다. 웹콘텐츠 시장은 창작자가 어떠한 콘텐츠든 제작하여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고, 결국 완성된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로 승부가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과장> 채널에 업로드를 결정한 것은 웹콘텐츠 시장에서는 단순히 구독자 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심사나 취향이 일치하는 콘텐츠 소비자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웹드라마 <좋좋소> 시즌1의 5화 제작비 모두를 자신의 사비로 충당하는 모험을 결행하였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대박을 냈다. 시즌3 이후에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좋좋소>가 제작되면서 본업인 해외여행을 다시 시작했지만, ‘빠니보틀’은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에서 드라마 기획자이자 작가 그리고 감독으로 변신하였다. 전문 영상 제작자가 아닌 유튜버로서 기존의 TV나 영화 콘텐츠에 버금가는 임팩트를 콘텐츠 업계에 안겨준 ‘빠니보틀’. 그의 성공 비결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용기와 웹콘텐츠 시장의 밑바닥 경험으로부터 체득한 노하우의 결합에 있다 하겠다. 

 

 


 

 

< 고PD의 웹콘텐츠 읽기 >

 

1. 공부왕 찐천재

2. 슈카월드

3. 피식대학

4. Jane ASMR 제인

5. 숏박스

6. 머니게임

7. 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One Million Dance Studio)

8. 와썹맨

9. 빠니보틀

10.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

 

 

고찬수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