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유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빠니보틀(Pani Bottle)’.

‘빠니(Pani)’는 힌디어로 ‘물’을 의미하고, ‘보틀'(Bottle)은 영어로 ‘병’이라는 뜻으로, 생소한 이름인 ‘빠니보틀(Pani Bottle)’은 그냥 ‘물병’이라는 의미다. 이런 특이한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인도 여행 중 기차에서 병에 든 물을 파는 상인이 외치던 이 소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명은 ‘박재한’으로, 춘천 출신의 평범한 30대 남자인 그는 어떻게 한국 최고 인기의 여행 유튜버가 되었을까?

 

https://www.youtube.com/c/%EB%B9%A0%EB%8B%88%EB%B3%B4%ED%8B%80PaniBottle

 

 

1. 직업으로서의 유튜버

 

한 때 웹툰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그 후 2019년 1월 ‘빡시게 세계여행 빠니보틀(Pani Bottle)‘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만들고 여행 전문 유튜버를 시작한다. 그가 여행 전문 유튜버를 시작한 것은 직업으로서 여행 영상 제작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는데, 단순 취미가 아니라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존 여행 유튜버들과는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채널을 만들었다. ‘빠니보틀’은 다른 여행 채널에서는 보기 어려운 힘들고 독특한 여행지만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중 인도 기차 여행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며 구독자 수가 급속히 증가했고, 2021년 10월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는 한국의 대표 여행 유튜버가 되었다. 현재 1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로 대한민국 여행 유튜버 중 구독자 수 1위이자, 대한민국 여행 유튜버 중 유일한 구독자 수 100만 타이틀을 갖고 있다.(현재 2위의 여행 유튜버는 약 7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2. ‘날 것의 느낌’과 ‘균형 잡힌 시선’

 

그의 영상에 담긴 여행지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소와 체험으로 가득하다. 일부러 한국인들은 거의 가지 않는 지역들을 방문하고 있는데, 세상에 저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특이한 오지를 찾아내서 여행한다. 혼자 하는 배낭여행이 주는 낭만적인 이미지와 오지여행이 주는 극한의 경험이 묘하게 섞인 영상을 보여주며 다양한 계층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인도 기차 여행 영상’을 예를 들어보면, 실제 인도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꼴등칸 열차를 타고 선반 위에서 잠을 자며 현지인들의 리얼한 모습을 영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지만 힘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 독특한 장소의 리얼한 모습을 그는 상당히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전달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섬(콜롬비아 산타크루즈 섬) 영상’에서도 저런 곳이 있었구나하는 호기심과 함께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 편견 없이 바라보는 그의 시선으로 영상을 보는 내내 흥미를 자아낸다. 숙소나 음식 등 현지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전달해주고 있어서 관광지를 보여주는 다른 영상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유튜버가 가지고 있는 날 것의 느낌과 독특함이 있으며, 여기에 진행자의 균형 잡힌 시선이 더해져 있는 좋은 콘텐츠라 하겠다.

 

 

 

 

3. 영상 구성 감각

 

영상 초반에 여권 출입국 도장 같은 ‘빠니보틀’ 로고가 나오고, 영상의 끝 부분에는 느낀 점을 세 줄 요약하는 통일성을 영상마다 사용하고 있는데, 그가 영상 구성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영상에 사용되는 음악에 대해서도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사실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촬영을 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행위는 글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여행을 하면서 촬영한 영상을 스스로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그는, 영상으로 글을 쓰는 여행 작가다. 영상 관련 일을 했던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상 촬영과 편집 그리고 전체 구성에서 영상 작가로서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런 영상 구성 감각은 과거 웹툰 창작활동을 했던 이력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디시인사이드의 카툰 연재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작품을 꽤 올렸던 콘텐츠 창작자였기에 그는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구성에 단련이 되어있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웹툰과 여행영상 제작으로 단련된 그의 영상 구성 실력은 코로나로 인해 여행 영상을 만들 수 없었던 2021년, 직접 기획하고 대본과 연출까지 해낸 웹드라마 ‘좋소좋소 좋소기업(좋좋소)’에서 진가를 보여주게 된다. 중소기업 판 미생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좋좋소’는 2021년 최고 인기 웹콘텐츠 중 하나로, 인기에 힘입어 OTT 왓챠의 오리지널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다.

‘빠니보틀’ 채널의 영상들은 조금 거친 촬영과 편집 등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제외하면 기성 방송전문가들의 콘텐츠와 비교해서 얘기를 해봐도 좋을 정도로 안정감이 있다. 사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새롭고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만 평가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제작 스킬이나 내용의 깊이 등에서 기성 콘텐츠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세대들의 등장으로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거대 방송사나 프로덕션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던 프리미엄 영상 제작이 개인적인 작업으로도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빠니보틀’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빠니보틀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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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빠니보틀

 

 

고찬수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