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이상 성장한 기업이 모멘텀을 잃는 이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는 빠른데 비해, 그에 걸맞은 좋은 리더의 수급은 그 정도 속도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에 근무하던 한 스타트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회사는 Product – Market Fit을 찾은 이후 정말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합류하기 바로 얼마 전 40-50명이 근무하던 회사가 내가 합류하는 시점에는 벌써 갑자기 100명이 되어 있었고, 내가 입사하고 난 뒤에는 매년 200명씩 인원이 늘어 입사 후 2년이 조금 지나자 회사 인원이 500명에 다다르는 수준이 되었다.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영역도 빠르게 넓어졌다. 인접 시장 확장부터 밸류체인 확장, 글로벌 확장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중요한 새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도 많이 늘고, 모든 사세가 빠르게 불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현상이었을까?

 

모든 사세가 빠르게 불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회사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인원이 일정 이상 늘어나면서 회사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사업 범위도 많아지고, 이끌어야 할 구성원도 많아지는데 각 사업을 제대로 이끌어줄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가 극도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리크루팅이나 인터뷰를 허투루 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그 회사의 개개인을 보면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개발자, 좋은 마케터, 좋은 디자이너…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개발, 마케팅, 디자인 등 특정 기능을 잘 수행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 전략적 감각, 제품과 고객에 대한 집착, 종합적 비판적 사고 등을 고루 갖추고 사업 하나를 완성도 있게 이끌 수 있는 ‘진짜 리더’는 더 중요하고, 더 희소하다. 특히 IT 스타트업 시대에 IT와 비즈니스를 고루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문제는 당시 그 회사에 정말로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했다. 사업 영역은 계속 넓어지는데 각 사업을 완성도 있게 이끌어 줄 인재가 너무도 부족했던 것이다. 외연은 커지는데 내부는 부실했다. 새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나 사업들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실패했고 결국 거품처럼 쌓여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좋은 리더를 제때 수급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일을 벌인 대가를 치르게 됐던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창업자라는 좋은 리더의 힘으로 성장한다. 어느 이상 성장하면 창업자가 모든 사업과 지표를 다 직접 보고 챙기기 어려워진다. 창업자가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모든 회사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진통을 겪게 된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창업자가 챙길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는 무리하게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리더를 좋은 조건에 잘 수급하여 그들이 이 회사를 더 크게 만들도록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경영자들은 후자를 통해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게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독려할 수 있는 그릇을 가진 기업만이 창업자의 역량을 넘어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좋은 리더는 극히 드물다. 사실 이 정도 역량이 되는 사람은 본인이 회사를 나가서 직접 사업을 해도 일정 수준 이상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회사를 품고 같은 비전을 보고 나가게 하려면 그만큼 좋은 보상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리더를 잘 영입하고
그가 잘 성공하도록 독려하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된다

 

Zero-to-one, 스타트업의 초기 성공은 창업가의 역량과 시장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One-to-ten, ten-to-hundred는 좋은 Entrepreneurship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잘 영입하고 그들이 성과를 내게 하는지에 달렸다.

회사가 커질수록 그에 걸맞은 리더십과 오너십을 가진 사람은 정말 부족해진다. 빠르게 크는 회사일 수록 더 그러하다.

 

해당 콘텐츠는 Man on the Grid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