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과거 함께 열심히 일하던 한 팀이 있었다. 그 구성원들이 늘 물어보는 질문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우리의 경쟁사는 누구인가요?’

솔직히 그때도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질문이 왜 필요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짐작컨대 사람들은 경쟁사를 정하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모든 것이 명확하고 심플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경쟁사 설정이 중요하고 이를 강하게 의식했던 모든 구성원들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경쟁사가 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이러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저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한 사람들은,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경쟁사를 똑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국 그 팀은 경쟁사와는 차별점이 아무것도 없는 무색무취의 사업이나 기능들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경쟁사와 아무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유저들은 그들이 만든 서비스들을 점차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경쟁사가 우리보다 선도사인 경우 그 현상은 더 심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더 유명하고 익숙한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차별점도 하나 없는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경쟁사를 이기고 싶었다면 경쟁사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가 하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는 다른 문제를 발굴해서 차별화를 이루었어야 했다.

바보 같이 들리겠지만 이것이 실제 10번 중 9번은 일어나는 ‘경쟁의 함정’이다. 사람들은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사를 마구 분석하기 시작한다. 경쟁사가 우리보다 잘하고 있는 점, 못하고 있는 점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경쟁사가 우리보다 잘하는 부분이 보이면, 그것 때문에 경쟁사가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고 심정적으로도 이를 그저 용납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갖추자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경쟁사를 따라간다. 하지만 경쟁사가 잘하는 부분은 뒤늦게 우리가 따라가기 어렵다. 그렇게 우리는 경쟁사를 따라 하는데 노력과 시간을 잔뜩 쏟고, 결국에는 경쟁사의 강점을 뛰어넘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우리만의 차별성도 점점 잃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아, 이게 아니었구나’라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아, 이게 아니었구나’라고.

 

 

진짜로 잘하는 팀은 경쟁사를 분석은 하되, 경쟁사가 하지 않는 것을 노린다. 그리고 경쟁사보다는 유저와 시장을 더 집요하게 분석한다. 어떻게 다르게 할지를 생각하고, 어디서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지를 생각한다. 기존에 있던 것을 재조합할 수는 있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그냥 시작부터 패하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아는 유니콘들 역시, 기존에 잘하던 업체를 그대로 카피해서 유니콘이 된 기업은 하나도 없다. 기존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이 아니라 기존 기업들이 놓치고 있거나 잘하고 있지 못하던 큰 시장을 새로운 각도로 잘라 들어가서 혁신을 만들고 유니콘이 되는 것이다.

시간을 돌려서 다시 돌아간다면 ‘우리의 경쟁사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던 그 팀에 이런 대답을 하고 싶다. ‘그게 왜 중요한가요?’라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여준영 대표님 하신 말씀 중 가장 좋아하는 한 구절을 첨부한다.

 

 

뛰어난 기획자가 남의 사례를 조사하는 이유는
그 사례들이 자기 기획서에 들어있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보통의 기획자와 뛰어난 기획자, 둘 다 기획 전에 유사 사례들을 조사한다.
보통의 기획자가 남의 사례를 조사하는 이유는 그 사례를 자기 기획서에 담기 위함이고,
뛰어난 기획자가 남의 사례를 조사하는 이유는 그 사례들이 자기 기획서에 들어있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 여준영 대표

 

 

해당 콘텐츠는 Man on the Grid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