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s)의 10가지 원칙’과 ‘좋은 서비스 디자인(루 다운 저)’을 함께 읽고 느낀 점을 기술합니다.   

 

궁극의 ‘공무원 감성’

 

공무원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보통 공공기관에서 혁신적인 시스템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대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행정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공무원 감성’은 그렇게 힙한 느낌은 아니다…

 

 

Job 아 보GO~ 이런 감성….

 



올해의 디자인 상을 받은 공공기관이 있다?

 

그런데 무려 2013년, 영국에서 공공기관이 올해의 디자인 상을 받는 사건이 벌어진다. 매년 영국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이 주관하는 ‘올해의 디자인 상(Design of the Year Award)’의 주인공으로 영국 정부 통합 사이트인 ‘gov.uk’가 선정된 것이다.

사실, 영국의 공공 디지털 서비스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여느 공공기관이 그렇듯, 각 정부 부처마다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했고, 또 그래서 개판이었다. 2010년 영국 정부의 디지털 대변인 마사 레인 폭스(Martha Lane Fox)가 쓴 보고서를 통해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영국 정부는 공공 디지털 서비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영국 국무조정실은 먼저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s)라는 산하조직을 신설했다. GDS는 그동안 개별 아웃소싱 방식으로 진행하던 웹사이트 개발ㆍ운영을 내부로 돌려 유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모았고, 정부 소속이지만 관료주의는 집어치우고 스타트업처럼 일했다.

 


“구글이 우리의 홈페이지다”

 


GDS가 설계 당시에 세운 원칙이다. 사람들은 정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궁금한 것을 찾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검색하는 곳은 구글이다. GDS는 사용자가 구글에 궁금한 것을 검색했을 때 필요한 정보가 담긴 GOV.UK로 이동할 수 있도록 검색 최적화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실제로 동일한 키워드 + 국가명을 구글에 검색했을 때, 영국의 경우 정부 페이지가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반면 미국의 경우 민간 페이지가 가장 상위에 노출됐다. 상위에 노출될 수록, 더 많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SEO라고도 불리우는 ‘검색엔진최적화’는 잘 만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시키도록 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웹페이지를 만들어도 검색어에 노출되지 않으면 트래픽은 낮을 수 밖에 없다. 보통 마케터에게 SEO가 중요하지만, 기획 시에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덕목이다.

 

 

민간 페이지가 상위에 노출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영국의 경우 정부 페이지가 가장 먼저 노출됨

 


GOV.UK의 10가지 설계 원칙


2013년, 지금으로부터 9년이나 지났지만, 이들의 전략은 아직까지도 배울 점이 많다.이들의 설계 원칙에서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알아보자.

 


1. 사용자 니즈로 시작하라



서비스 설계는 사용자 요구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올바른 것을 구축하지 못한다.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와 대화하라. 추측은 하지 마라. 사용자들에게 공감하라.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항상 그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



2. 적게 하라


정부는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만을 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해서 매번 무언가를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재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빌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ex.API)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앱들.

 



당연한 명제임에도 여러 대기업에서 우후죽순 앱을 만들고 있다. 마치 서비스=앱이라는 듯. 앱 없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음에도 이렇게 앱을 만드는 건, 디지털 뱅킹이라는 회사 기조 아래 성과를 보이기 위한 것일까 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3. 데이터로 설계하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기존 서비스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봄으로써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자. 단언하거나 추측하지 말자.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사용자 테스트를 반복하자. 분석은 항상 기본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읽기 쉬워야 한다. 이것들은 필수다.

Data Driven UX가 이제는 많은 국내 서비스에서 정착된 것 같다. Data만을 분석하는 부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Data TF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보는 부서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Data Report 등을 통해 각 부서에 Data를 이용해 얻은 Insight를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이때 비로소 회사 전체에 데이터를 더 많이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Data 전문 부서에 힘이 실리는 것을 경험했다.



4.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힘든 일을 하라.

무언가를 단순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쉽다. 어떤 것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특히 기본 시스템이 복잡할 때 훨씬 더 어렵지만,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항상 그래 왔다”고 하지 마라. 보통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점점 더 힘든 일이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다.



5.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 반복한다.

좋은 서비스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게 시작하여 마구 반복하는 것이다. MVP를 만들어서 사용자와 함께 테스트하고, 알파에서 베타 버전으로 이동하고, 기능을 추가하고,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삭제하고 피드백에 따라 개선하라. 반복하면 위험이 줄어든다. 큰 실패의 가능성을 두기보다 작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프로토타입이 작동하지 않으면 폐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6. 모두를 위해야 한다.

접근 가능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가능한 포괄적이고 읽기 쉬우며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우아함(심미성)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린 관객이 아니라 니즈를 위해 만들고 있다. 우리는 웹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위해 디자인하고 있다. 우리의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종종 가장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 대해 처음부터 생각해야 한다.

서비스 기획을 하면 할 수록, 예쁜 서비스보다는 매끄러운 서비스가 정말 좋은 서비스임을 느낀다. 여기 좋은 예시를 한개 들고 왔다.

 

 

 



많은 서비스에서 간결함을 추구하지만, 사용자는 늘 기획자가 원하는 대로만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휴대폰 번호를 변경할수도, 잃어버릴 수도, 혹은 청각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좋은 서비스는 막다른 길에서도 사용자에게 해결 방법을 주는 서비스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공감과 사용자에 대한 고민이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7. 문맥 이해

우리는 화면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 있을까? 통화 중일까? 페이스북에만 정말 친숙한가? 아니, 웹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걸까?



8. 웹사이트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서비스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의 일은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 상당 부분은 웹페이지가 될 것이지만, 우리는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세계는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비스의 모든 측면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에 추가해야 한다.

 



‘명사는 전문가를 위한 것. 동사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2017년 영국의 법무부는 수수료 감면 서비스를 개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감면’이라는 단어가 흔히 사용되는 말은 아니고 (영어로 remission),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금융과 관련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비스의 명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꼭 이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는 이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조사 끝에 해당 명칭을 ‘수수료 비용을 지원하다’로 표현했고, 더 많은 사용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9. 획일성이 아니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동일한 언어와 동일한 디자인 패턴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우리의 접근 방식이 일관되도록 해야 한다.

구속이나 규칙이 아니다. 모든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효과 있는 패턴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것들을 공유해야 하고, 왜 우리가 그것들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미래에 그것들을 개선하거나 바꾸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

최근 들어 Design System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비스가 커갈 수록, 수많은 페이지가 생겨나게 되면서 한 서비스 내에서도 일관성 없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일이 부지기수다. 담당자와 서비스가 불어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일관된 톤앤 메너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Design System이다.

 

참고 글 >

 


10. 프로덕트를 개방하라

할 수 있을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동료, 사용자, 세상에 공유해야 한다. 코드와 디자인, 아이디어, 기획 의도, 실패와 같은 모든 것들을 공유하라.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록, 더 발전하게 된다. 어이 없는 실수들이 발견되고, 더 좋은 대안들이 생겨나며, 기준은 높아진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오픈 소스 코드와 웹 디자인 커뮤니티의 자비 덕분에 가능했다. 은혜를 갚아라.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서비스의 기획 의도와 경험담, 그리고 조직 문화를 공유한다. 멋진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선대의 기술력 덕분이었듯,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공유하는 것은 다른 회사를 돕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서비스를 홍보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큰 밑거름이 된다.



GOV.UK의 디자인 시스템, 우리도 한번 써볼까

 

실제로 나는 고객사를 위한 어드민 페이지를 기획하면서, GOV.UK의 디자인 시스템을 참고했다. 아무래도 도 ‘영국 정부에서 배포한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하니 개발자를 설득시키기에도 쉬웠고, 실제로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해당 웹 페이지에서 영국의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 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어떤 정부 페이지에 들어가든, 위의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해 일관된 톤앤 매너를 보여준다.

 

 


어떤 정부 페이지를 들어가도 일관된 디자인의 웹사이트를 볼 수 있다.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