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과 변화에 관한 단상

 

 

 

 

1.

축구에서 공을 차는 각도가 아주 살짝만 달라져도,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 크게 변한다고 한다. 만약 15도 각도로 공을 찼을 때 골이 들어갔다면, 16도 각도로 차면 크로스바를 맞고, 17도 각도로 차면 골대를 빗나가는 것이다.

 

2.

프로덕트 혹은 비즈니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림으로써, 혹은 어떤 변화를 만들면서 프로덕트 혹은 비즈니스의 궤적, 더 나아가 회사 전체의 궤적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3.

실무 레벨의 예를 들어본다면 프로덕트에서 어떤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경한다고 할 때,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바뀐다. 디자인부터 시작해, 관련 정책, 기존 프로덕트 기능들과의 조화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것들이 바뀐다.

 

4.

실무 레벨을 넘어 상위의 비즈니스 전략 레벨로 올라가면, 특정 결정 혹은 변화 하나가 가져오는 영향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A라는 전략 아래 전체 조직이 최선의 실행을 했지만, A 전략이 실패했을 때, 비즈니스 레벨에서는 A-1, A-2 등 전략의 수정을 꾀할 수밖에 없다. 물론 A 전략을 한번 더 테스트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5.

이때 A 전략에서 파생된 A-1, A-2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실행 측면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이뤄놨던 것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짧은 시간 안에 아예 새로운 실행을 해야 할 수도 있다.

 

6.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을 수정할 때는 이와 연관된 영향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연관된 핵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상위의 전략 레벨에서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실무 레벨에서는 큰 변화가 된다. 전략에 맞춰 많은 것들을 실행하고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7.

상위 레벨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하위 레벨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다 알지 못한다. 그리고 다 알 필요도 없다. 가장 핵심적으로 변화하는 몇 가지 부분만 알면 된다. 상위 레벨에서의 결정이나 변경으로 인해 인지하지 못한 하위 레벨에서의 변화가 두려워 변화를 내리지 못한다면 최악의 판단을 하는 것이다.

 

8.

상위 레벨에서의 결정 혹은 변화가 빠르게 이뤄질수록, 또 변화의 폭이 클수록 뒤를 따르는 하위 레벨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힘들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노고를 인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장 상황 때문에, 우리 조직의 현황 때문에, 이런 변화를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9.

결정을 내리거나 변화를 내리는 과정에서, 모두의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다.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동의하지 않더라도 헌신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의 헌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인간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처럼 원대한 비전이나 미션을 제시하면서 구성원의 노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결정을 하거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면 솔직하게 현 상황을 말하고, 인간적으로 구성원의 힘듦을 이해하고, 또 솔직하게 이 힘든 상황을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11.

결정을 내리거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정이나 변화에 따라 잘 실행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특히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이 다를 때는 더 그렇다. 결정하는 사람은 빠르게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하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