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안 하는 이유 3가지

 

 

 

 

그동안 본디라는 신개념 메타버스 앱에 대한 글을 두 번 썼습니다. 본디를 사람들은 왜 할까? 그리고 왜 인기가 많은지를 파헤쳐보기도 했죠. 그 와중에 본디를 주제로 한 팀 회의도 진행했습니다. 열심히 본디를 찬양하던 저는 본디 인기가 오래 간다 vs 못 간다에 대한 질문에는 거침없이 ‘못 간다’로 답했습니다.

며칠 뒤 오랜만에 본디에 접속해보니 한동안 쉴 새 없이 내 방에 메모를 붙이던 제자들도, 하루 종일 자신의 아바타 상태를 업데이트하던 친구들도 전부 지난주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도 접속조차 안 한 거죠. 인스타그램에 한 동안 매일 올라오던 본디 홍보도 사라졌습니다.

제가 팀 회의 때 언급했던 ‘본디가 오래가지 못할 이유’는 메신저 경쟁력? SNS 경쟁력? 놀이 요소? 모든 질문에 No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대한 타격도 있겠으나 전 세계 언론에서 신나게 뒤흔들던 틱톡의 사례를 보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본디는 도대체 왜 반짝했다가 조용해졌을까요?

 

 


 

 

1. 익숙함의 소중함

 

메신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었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은 No를 넘어서서 Never에 가깝습니다. 메신저로서의 강점은 그 타깃을 전 연령대를 통틀어봐도 없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새로운 세대는 늘 새로운 소통 창구를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본디가 현재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 페이스북의 페메를 이길 수 있을까요?

 

 

‘한국인은 못참긔’ 본디(Bondee) 앱 실행 시 게이지바

 

 

내 본디 친구가 누른 몇 번의 클릭으로 내 휴대폰 알람이 수십 번 울리지만 내가 그 메시지를 확인하러 들어가려면 500메가의 어플을 심지어 로딩창을 거쳐 들어가야 합니다. 로딩창의 게이지바가 차오르는 시간만큼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멀어져 갔죠. 단순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려운 시간입니다. 이미 빠르고 익숙한 메신저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메신저로서의 경쟁력? Never입니다.

 

 

2. 내 일상을 공유할게 (사진 한 장으로..)

 

SNS로서의 경쟁력은 어떤가요? 내 상태와 방, 그리고 아바타를 감각적이고 귀여운 모습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본디는 매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타 SNS에 공유할 수 있게 포장해준다는 점에서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큰 강점을 가졌구요. 하지만, 본디 자체의 SNS 기능은 아쉽지만 거의 없습니다. 내 아바타 위에 귀엽게 말풍선이 뜨고, 내가 방금 찍은 사진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내가 클릭하지 않고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뭘 찍은 거야?’ 본디(Bondee)의 사진 공유 기능

 

 

사진을 편집하고, 필터를 씌우고, 친구를 태그 하며 AR필터로 게임까지 하는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기본카메라의 사진 한 장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SNS로서의 기능 또한 아쉽지만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플랫폼에 비해 떨어져 보입니다.

 

 

3. 둥둥 떠다니며 놀자!

 

본디의 앱 크기는 501.6mb입니다. 최근 출시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다운로드 용량이 638mb 이죠. 자, 이 정도로 내 휴대폰에서 큰 공간을 차지할 거라면 내 시간과 흥미도 그만큼 빼앗아가야겠죠? B2C 메타버스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놀이 요소는 어디에 있을까요?

 

 

‘직접 못 움직이나..?’ 본디(Bondee)의 플로팅 기능

 

 

본디는 플로팅이라는 기능을 통해 히든 아이템을 발견하고 유저들끼리 랜덤으로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그치만, 세일링(sailing)이 아닌 플로팅(floating)은 우리에게 편안함이 아닌 답답함으로 느껴져 버렸습니다. 아이템을 얻기 위해 내가 보트를 모는 것이 아닌 그저 가만히 두면 알아서 발견하는 형태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물에 둥둥 떠 다니는 것이 누구에게는 힐링일 수 있지만, 한 가지는 명확합니다.

본디에 게임적 요소는 없다. 500mb에 달하는 앱을 받아두고 그 안에서 즐기며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지만, 본디에게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메타버스의 현재 수준부터,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요. 메타버스의 열기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일반 대중들이 오랜 시간을 보낼 메타버스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주야장천 말씀드렸듯이 본디가 보여준 레슨 또한 분명하죠.

혹시 모르겠습니다, 본디가 이미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제가 사과문을 작성할 날이 올지두요. 오히려 그런 날이 오길 누구보다 더 바라는 메타버스 김프로였습니다.

 

 

메타버스 김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