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1. 본캐가 내 옷이 아닌 것 같을 때

연봉 추이 (추정)

  • 3년 차 2,800만 원 
  • 7년 차 4,000만 원 (직장을 그만두는 시점)
  • 8년 차 일정하지 않음
  • 13년 차 사업채 3개 운영 

포인트: 본캐에 비전이 없는데 부캐에 재능이 넘친다면 긁지 않는 복권이 있는 것이다

 


 

 

 

 

 

취미가 있으신가요? 저는 잘 아시다시피 글 쓰는 게 취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보다 더 취미는 없는 것 같네요. 저는 취미가 특기 수준은 아니지만, 취미를 너무 잘해서 특기라고 할만한 분들도 적지 않게 만나 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분도 그중 한 명인 데요. 이 분은 넘치는 재능에 비해 그렇지 못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취미를 직업으로 해보자고 모험을 했던 대단한 분입니다.

 

 

이 분이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이 분과 조금만 친해도 다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행사에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을 취미로 했습니다. 너무 재미있고 좋고 보람도 있으니 사진 찍을 기회가 있다면 먼저 나서서 만족할만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분이 대부분의 시간을 평일에 보내는 직업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작은 회사였고 여기서 하는 마케팅 업무도 비전이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봉은 너무 적었고 잘 올라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장비에 쓰면서 본캐에서 오는 답답함을 부캐에서 해소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작은 회사였지만 여기서 어지간하면 몇 년은 더 다닐 수 있고 결혼까지 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이 분의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분 소식이 잠잠하더니 근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여 뒤에 이 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웨딩 촬영부터 행사 사진 촬영 등 그동안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만들어 놓았던 네트워크를 통해 대부분의 시간을 사진을 찍는 것을 전업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일감이 많지 않아 건물 청소 등을 병행하였고 이렇게 수입을 조금이라도 보태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딱 정해둔 기간 내에 승부를 보는 것으로 아내와 합의를 했고, 그분의 성격과 본캐의 어려움, 부캐의 재능을 아는 아내는 이 분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으니 해 본 것이죠.

 

 

들어온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던 이 분은 좋은 결과물과 매너로 계속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 사진으로 시작해 행사 중계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금은 3개 이상의 사업체를 가진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이 분의 과정을 알게 되면서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고 현재의 일을 포기하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리스크라고 판단될 때 정말 최선을 다해가면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한 모습은 어떤 사업가들의 초기 이야기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에는 다니는 직장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도 일이 맞지 않아 괴로워하면서도 놀라운 재능을 어딘가에서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어떤 분은 부업으로 중계 판매를 하고, 어떤 분은 혼자 네일 아트를 엄청 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진을 돈 주고 찍은 곳보다 잘 만드는 분도 있고 손재주가 좋아 가끔씩 주변을 놀라게 하는 분도 있죠. 취미가 일이 되면 괴롭다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냥 괴로운 일을 계속 미래도 보이지 않는데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상대적으로 덜 괴로울지도 모르는 일이죠.

 

 

 

 

꼭 직장을 그만두고 승부를 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주변에서 돈을 내고 받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는 실력과 평판이 있을 때 시간을 정해서 포기하는 것과의 계산을 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것이죠. 내가 좋아서 하고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콘텐츠나 내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이 될 수 있습니다. 

고민하는 여러분의 커리어를 응원합니다.

 

 

 

[다음 연재에서 만나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