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창업자의 ‘지구를 아끼는 마음’도 물론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죠. 환경을 생각함으로써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고객의 호감입니다. 더 나아가면 고객이 호감을 갖고 우리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야 브랜드도 지구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부끄럽게 이야기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꺼이 환경 보호에 동참하기가 꺼려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때 그렇습니다. 마음으로는 지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돈을 지불하면서도 불편함이 계속 쌓이면 좀 더 편한 쪽을 선택하고 싶은 저를 발견합니다.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착한 브랜드들의 메시지가 아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요.  

“우리는 친환경을 추구하니까 여러분이 쇼핑백, 케이스를 직접 가져와서 담아가세요.”

“우리는 친환경을 추구하니까 여러분이 다 쓴 병, 플라스틱을 모아서 저희에게 다시 보내주세요.” 

“우리는 친환경을 추구하니까 여러분이 이런저런 불편을 좀 감수해 주세요!” 

‘친환경’을 고객의 구매 이유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고객에게 그 짐을 떠넘기지 않는 겁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친환경 메시지는 다른 브랜드들의 구매 이유와 경쟁해야 하는 하나의 소구입니다. 대부분의 소구는 고객을 위해 만들어집니다. 어떤 브랜드는 기술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합니다. 어떤 브랜드는 디자인을 통해 고객을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주죠. 고객에게 짐을 함께 짊어지자고 말하는 친환경 브랜드의 소구보다는 훨씬 매력적입니다.

물론 좋은 취지의 제안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도 편리함을 누리고 싶은 한 명의 사람입니다. 설문조사에서 기꺼이 ‘더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라고 답했던 고객도 결국 사람입니다. 계속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구를 위한 일에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친환경을 추구하면서 생기는 비용 증가, 기술 개발의 어려움은 기업이 짊어져야 할 짐입니다. 지구에 진심이라면, 그리고 소비자에게 당당하게 우리 제품을 구매하면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려면 결국 해내야 하는 일이죠. 돈을 내면서 지속적인 불편까지 함께 떠안으려고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다른 브랜드만큼의 경쟁력 (편리함, 아름다움 등)은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야 고객도 이 브랜드에 소비를 하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뿌듯함을 챙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준비해 놨어요.

여러분은 여기에서 뿌듯한 소비만 하세요.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런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메시지가 바뀌면 해야 할 일도 바뀝니다. 가장 흔한 친환경 메시지 중 하나인 ‘텀블러를 지참하세요’를 바꿔볼까요? 카페에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은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메시지를 내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아껴야 하니까 텀블러 안 쓰시는 여러분들이 환경부담금 내세요.”

“우리는 지구를 아껴야 하니까 텀블러 쓰시는 분들만 300원 할인해 드릴게요.” 

여기서 고객에게 떠넘기는 짐을 덜어내면 메시지가 이렇게 바뀝니다.

“우리 카페는 지구를 위해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들었어요. 다양한 커피 음료와 맛도 잘 어울리고, 뜨거운 음료에도 40분 동안 견고하게 형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바삭한 식감도 훌륭하죠. 한 번 와서 드셔보세요. 저희 음료도, 맛있는 컵도요. 이 컵이 싫으시면, 그때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요청하셔도 좋아요.” 

이런 기업의 마케터는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아이디어가 샘솟을 겁니다. 실체가 탄탄하니 전달하고 싶은 말도 많겠죠. 일단 기본적으로 음료를 마신 후 컵 과자를 맛있게 먹는 고객(혹은 모델)들의 모습을 세로 영상으로 찍어두는 것에서 시작할 겁니다. 후킹한 카피와 함께 릴스, 숏츠 등에 꾸준히 올리면 그 자체로 바이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라면 여기에 더해 매장의 쓰레기통을 투명하게 바꿀 것 같아요. 그전에 손님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유심히 관찰할 겁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부터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들로 하나씩 바꿔보는 거죠. 휴지, 빨대 등이 있을 겁니다. 그다음 투명 쓰레기통에 이런 카피를 붙여보는 겁니다. ‘이 매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진짜 쓰레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재사용 가능한 휴지 등을 모아 매월 카페의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요? 조금 늘어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이 카페에 더 열광하지 않을까요? 

찾아보니 이런 컵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실제로 있습니다. 카페는 아닌 것 같네요. (출처 : cupfee 공식 웹사이트)


사람들은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에 움직입니다. 진정성은 꾸준히 해왔던 행동에서 나옵니다. 거짓말만 해왔던 정치인이 공정을 논하면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동료와 회사에 피해를 주면서 성공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성공을 논하면 사람들은 금세 그 깊이를 알아챕니다.  

우리 브랜드가 환경을 추구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행동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다른 대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빼앗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어지는 마케팅이 고객을 움직일만한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