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이버가 실적을 발표했죠?

네이버의 연 매출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한국 최대 검색 엔진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입니다. 네이버는 강력한 검색엔진과 이를 토대로 한 광고시장, 그리고 E커머스 열풍에 제대로 올라탄 네이버 쇼핑과 스마트스토어 등 커머스, 그리고 네이버 웹툰을 필두로 하는 콘텐츠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회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네이버의 2021년~2024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나타낸 그래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네이버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1%이상 성장하여 약 10조 73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 또한 작년 1조 4888억 대비 32.9% 성장한 1조 979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검색엔진의 56%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의 강자로서 네이버는 지속하여 성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작년을 떠올려 보면 약간의 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일본 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압력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일본 시장에 메신저 LINE을 필두로 사업을 확장해 오던 네이버는 지난 일본 정부의 거센 도전에 부딪쳤는데요. 바로 라인에서 수집된 일본인들의 프로필, 대화, 쇼핑 목록 등 주요 데이터들이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축적된다는 점이 일본 정부의 주된 공격포인트였습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네이버 라인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네이버 라인

 

 

일본 본토에서 네이버 LINE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국내에 카카오 톡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다면 일본에서는 네이버의 LINE가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일본 내에서의 메신저를 바탕으로 한 사업의 효과적 운영을 위하여 야후 재팬과 손을 잡고 각자 50%를 출연하는 A홀딩스를 출범하였습니다. 그리고 A홀딩스의 지분율은 야후와 네이버가 각각 50%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정보 안보를 내세우면서 네이버 측에 지분 매각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이 들끓고 한국 정부에서 강하게 어필하면서 살짝 꼬리를 내렸죠. 어쨌든 네이버 라인은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말 그대로 국민 메신저입니다. 라인과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LY 주식회사의 당기순이익 32%는 지분법 회계 처리 원칙에 의해 네이버 당기 순이익에 포함됩니다.

 

 


 

 

네이버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네이버의 사업은 크게 서치 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그리고 클라우드 5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5개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역시 서치플랫폼입니다. 애당초 네이버의 출발점이 검색엔진이기도 했고요. 아직까지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글에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기면서 위기를 맞았던 적도 있지만 국내 특화 플랫폼이라는 메리트가 작용하면서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구글의 공격에 선방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네이버 전체 매출 10조 7377억원의 36.8%에 해당하는 3조 94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다음은 커머스 사업으로 2조 923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7.2%를 차지합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그리고 라이브 커머스, 네이버 쇼핑 등이 커머스 사업 군에 포함됩니다. 이와 연관되어 핀테크도 전체 매출액의 14.05%를 차지합니다. 핀테크는 네이버 페이와 관련된 매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네이버 커머스의 결제를 네이버 페이로 진행하고 리워드도 제공하다 보니 핀테크 사업도 커머스 사업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사업인데요. 제가 지금 글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도 콘텐츠 사업의 일환이죠.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 네이버TV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웹툰이죠. 네이버 웹툰은 국내 웹툰 시장의 절대 강자로 서 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2위인 카카오 페이지와 비교해 보아도 월등한 이용자 빈도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K웹툰이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면서 네이버 웹툰이 콘텐츠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작년 11월 기준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6690만명에 이르고 월간 유료 이용자 수도 790여만명을 기록하였으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렇게 네이버 매출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아직 안 나온 사업이 있죠? 바로 AI 플랫폼인 하이퍼 클로버 X를 내세운 클라우드 사업입니다. 사실 클라우드 사업은 네이버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사업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클라우드라는 별도 법인을 만든 네이버는 네이버웍스, 클로바, 네이버 랩스와 웹브라우저인 웨일 등의 다양한 B2B 및 B2C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중입니다. 2024년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의 연간 매출은 5,637억원으로 5대 사업 부문 중 가장 파이가 적습니다. 하지만 성장율 측면으로 보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해당 실적을 을 보시면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년 대비 41.1% 성장했고 분기별 매출로 보아도 22.8% 성장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가 이루어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소버린 AI ! 우리는 챗 GPT에 종속되지 않겠다!

 

AI시대를 맞이하여 네이버는 클라우드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본격적으로 AI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합니다. 네이버가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또한 내세우는 AI 시대의 화두는 바로 소버린 AI입니다. 이는 최근 딥시크를 포함하여 CHAT GPT, 라마, 제미나이 등 주요 해외 빅테크의 LLM(대형 언어모델) 기반의 생성형 AI 플랫폼에 국내 IT 서비스가 종속되는 현실을 경계하며 한국의 언어, 문화, 사회적 맥락 등을 반영한 독자적 AI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빅테크에 대한 한국 기업의 종속성을 줄이고 한국 내 AI 관련 데이터와 기술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소버린 AI 개발의 성공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가 바로 하이퍼 클로바입니다. 2021년 5월에 처음 공개된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의 파라미터를 사용하여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구글 제미나이 최상위 버전이 1조 개의 파라미터를 갖고 있고 오픈 AI GPT-4가 약 5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만 여기에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더하고, 경량화 알고리즘을 첨가하여 효율성을 기한다면 충분히 경쟁 가능한 수준의 국산 생성형 AI 서비스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에서 안주하지 않고 2023년 8월 약 3~4천억개 파라미터를 활용하여 학습된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한국어 모델에 대해서는 GPT-3와 비교했을 때 6500베 이상 학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어 관련 서비스에서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기도 했습니다.

 

물론 소버린 AI의 꿈을 이루기엔 하이퍼 클로바 X가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계속 고도화 시키면서 여러 개발과 최적화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는 하는 것 같은데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네이버 AI

 

지금부터는 저의 뷰를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네이버가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으로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그 변화가 너무나 미미합니다.

일반 사용자들은 여전히 네이버를 검색엔진 혹은 커머스, 웹툰을 보는 데에 사용합니다. AI가 서비스 곳곳에 녹아들어 있겠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웹툰 조직 등 비교적 최근 신설된 조직들에는 적극적인 AI 연구와 채택이 이어지고 있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웹툰 조직은 웹툰 AI조직을 따로 분리하여 AI 서비스를 웹툰에 접목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 입니다. 네이버 조직 중 가장 혁신적인 조직이라도 불러도 과언은 아니겠죠.

 

 

브런치 글 이미지 6

 

 

2019년 12월 말일 컴퓨터 시각 기술을 연구하는 바닷두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웹툰에 AI 서비스를 접목시키는 시도가 시작됩니다. 이후 2022년 2월 1일 네이버 웹툰은 웹툰 AI조직을 별도로 분리합니다.

네이버 웹툰의 AI 서비스는 창작자를 늘리고, 그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 페인터를 통해 어느 정도 스케치 된 웹툰 작품에 자동으로 채색을 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으며 스토리 라인을 입력하면 스케치를 생성해 주는 오토 드로잉 서비스도 고도화 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웹툰 창작 생태계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툰에서의 적극적인 AI 개발과 채택 붐이 이는 것과는 달리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에서는 AI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네이버의 주력사업인 검색에서는 AI의 영향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네이버에서 내세우는 AI검색 엔진은 CUE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정말 네이버가 AI를 미래 먹거리고 선정하였다면 기존 검색창보다는 CUE를 전면에 내세우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이 없지만 만약 네이버가 지난날의 사업 방향을 전환하여 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자 했다면 바탕화면에서부터 완전히 확! 바뀌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중들은 뭔가 아이콘 하나가 추가되었다고 하여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적어도 눈에 확! 띄도록 포털 메인 화면에 가장 큰 영역을 할애하든지 혹은 가장 오래 머무는 랜딩 스팟에 AI 검색 창을 박아 두는 정도의 모험은 감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네이버의 대문에는 CUE의 아이콘이 기존 검색창 우측면에 매우 작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검색엔진 기반의 검색 결과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스폰서 링크, 뉴스, 파워블로거 순으로 쭉~ 검색이 이루어집니다. 한 마디로 기존의 수익모델을 절대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AI 검색 엔진의 대장이라고 불리는 퍼플렉시티의 메인을 보겠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퍼플렉시티는 주목받는 AI 기반 검색엔진이긴 합니다만 다분히 조직 크기가 작은 스타트업입니다. 사실 여러 돈 나올 구멍이 있는, 그래서 연간으로 1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네이버와 비교하기가 어렵죠. 광고가 필요하다면 퍼플렉시티가 훨씬 더 절실할 겁니다. 그런데 메인 화면의 퀄리티를 보십시오.

 

네이버는 각종 광고와 뉴스로 도배가 되어 언뜻 봐도 어질어질하죠. 하지만 네이버보다 훨씬 광고가 절실해 보이는 퍼플렉시티는 깔끔합니다! 우리는 AI 검색을 지향한다는 모토를 메인 페이지에서부터 완벽하게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 채팅창! 뭘 물어보면 뭐라고 답변해줄까?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네이버는 기존 사업 모델에 경도되어 있는지 주력 사업인 검색엔진에서 기존 형식의 광고 수익 모델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기존 수익 모델을 걷어 차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저는 CUE를 사내 벤처 식으로 따로 분리하여 전혀 다른 브랜드처럼 움직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퍼플렉시티가 야생 그 자체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AI 기반 생성형 검색이라는 신사업을 개척해 나갔던 것과 같이 네이버의 CUE:도 별도 조직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마케팅도 따로 나가고, 아예 기존의 네이버 포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직으로 따로 키우는 것이죠.

 

지금처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옆에 붙여 놓는 것만으로는 네이버가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았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시도하고 있는 여러 파격적인 AI 도입 사례들이 검색엔진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네이버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AI 기업입니다.

소버린 AI는 한국 토종 LLM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나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 걸음 더 나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 AI 사업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하고 보여주기 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네이버가 진짜 AI에 진심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메인 페이지를 재구성하는 것일 겁니다. CUE:를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으로 AI 기반 검색 엔진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죠. 하지만 기존의 광고 수익이나 언론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등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아예 사내 벤처 형태로 CUE: 서비스를 분리하여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요?

 


강성모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