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피지온을 구축한 배경과 목적

 

코카콜라는 최근 인공지능 기반 브랜드 디자인 도구 ‘프로젝트 피지온(Fizzion)’을 발표했습니다. 이 도구는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의 일관성 유지와 콘텐츠 제작 효율 향상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을 학습하여 콘텐츠 제작 속도를 최대 1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할 만큼 복잡한 마케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데, 각 지역에 적합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콘텐츠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은 오랫동안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피지온의 구축 배경에는 이러한 글로벌 규모의 브랜드 일관성 유지 및 현지화된 디자인 생산에 대한 도전 과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방대한 브랜드 자산과 가이드를 전 세계 시장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면서도 디자인 품질과 창의성은 유지하고자 하는 니즈가 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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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코카콜라가 피지온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핵심 목적은 AI를 통해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코카콜라 디자인 총괄은 “피지온은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대신 디자이너에게 배우고 그들을 강화하는 디자인-우선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AI가 기존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학습하여 디자이너들이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가능케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일관성을 담보하면서도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피지온 개발의 핵심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지온의 주요 기능과 특징

 

피지온(Fizzion)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디자이너의 작업 흐름을 학습하여 이를 머신이 이해할 수 있는 규칙(StyleID)으로 변환하는 능력입니다.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Adobe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 등 툴에서 생성되는 작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의적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스타일ID(StyleID)라는 머신 판독 가능한 규칙으로 자동 변환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스타일ID에는 코카콜라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브랜드 디자인 논리와 가이드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고의 크기와 위치, 폰트의 사용, 코카콜라 레드 색상의 정확한 적용 방법 등 사람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브랜드 가이드로 정리해두었던 규칙들이 이제 디지털 코드화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스타일ID를 통해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각 디자인 자산 속에 지능적으로 내장되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브랜드와 200개 지역별 로컬 캠페인에 실시간으로 적용 가능한 디자인 에셋을 생성해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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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피지온은 Adobe와의 긴밀한 통합을 특징으로 합니다. 현재 파일럿 단계에 있는 이 시스템은 Adobe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네이티브하게 통합되어 있으며, 어도비의 생성형 AI 엔진인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디자이너들은 평소 익숙한 Illustrator, Photoshop, InDesign 등의 툴 안에서 그대로 작업하면 되고, 피지온은 그 작업 과정을 배경에서 학습하여 실시간으로 브랜드 규칙을 적용해 줍니다.

 

별도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배우거나 복잡한 설정을 할 필요 없이, 기존 워크플로우 속에 AI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인 것입니다. 이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학습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AI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시스템이 디자이너의 실제 의도와 맥락을 학습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피지온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브랜드 가이드 적용의 자동화와 실시간 피드백입니다. 기존에는 각 시장의 디자이너나 에이전시들이 두꺼운 브랜드 가이드 문서를 보면서 일일이 해석해 디자인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도 실수하기 쉬운데, AI에게 이런 추상적인 브랜드 원칙을 이해시키는 일은 더욱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코카콜라 글로벌 디자인 기술 총괄 도미닉 하인리히에 따르면 “AI가 브랜드 가이드를 오해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문제는 사람에게도 어렵지만 AI에게는 더 큰 과제”였다고 합니다. 피지온은 이러한 해석상의 오류를 줄이고, 디자이너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즉, AI가 디자이너의 의도를 잘못 파악해 브랜드 정체성을 벗어나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방지하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결과를 미세 조정할 수 있도록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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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피지온의 핵심 특징은 브랜드 지식이 내재된 AI 디자인 조력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 속도는 크게 향상되지만 품질이나 창의성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창의적인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코카콜라 측도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여 디자이너가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피지온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피지온은 기존의 수동 브랜드 가이드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던 오류를 줄이고, 브랜드 규칙 적용을 실시간화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Adobe와의 협업

 

흥미로운 점은 코카콜라가 이러한 AI 디자인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게 된 맥락입니다. 현재 시중에도 여러 생성형 AI 툴과 디자인 자동화 솔루션이 존재하지만, 코카콜라는 Adobe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에 특화된 AI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코카콜라처럼 복잡한 브랜드 자산을 지닌 기업은 범용 AI 모델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특수한 요구사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레드 색상의 정확한 표현이나 각 국가별 로고 활용 규칙 등은 일반 AI에게는 학습되지 않은 기업 고유의 지식입니다. 따라서 코카콜라는 Adobe와 공동으로 수년간 피지온을 개발하면서 자사 디자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학습시킨 전용 AI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Adobe 측에서도 이러한 협업을 통해 향후 다른 기업들을 위한 AI 디자인 시스템의 청사진(blueprint)을 마련하는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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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Firefly와의 통합은 단순히 기술적인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Adobe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통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툴을 제공해온 만큼, 디자인 작업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이러한 Adobe의 플랫폼에 AI 시스템을 녹여내어 “디자인하면서 AI가 실시간으로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AI에게 브랜드 가이드를 가르치는 작업을 디자이너의 일상 작업 속에서 수행한다는 점이 혁신적입니다. 기존에는 엔지니어들이 별도의 데이터 세트와 코드를 통해 AI를 훈련시켰다면, 피지온에서는 디자이너가 Photoshop에서 레이아웃을 잡고 폰트를 조정하는 그 순간이 곧 AI 훈련의 순간이 됩니다. 이러한 실시간 학습 통합은 AI가 디자이너의 문맥과 의도를 바로 이해하도록 돕고, 잘못된 방향으로 학습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AI 모델을 개발·도입함에 있어 디자인 팀의 통제권과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또 코카콜라는 피지온의 도입이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대체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피지온을 글로벌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하면서 브랜드 캠페인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크리에이티브 팀의 지속가능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로 여겨집니다.

 

데드라인 압박 속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나 반복 작업을 줄이고, 크리에이티브들은 더욱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아이디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죠. 다시 말해, 기업의 혁신은 사람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과 AI의 새로운 협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 시각 창작자에서 AI 활용 전문가로

 

무엇보다 피지온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입니다. AI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디자이너들은 이제 단순히 미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하고 조율하는 새로운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사례를 통해 부각되는 미래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ghidesigner/210

 

AI 디자인 시스템 구축자:

디자이너는 이제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피지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코카콜라의 디자이너들은 단순한 사용자라기보다, 어떻게 AI가 우리의 브랜드 원칙을 학습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지에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현대 디자이너는 폰트, 색상, 레이아웃 규칙을 정의하는 것을 넘어, 그 규칙들을 코드와 데이터 형태로 구조화하여 시스템에 내재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다시 말해, 디자인 지식을 기술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설계자로서의 면모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디자인 데이터 학습 설계자: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데이터를 다루는 감각도 갖춰야 합니다. 피지온 사례에서 보듯이, AI에게 어떤 디자인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학습시킬지 결정하는 일이 성패를 가릅니다. 디자이너들은 어떤 작업 파일과 자산을 AI 훈련에 사용할지 선별하고, AI가 학습하기 적합하도록 데이터를 가공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디자인 감각과 더불어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관리 능력을 요구합니다. 즉,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AI에 무엇을 가르칠지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

생성형 AI 도구가 보편화됨에 따라 자연어로 AI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요청하는 기술, 즉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새로운 전문 역량으로 떠올랐습니다. 디자이너는 이제 원하는 디자인 방향이나 이미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지시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활기찬 브랜드 느낌을 살려 여름 캠페인 포스터 배경 이미지를 생성해줘”*와 같은 요구를 AI에게 할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다듬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는 마치 디자이너가 머릿속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여 구현하도록 하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상대가 사람이 아닌 AI라는 점에서 새로운 언어와 요령이 필요합니다. 잘 작성된 프롬프트는 AI의 창의적 잠재력을 끌어내면서도 브랜드 톤앤매너를 유지하게 하고, 반대로 서툰 프롬프트는 엉뚱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디자이너들의 핵심 스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업계와 스타트업을 위한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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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피지온 사례는 디자인 업계 전반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대기업의 적극적인 AI 도입은 디자인 분야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보여줍니다. 코카콜라처럼 보수적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조차도 AI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세스 혁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자신들의 규모에 맞는 AI 활용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시사합니다. 비록 코카콜라만큼 방대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긴 어렵겠지만, 이미 시중에는 중소 규모 팀을 위한 AI 디자인 툴이나 브랜드 관리용 AI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 도구를 선별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둘째, 조직 내 역량 강화 측면입니다. 피지온 사례에서 보았듯 AI 도구를 잘 활용하려면 내부 인재들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고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내부에 디자인 인텔리전스 전담 조직을 두고 피지온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처럼 디자이너와 개발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협업하는 크로스펑셔널 팀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디자이너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겸하며 AI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를 포함한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이 AI 관련 지식과 스킬(예: 머신러닝 기본 원리, 데이터 처리, 프롬프트 작성법 등)을 배우도록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입니다.

 

셋째, 창의성과 일관성의 균형 전략입니다. AI를 도입하면 자칫 모든 결과물이 획일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피지온을 운영하면서도 최종 승인과 크리에이티브한 발상 부분은 여전히 디자이너의 판단에 맡기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가 해줄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해야 할 일의 최적 분담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기업들도 AI 도구 도입 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 요소는 인간이 관리하고, AI는 서포터로 활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되, 브랜드의 영혼은 잃지 않는다”는 코카콜라 디자인팀의 철학은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입니다.

 

결론적으로, 코카콜라의 AI 브랜드 디자인 도구 피지온은 단순한 신기술 도입 사례가 아니라, 디자인 작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기업들은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 생산에 AI를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디자인의 영혼과 창의성은 인간에게 있고, AI는 이를 확장하고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피지온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디자인 업계에서는 “AI와 협업하는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디자인 업무의 효율성과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한편,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안겨줄 것입니다. 기업과 디자이너 모두 이 변화에 주목하고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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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유훈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