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편리함을 위해 문명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불을 다루고 도구를 만들고 바퀴를 굴리며 삶을 효율화해 온 인간은 이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해 사고의 과정을 외부화하고 있습니다. 정보는 검색 한 번으로 손에 넣을 수 있고 복잡한 계산이나 번역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명의 정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이 편리함은 우리의 지적 욕구마저 맡기라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과거 지식은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고 질문을 품고 답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고 성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보다 빠른 기계가 있고 판단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있으며 선택조차 대신해 주는 추천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판단력을 잠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간편해지기에 우리는 이러한 편리성에 쉽게 길들여졌습니다.

 

 

 

 

문제는 이 의존이 단지 도구 사용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데 있습니다. 사고는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깊어집니다. 하지만 기계가 대답을 너무 쉽게 제공해 줄 때 우리는 질문하는 습관 자체를 잃어버릴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삶, 의심할 필요 없는 정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지식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지적 욕망은 기계 앞에서 무력화되고 의존이라는 편리함에 의해 마비되어 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문명을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 문명을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계는 도구이며, 도구는 사용자의 목적과 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는 기계가 제공하는 정보 위에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기계가 말하지 않는 것, 기계가 해석하지 못하는 것, 그 빈틈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편리함에 기대되지만, 사고는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나는 생각하고 있나? 아니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계의 결과물을 흡수하고 있는가?

 


park.j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