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쁘신 분들을 위한 5초 요약

  • 2025년 3분기 신규 벤처 라운드의 *약 17%*가 다운라운드였으며, 이는 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 비율이었습니다.
  • 2023년 2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8개 분기 중 7개 분기에서 다운라운드 비율이 20%를 넘겼습니다.
  • 2025년 4분기에는 다운라운드 비율이 14% 미만으로 떨어지며 하강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 full-ratchet 조항은 신주가 절반으로 꺾일 때 전환비율을 1주→2주로 밀어올려 창업자 지분을 통째로 희석시킵니다.
  •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2025년 3분기 누적 9.8조 원, 민간 출자 비중 *83.4%*로, 회복세 속에서도 초기·아이디어 단계는 자금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밸류에이션은 오르기만 하지 않습니다. 2021~2022년 과열기에 높은 밸류로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들은 이후 몇 년간 ‘전 라운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금을 다시 받아야 하는 다운라운드(down round)의 압박을 겪었습니다. 다운라운드는 단순한 숫자의 후퇴가 아니라, 우선주 투자자의 anti-dilution 조항을 발동시키고 창업자·임직원 지분을 급격히 희석시키며, 팀 사기와 채용에까지 파급되는 구조적 사건입니다.

 

문제는 다운라운드 자체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브릿지·컨버터블로 시간을 벌 것인지, 구조화 라운드로 헤드라인 밸류를 방어할 것인지, 아니면 flat round·리캡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창업자가 최종적으로 쥐는 지분과 회사의 통제권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상당 부분은 term sheet에 적힌 anti-dilution 조항의 종류, 즉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이냐 full-ratchet이냐에서 이미 결정됩니다.

 

이 글은 2024~2026년 Carta 데이터로 다운라운드의 현황을 짚고, 브릿지·구조화 라운드 같은 대안 옵션과 anti-dilution 조항이 창업자 지분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계산해 본 뒤, 희석을 최소화하는 협상 포인트와 국내 벤처 시장에의 함의를 정리합니다.

 

 


 

 

01. 다운라운드는 얼마나 흔한가 – 2024~2026 데이터로 본 사이클


Carta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신규 벤처 라운드의 *약 17%*가 다운라운드였고, 이는 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 비율이었습니다. 바로 직전 국면은 훨씬 혹독했습니다. 2023년 2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8개 분기 중 7개 분기에서 다운라운드 비율이 20%를 초과했습니다. 즉 2024년 내내 다섯 개 라운드 중 하나 이상이 전 라운드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는 의미입니다. 2025년 4분기에는 이 비율이 14% 미만으로 더 내려가며 회복 신호를 보였습니다.

 

이 곡선이 말해주는 것은 다운라운드가 ‘예외적 실패’가 아니라 사이클의 한 국면이라는 점입니다. 밸류가 고점을 찍은 뒤에는 다운라운드 비율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시장이 재정비되면서 다시 내려옵니다. 다운라운드 압박을 정면으로 피하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은 가격을 다시 매기지 않는 우회로를 택했는데, Carta 데이터에서 2025년 텐더 오퍼(구주 매출)가 396건으로 2024년 대비 62% 증가한 것도 밸류를 재산정하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흐름의 방증입니다.

 

국내 함의도 분명합니다. 국내는 미국만큼 다운라운드 통계가 투명하게 집계되지 않지만, 후속(follow-on) 라운드 지연·재조정 형태로 같은 압력이 나타납니다. 회복 국면에서도 자금은 검증된 트랙과 딥테크로 쏠리는 경향이 강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일수록 ‘전 라운드 밸류 방어’라는 과제를 먼저 마주하게 됩니다.

 

 

 

 

 

02. 대안 옵션 지도 – 브릿지·컨버터블/SAFE, 구조화 라운드, flat round, 리캡, 인수


가격을 다시 매기기 전에 창업자가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다섯 갈래입니다. 첫째는 브릿지 라운드로, 컨버터블 노트나 SAFE를 활용해 다음 정식 라운드까지 몇 달의 활주로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밸류를 즉시 확정하지 않고 discount와 valuation cap으로 후속 가격에 연동시키므로, 지표를 개선해 다음 라운드를 더 좋은 조건에 여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다만 cap을 낮게 설정하면 사실상 다운라운드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고, 노트가 쌓이면 전환 시 희석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습니다.

 

둘째는 구조화 라운드(structured round)입니다. 헤드라인 밸류(예: flat 또는 소폭 상승)를 유지하되, 그 대가로 다중 청산우선권(예: 1.5~2x liquidation preference), 참가적 우선주, 강화된 anti-dilution 같은 조항을 신주에 붙이는 방식입니다. 표면 밸류는 지켜지지만 경제적 실질은 다운라운드에 가까울 수 있어, ‘숫자보다 조항을 읽어야 한다’는 원칙이 가장 극명하게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셋째 flat round는 전 라운드와 동일 밸류로 조항 부담 없이 자금을 받는, 사실상 가장 깔끔한 방어입니다.

 

넷째 리캡(recapitalization)은 기존 우선주·부채를 재구성해 자본구조를 리셋하는 방식으로, 극단적으로는 pay-to-play 조항을 통해 후속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기존 투자자의 우선권을 보통주로 강등시키기도 합니다. 다섯째는 인수(M&A)로, 독립적 재조달이 어려울 때 전략적 인수를 통한 연착륙을 택하는 경로입니다. 이 다섯 옵션은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실제로는 ‘브릿지로 시간을 번 뒤 flat round’ 같은 조합이 흔합니다.

 

 

 

03. anti-dilution 조항이 창업자 지분에 미치는 영향 – 가중평균 vs full-ratchet

 

다운라운드의 파괴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term sheet에 적힌 anti-dilution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기존 우선주 투자자가 더 낮은 가격의 신주 발행으로 입는 손실을 전환비율 조정으로 보전해 주는데, 방식에 따라 창업자가 떠안는 희석의 크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full-ratchet은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형태로, 전환가격을 신주 가격 수준까지 완전히 끌어내립니다. 예컨대 Series A 투자자가 주당 2유로에 들어왔는데 다운라운드가 주당 1유로에 체결되면, full-ratchet 하에서는 우선주 1주가 보통주 2주로 전환됩니다. 손실은 사실상 전량 창업자·보통주주가 떠안습니다.

 

반면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은 절충적입니다. 기존 가격과 신주 가격 사이에서 발행 규모까지 반영한 조정가격(위 예시에서 대략 1.5유로 수준)을 산정해, 우선주 1주를 보통주 약 1.5주로 전환합니다. 투자자도 일부 희석을 감수하고 창업자의 지분 훼손도 완화됩니다. 실무에서는 여기서 다시 broad-based와 narrow-based로 나뉘는데, 전환주식·옵션·워런트까지 폭넓게 분모에 포함하는 broad-based가 창업자에게 더 유리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장 표준 term sheet는 broad-based 가중평균을 채택합니다. 핵심은 ‘이 조항은 다운라운드가 실제로 발생해야만 발동된다’는 점입니다. 조달 시점에는 잠들어 있다가, 정확히 자금이 가장 아쉬운 순간에 창업자 지분을 깎아냅니다.

 

 

따라서 처음 term sheet에 서명할 때 full-ratchet을 피하고 broad-based 가중평균으로 확정해 두는 것이, 미래의 다운라운드 방어에서 가장 값싼 보험입니다.

 

 

 

 

 

 

04. 희석 최소화 협상 포인트와 팀·사기 관리


협상 테이블에서 창업자가 붙잡아야 할 지렛대는 밸류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첫째, 조항을 밸류와 분리해 읽어야 합니다. 헤드라인 밸류를 지키자며 제시되는 구조화 조건(다중 청산우선권, 참가적 우선주, full-ratchet)은 표면 숫자보다 실질 경제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조항 없는 flat round’가 ‘조항 붙은 높은 밸류’보다 나을 수 있음을 계산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둘째, pay-to-play를 활용해 후속 자금을 대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를 구분하고, 참여하지 않는 우선권을 보통주로 정리하면 자본구조가 단순해지고 창업자 협상력이 회복됩니다.

 

셋째, 옵션풀 리프레시(refresh)와 리프라이싱을 라운드와 묶어 협상해야 합니다. 다운라운드는 임직원 스톡옵션을 물속에 잠기게(underwater) 만들어 핵심 인재 이탈로 직결되므로, 신규 옵션풀을 프리머니가 아닌 협상된 방식으로 배분하고 기존 옵션을 리프라이싱하는 조건을 함께 다루는 것이 희석 총량과 인재 유지를 동시에 관리하는 길입니다. 넷째, 브릿지를 쓸 때는 valuation cap과 discount, 그리고 노트 누적에 따른 전환 희석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숨은 다운라운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사람의 문제입니다. 다운라운드는 재무 이벤트인 동시에 사기(morale) 이벤트입니다. 밸류 하락을 팀에 감추면 신뢰가 무너지고, 반대로 맥락 없이 노출하면 동요가 커집니다. 다운라운드를 ‘시장 사이클의 한 국면’으로 프레이밍하고, 확보한 활주로와 지표 목표를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핵심 인재의 지분을 리프레시로 다시 정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자금 자체만큼 중요합니다. 국내처럼 후속투자가 소수 검증 트랙에 쏠리는 시장에서는, 이런 내부 결속이 다음 라운드까지 버티는 실질적 활주로가 됩니다.

 

 

 

05. 창업자가 가져갈 교훈

 

  • 다운라운드는 실패가 아니라 사이클이다 — 2024년엔 다섯 중 하나 이상이 다운라운드였고, 2025년 들어 17%→14% 미만으로 정상화됐다.
  • 밸류보다 조항을 읽어라 — 헤드라인 밸류를 지키는 구조화 라운드가 실질 경제권에서는 다운라운드보다 나쁠 수 있다.
  • full-ratchet을 피하고 broad-based 가중평균으로 확정하라 — 이것이 미래 다운라운드에 대비하는 가장 값싼 보험이다.
  • 브릿지·컨버터블은 시간을 벌되 ‘숨은 다운라운드’가 되지 않도록 cap과 discount, 노트 누적 희석을 시뮬레이션하라.
  • 자금과 함께 사람을 관리하라 — 옵션 리프레시·리프라이싱과 투명한 사기 커뮤니케이션이 다음 라운드까지의 진짜 활주로다.

 

 

 

결론


다운라운드는 밸류의 후퇴이지만, 그 후퇴가 창업자에게 얼마나 큰 손실로 번지는지는 결국 ‘준비’와 ‘조항’이 결정합니다. Carta 데이터가 보여주듯 다운라운드는 2024년의 20%대에서 2025년 14~17%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사이클의 일부이며, 이 국면을 브릿지로 넘길지, flat round로 방어할지, 구조화 조건을 받아들일지의 선택은 처음 서명한 anti-dilution 조항 위에서 이뤄집니다. 헤드라인 숫자에 안도하지 말고, 청산우선권·전환비율·옵션풀까지 실질 경제권을 계산하는 창업자가 희석을 최소화합니다.

 

 

“밸류가 꺾일 때 창업자를 지키는 것은 협상된 숫자가 아니라, 미리 확정해 둔 조항과 미리 벌어둔 활주로다.”

 

 

다운라운드는 피할 수 없어도, 준비된 창업자에게는 회사의 통제권을 지키며 다음 상승 국면까지 버티는 관리 가능한 사건입니다.

 

 


 

출처


Carta, “State of Private Markets: Q3 2025”,

Carta, “State of Private Markets: 2025 in Review (Q4 2025)”,

Crowdfund Insider, “Early Stage Valuations Keep Rising, Down Rounds Growing Less Frequent: Carta Private Markets Insights”,

Ledgy, “Anti-Dilution Provision Guide for Startup Founders”,

벤처스퀘어, “[2025 결산] 벤처투자 10조 초과… 민간 자본이 주도한 ‘딥테크 쏠림'”,

 


작성자: 에이바이플러스 인사이트 팀

에이바이플러스 뉴스


에이바이플러스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