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특정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도, 정답을 말하는 것도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자문/컨설팅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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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계정만 있고 거의 방치하던 링크드인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올해, 브런치에 써온 글들을 묶어 책을 냈고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2023년에 겪었던 일이 거의 판박이처럼 똑같이 벌어진 거다. 주변 HR 동료들과 지인들이 굳이 그걸 왜 하냐고, 괜히 구설에 오르는 거 아니냐고, 회사에서 안 좋게 보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2023년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하우스 HR이 사람을 향한 일이라는 식의 아름답고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꽤 민감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으니까. 보는 입장에선 저 사람 저래도 괜찮나 싶었을 거다. 그런데 그게 벌써 4년 차다. 이 정도면 유튜브쯤은 또 뭘 하나 보다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거나 서운했냐 하면, 솔직히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대체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다. 더 신기한 건 그다음이었다. 그렇게 걱정해 주던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요즘은 나한테 슬쩍 묻는다. 자기도 이제 개인 브랜딩 같은 걸 해봐야 하는 거냐고, 글을 써보려면 뭐부터 해야 하냐고. 걱정이 궁금함으로 바뀌었지만, 막상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직 잘 들리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손이 안 나가는 거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아마 누구에게나 비슷할 거다.
우리가 시작을 못 하는 세 가지 이유
우리는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크게 세 가지가 걸렸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남의 평가가 두렵고, 내가 나한테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OO인데
첫 번째는 체면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체면을 달고 산다. 사회적 체면, 직업적 체면, 그리고 그냥 내가 나한테 갖고 있는 체면까지. 그래도 내가 명색이 조직장인데, HR 하는 사람이 이런 걸 해도 되나, 이 나이에 카메라 앞에서 뭘 하나 싶은 마음. 아마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체면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체면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체면이라기보다 내 자존심에 가깝다. 진짜 체면, 그러니까 평판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가 만들어주는 거다. 내가 아무리 지키려 애써도 남이 그렇게 봐주지 않으면 그만이고, 반대로 내가 신경 안 써도 남이 좋게 봐주면 그게 평판이 된다.
게다가 슬픈 진실 하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 내가 유튜브에 뭘 올리든, 브런치에 무슨 글을 쓰든 대부분은 스크롤 한 번에 지나간다. 회의 때 말 한 번 버벅거린 걸 나는 밤새 곱씹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날 점심 메뉴도 기억 못 하는 것처럼, 결국 나 혼자 오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걱정해야 할 체면은 따로 있다. 주저하다 결국 안 했을 때 남는 후회, 그리고 도전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 현실이 팍팍해졌을 때 누군가에게 앓는 소리를 해야 하는 순간의 체면이다. 그때의 체면이 훨씬 아프다. 지금 지키려는 알량한 체면은 인생 전체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오히려 새로운 걸 해보고 내 영역을 넓혀가면서 쌓이는 체면이 더 괜찮은 체면일 수 있다.
다만 체면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선은 필요하다는 건 꼭 짚고 싶다. 체면을 내려놓는다는 게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나에게 그 선은 이렇다. 특정 사람이나 회사를 직접 언급하거나 저격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가급적 고민과 아젠다를 일반화해서 다른 회사,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게 쓴다. 이 선만 스스로 정하고 지킬 수 있다면, 체면 때문에 망설일 이유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보여줄래
두 번째는 완벽성이다. 체면이 남의 시선에 대한 걱정이라면, 이건 남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 우리는 유독 남에게 평가받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다. 착한 사람 증후군도 비슷한 버전이다.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다 보니 뭔가를 하려고 하면 누구에게도 비판받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글뿐만 아니라 사업을 할 때도, 심지어 취미를 시작할 때도 비슷하다. 러닝 한번 해보겠다면서 러닝화, 스마트워치, 기능성 옷부터 다 갖추고 정작 뛰는 건 다음 주로 미루는 것처럼. 글이라면 정말 완벽한 수준이 아니면 발행 버튼을 못 누르고, 유튜브라면 카메라랑 마이크는 적어도 이 정도는 있어야 하고 촬영 공간도 이 정도는 돼야 하고 레퍼런스 채널 분석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준비만 몇 달째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본인이 생각하는 완벽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거다. 완벽이라는 기준은 내가 준비할수록 같이 올라가는 이상한 녀석이라서. 운 좋게 내 기준에 맞췄다 해도 시장이나 독자,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진짜 곤란한 건 그때다. 이미 너무 많은 공을 들여놨으니 고치기가 훨씬 어렵다. 아까워서라도.
미스터비스트가 유튜브를 잘하고 싶으면 일단 영상 100개는 찍어서 올려보라고 했던 것처럼, 결국 완벽성은 해보면서 높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좋은 조언을 들어도 막상 내가 직접 해보면 전혀 다르다. 게다가 트렌드도, 고객도, 시장도 계속 바뀐다. 교수나 컨설턴트가 사업을 하면 다 잘되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HR에서도 책상 위에서 아무리 정교하게 제도를 만들어도, 막상 현장에 굴려보면 예상 못 한 구멍이 줄줄이 나오지 않나. 아는 것과 해보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강이 흐른다.
그래서 완벽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일단 하나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다. 나도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별거 없다. 브런치 글이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책은 좀 더 쉽게 썼는데, 책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또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게 유튜브다. 그래서 장비도 그냥 원래 쓰던 노트북 캠이고, 편집 프로그램도 혼자 이것저것 눌러보며 배우는 중이다. 지금 봐도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도 일단 올렸으니 두 번째가 나왔다.
처음부터 뭘 이루려고 하면 금방 지친다
세 번째는 목적성이다. 먹고사는 본업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밖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의 이야기다. 그럴 때는 처음엔 가급적 목적성이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여유가 생긴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도 독자를 얼마나 모으겠다거나 어떤 영향력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10여 년 일했으니 한 번쯤 내 이야기를 정리해 봐야겠다는, 일기장 쓰는 느낌이었다. 그게 3년 넘게 쌓이다 보니 책이 되고 지금이 된 거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구독자 몇만 명 같은 걸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찍고 올리는 거라서, 조회수가 안 나와도 지치지 않는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할 일도 별로 없다.
보통 목적성이라고 하면 돈을 얼마 벌어야겠다, 구독자를 얼마나 모아야겠다 같은 숫자다. 이런 목표가 앞서면 내 활동이 그 숫자에 종속된다. 그러면 더 이상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된다. 취미로 하던 일에 KPI를 다는 순간 그냥 일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물론 운 좋게 빨리 목표를 달성하면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지속성이 흔들린다. 숫자가 안 오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어지고, 그러다 조용히 그만두게 된다.
흔히 보는 장면이 있다. 구독자 1만 명, 월 수익 얼마 같은 목표를 걸고 야심 차게 채널을 열었다가 몇 달 만에 조용해지는 경우. 처음 몇 편은 의욕이 넘치는데, 숫자가 따라오지 않으니 영상 하나 올릴 때마다 성적표 받는 기분이 된다. 회사에서도 첫해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팀이 연말에 가장 먼저 지치는 것처럼, 숫자는 버티는 힘이 되기보다 버티지 못할 이유가 되기 쉽다.
본업은 당연히 생계든 뭐든 목적성이 먼저여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만큼은 목적을 앞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더욱 여유 있을 때 시작해 두는 게 좋다. 정말 절박해서 진지하게 해야 할 때 그제야 처음 시작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 비 오기 전에 우산 한 번 펴보는 연습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일단 시작했다면, 버티는 세 가지 방법
여기까지 쓰고 보니 시작을 막는 건 대부분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다. 그럼 일단 시작한 다음엔 어떻게 이어가느냐.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4년 해보니 남는 건 세 가지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앞의 세 가지 걸림돌과 짝이 맞는다. 목적 없이도 오래 가게 해주는 건 꾸준함이고, 완벽 대신 해보면서 쌓게 해주는 건 내 전문성이고, 체면과 시선을 넘기게 해주는 건 알빠노 정신이다.
결국 꾸준함이 짱이다
제일 먼저는 꾸준함이다. 내가 셀럽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라면 그냥 꾸준함이 짱이다. 세월과 결과물이 쌓이면 그 자체로 나의 경험이자 역사가 된다. 처음엔 나를 믿지 않던 사람도 적어도 그 세월만큼은 믿게 된다.
말이 쉽지, 꾸준함이 제일 어렵다. 시작하고 처음 몇 달은 대개 별 반응이 없다. 공들여 쓴 글에 라이킷 몇 개 붙고 끝나기도 하고, 영상 조회수가 아는 사람 숫자를 못 넘기기도 한다. 대부분 이 구간에서 그만둔다. 반응이 없으니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고, 그러다 바쁜 주가 한 번 끼면 자연스럽게 손을 놓는다.
그래서 꾸준함의 단위는 작게 잡는 게 좋다. 매일 쓰겠다, 매주 영상 두 개 올리겠다는 다짐은 대개 한 달을 못 간다. 헬스장도 매일 가겠다고 등록한 사람보다 일주일에 두 번만 가겠다는 사람이 1년 뒤에 더 많이 남아 있지 않나. 바쁠 땐 텀을 늘려도 되고 잠깐 쉬어가도 된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끊기지 않는 거다. 잠깐 멈추는 건 괜찮은데, 완전히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데 처음보다 더 큰 힘이 든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몇 년째 꾸준히 뭔가를 써온 사람이라는 사실은 어떤 자기소개보다 설득력이 있다. 누군가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그 사람이 쌓아온 글 목록을 쭉 내려보면, 적어도 하루이틀 한 건 아니구나 싶어진다. 채용할 때도 화려한 이력서보다 한자리에서 묵묵히 쌓은 시간이 더 눈에 들어올 때가 있는 것처럼.
꾸준함이 쌓아주는 건 결과물만이 아니다. 처음 쓴 글을 몇 년 뒤에 다시 열어보면 대개 얼굴이 좀 화끈거린다. 문장도 길고 하고 싶은 말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런데 그 민망함이 곧 그동안 늘었다는 증거다. 지금 올리는 것들도 몇 년 뒤엔 똑같이 민망하겠지. 그럼 그것도 그대로 좋다.
내 전문성과 같이 키운다
꾸준함은 내 전문성과 같이 가는 게 좋다.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광고나 수익형 콘텐츠도 큰 결에서는 다 포함되겠지만, 쉽지 않다. 그보다는 내가 가진 전문성이나 취미 영역과 함께 가는 게 낫다.
일단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 남들이 잘된 포맷을 따라 하면 처음엔 그럴듯해 보여도 금방 소재가 바닥난다. 반면 내 일과 연결된 이야기는 소재가 일상에서 계속 나온다. HR로 치면 채용 면접 하나, 평가 시즌의 면담 하나, 퇴사 상담 하나가 다 글감이다. 출근만 해도 쓸거리가 생기는 셈이니 따로 아이템을 쥐어짤 필요가 없다.
더 좋은 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곧 내 전문성과 경험을 다지는 과정이 된다는 거다. 머릿속으로는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도 막상 남에게 설명하려고 글로 옮기면 빈틈이 보인다. 이건 왜 그렇지, 저건 정말 맞나 하고 다시 찾아보게 된다. 나도 글을 쓰면서 막연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오히려 본업에서 판단이 선명해지는 걸 여러 번 느꼈다. 콘텐츠가 본업을 갉아먹는 게 아니라 본업을 다시 갈아주는 숫돌 역할을 하는 거다.
다들 비슷비슷하게 표준화된 콘텐츠를 찍어내는 시대에, 내 일과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 자체로 차별점이 된다. 정보는 이제 검색하면 다 나오고, 정리는 AI가 나보다 더 깔끔하게 해준다. AI가 그럴듯한 글은 대신 써줘도 내가 겪은 일을 대신 겪어주진 못한다. 결국 남는 건 그때 나는 이렇게 고민했고 이렇게 해봤더니 이렇게 되더라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꼭 거창한 전문성일 필요도 없다. 오래 해온 취미든, 남들보다 조금 더 깊게 파본 분야든 상관없다. 기준은 하나다. 내가 진짜로 해봤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냐. 이 두 가지만 맞으면 소재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그래도 흔들리면, 알빠노
앞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요즘 말로 하면 그게 알빠노다. 마지막 팁은 바로 이 알빠노 정신이다. 친한 사람들도 나의 새로운 도전을 매번 응원해 주진 않는다. 진짜 걱정돼서 그러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 응원보다는 보류를 권한다.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하다 보면 실제로 안티도 생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본인은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안 하는데 누군가 하고 있으면 괜히 불편할 수 있으니까. 가만히 있는 내가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 그 불편함이 걱정이나 비판의 모양을 하고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처음 들으면 꽤 신경 쓰인다. 걱정 섞인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괜히 써놓은 글을 다시 열어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그런 반응의 대부분은 내 글보다 그 사람의 사정에 더 가깝다. 같은 글을 보고 누구는 위로가 됐다고 하고 누구는 불편하다고 하는 걸 보면, 애초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다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애써봐야 안 된다. 예수님/ 부처님/ 성인군자로 불리는 분들에게도 적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안티는 있다. 그러니 그냥 알빠노다. 그 에너지로 차라리 내 글이나 영상 덕분에 고민이 좀 정리됐다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물론 알빠노가 귀를 닫으라는 말은 아니다. 내용에 대한 지적, 틀린 부분에 대한 피드백은 고맙게 듣는다. 다만 하지 말라는 말, 굳이 왜 하냐는 말은 흘려보낸다. 피드백과 소음을 구분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알빠노다. 앞에서 말한 내 선만 잘 지키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걱정은 몇 년 뒤 질문이 되어 돌아온다
돌이켜보면 2023년에 걱정해 주던 사람들도, 올해 유튜브를 걱정해 준 사람들도 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 걱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를 향한 말이라기보다 각자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비친 말이었던 것 같다. 체면이 신경 쓰이고, 완벽하지 않을까 봐 겁나고, 해봐야 뭐가 될까 싶은 마음. 그래서 그 걱정이 몇 년 뒤엔 나도 해봐야 하냐는 질문으로 바뀌어 돌아오는 거겠지.
결국 실행을 막는 건 능력이나 시간이 아니라 이런 마음들이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늘 비슷하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고. 체면은 생각보다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완벽은 해보면서 채우는 거고, 목적은 나중에 생겨도 늦지 않다고. 일단 시작했다면 꾸준히, 내 일과 함께, 남의 말엔 조금 무심하게 가면 된다고. 나도 처음엔 일기장 쓰듯 글 하나 올린 게 전부였고, 지금도 노트북 캠 하나로 버티는 중이다.
새로운 걸 시작하지 않을 이유는 언제나 충분하다. 바쁘고, 아직 준비가 덜 됐고, 남들 눈도 신경 쓰이고. 그런데 그 이유들은 1년 뒤에도, 3년 뒤에도 똑같이 그 자리에 있다. 달라지는 건 그사이에 쌓인 게 있느냐 없느냐뿐이다. 그러니 혹시 지금 뭔가를 해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그리고 주변에서 굳이 왜 하냐는 말을 듣고 있다면, 오히려 잘 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뭔가를 시작하긴 했다는 뜻이니까.
나머지는, 음, 알빠노다.
해당 콘텐츠는 이드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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