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보 루이뤼카 – Revid.ai·Outrank.so 창업자

AI로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AI 얘기를 하는데, 정작 내가 뭘 만들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준다.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고, 잘못 골라서 몇 달을 날릴까 봐 시작을 못 한다. 그러다 이런 생각에 이른다. 하나만 제대로 걸리면 되는데. 그 하나를 못 고르겠다.

 

지난 편에서 데이비드 홀츠가 애플의 인수 제안을 두 번 거절한 이야기를 했다. 하나에 모든 걸 걸었던 사람이다. 이번은 정반대다. 고르지 않고 다 만들어본 사람이다. 프랑스의 티보 루이뤼카(Thibault Louis-Lucas). 35세, 파리 거주, 아이 둘. 온라인에서는 티보 메이커라는 이름을 쓴다. 그가 지금 굴리는 AI 제품은 일곱 개다. 합쳐서 월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월 14억이 넘는다. 그런데 그를 돕는 정식 직원은 없다. 투자도 한 푼 받지 않았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부터 본다.

 

 

Revid.ai는 글이나 링크, 음성을 넣으면 세로 영상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도구다. 틱톡·릴스·쇼츠에 바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나온다. 이 하나가 월 60만 달러, 우리 돈 8억이 넘는다. Outrank.so는 검색 유입을 자동으로 만드는 도구다. 어떤 글을 써야 검색에 걸리는지 AI가 판단해 콘텐츠를 뽑아낸다. 현재 월 매출 30만 달러, 2,500개가 넘는 사이트가 쓴다.

 

나머지도 전부 AI 제품이다. 노션 문서를 블로그로 바꿔주는 Feather, X 계정을 키우는 SuperX, 여러 플랫폼에 동시 발행하는 PostSyncer, AI 팀원을 붙여주는 Squad, 레딧에서 고객을 찾아주는 Bazzly. 여기서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원래 잘하던 사람이겠지.”

 

 

 

아니다. 티보는 회사를 두 번 말아먹고 법원에서 파산 절차를 밟은 사람이다. 직원 월급도 못 줬다. 그게 2018년 무렵이다.

 

 

 

그리고 지금 월 14억을 번다. 이 글은 그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따라간다. 결론부터 한 줄 적으면 이렇다. 그는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걸 그만뒀다. 대신 만들어보고 골랐다. Revid.ai만 해도 앞선 아홉 개를 버린 뒤 열 번째에서 나온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뭘 만들지 고르지 않고 정하는 법, 될지 안 될지 한 달 만에 아는 기준, 그리고 하나가 터진 뒤에도 올인하지 않는 이유. 이 셋은 나열이 아니다. 앞의 것을 풀어야 다음 문제가 생기는 순서다. 미리 밝혀두자면, 이 글의 수치는 본인이 공개 계정에 직접 올린 숫자와 본인 인터뷰에서만 가져왔다. 티보는 매출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편이라 추정치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글 끝에서, 지금 내가 세 문제 중 몇 번째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적어둔다.

 

 


 

 

파산 절차를 밟은 사람이었다

 

월 14억을 버는 지금과, 파산 절차를 밟던 2018년 사이에는 8년이 있다. 그 사이에 바뀐 게 무엇인지가 이 글의 전부다. 먼저 실패부터 본다. 2015년, 친구 톰 자케송과 첫 회사 Pistache를 세웠다. 키우지 못했다. 2017년에는 Dreamz를 만들었다. 코딩을 게임처럼 배우는 교육 서비스였다.

 

두 번째에는 방식을 바꿨다. 투자를 더 받았고, 사람을 더 뽑았다. 안 되면 돈을 더 넣고 인력을 더 붙이면 된다고 봤다. 대부분이 처음 떠올리는 답이 정확히 이것이다. 제품이 안 되면 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개발이 밀리면 개발자를 더 뽑는다. 문제의 크기만큼 자원을 부으면 풀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고 계속 쓰는 고객은 생기지 않았다. 팀이 커질수록 나가는 돈은 늘었고, 들어오는 돈은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은행 계좌가 비었다. 직원 월급을 주지 못했고, 법원에서 회사를 정리했다. 남에게 줄 돈을 못 준 상태로 끝난 것이다.

 

 

두 번째 회사는 법원에서 정리됐다. 파리 상사법원. (Wikimedia Commons)

 

 

짚어둘 게 있다. 티보가 게을렀거나 무능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그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 투자를 받고, 팀을 꾸리고, 아이디어 하나를 골라 오래 다듬었다.

 

 

정석대로 해서 두 번 망했다. 그래서 세 번째부터는 정석을 버린다.

 

 


 

 

파리에 갇힌 채 다시 시작했다

 

세 번째부터 티보가 버린 정석은 이것이다. 무엇을 만들지 먼저 고르는 것. 보통은 이 순서로 간다.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시장을 조사한다. 될 것 같은 하나를 고른다. 거기에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넣는다. 이 방식의 문제는 고르는 단계에서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시장조사를 아무리 해도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낼지는 만들어서 팔아보기 전엔 모른다. 그런데 이 방식은 만들기 전에 결정을 요구한다.

 

 

 

티보는 순서를 뒤집었다. 고르지 않고 일단 만든다. 그리고 시장이 고르게 한다.

 

 

 

말은 쉬운데 실행하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하나 만드는 비용이 충분히 싸야 한다. 제품 하나에 6개월이 든다면 이 방식은 불가능하다. 두세 개 만들다 자금이 마른다. 여기서 AI가 들어온다. 티보가 만드는 제품들은 대부분 AI 모델을 가져다 쓰는 얇은 도구다. 영상 생성 모델, 텍스트 생성 모델은 이미 남이 만들어놨다. 그는 그걸 특정 용도에 맞게 감싸는 껍데기를 만든다.

 

Revid.ai를 예로 들면, 영상을 만드는 AI 자체를 개발한 게 아니다. 글을 넣으면 영상이 나오게 연결하고 다듬은 것이다. 그러니 제품 하나를 몇 주 만에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YOUTUBE_OS실패 이력과 현재 제품을 본인 사이트에 그대로 적어둔다. (tmaker.io)

 

 

이게 이 이야기의 첫 번째 축이다. AI 덕분에 만드는 비용이 싸졌고, 싸졌기 때문에 고르지 않고 여러 개를 던져볼 수 있게 됐다.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 열 개를 시험하려면 5년이 걸렸다. 지금은 몇 달이면 된다. 티보가 하는 건 그 차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고르지 않고, 만들어보고 골랐다

 

여러 개를 던지기로 했으면 다음 문제가 온다. 뭘 보고 접고, 뭘 보고 밀어붙일 것인가. 티보의 기준은 하나다. 돈이 들어오는가. 그것도 처음부터. 그는 이걸 다섯 가지 원칙 중 첫 번째로 꼽는다. “처음부터 돈을 받아라. 그래야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무료로 풀고 나중에 과금하는 방식은 이 판단을 미룬다. 사용자가 늘어도 그게 진짜 수요인지, 공짜라서 온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앞선 두 번의 실패에서 그가 겪은 게 정확히 이것이다. 여기에 그가 덧붙이는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싸게 받지 말 것. 그의 기준은 월 50~100달러다. 우리 돈 7만~14만 원. 개인이 쓰는 도구치고는 싸지 않다. 그런데 이 가격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월 50~100달러는 금방 해지하는 고객을 걸러낸다.”

 

 

월 5천 원짜리 도구는 가입도 쉽지만 해지도 쉽다. 별생각 없이 결제했다가 별생각 없이 끊는다. 그런데 월 10만 원을 내는 사람은 결제 전에 고민하고, 결제 후엔 본전을 뽑으려 쓴다. 비싸게 받으면 남는 고객만 온다. 싸게 받아 많이 모으는 게 상식처럼 보이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반대다. 고객이 많으면 문의도 많고 서버도 커진다. 직원이 없으면 그걸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제품들은 적은 고객에게 제대로 받는 구조다. Outrank이 2,500개 사이트로 월 30만 달러를 만든다는 건, 사이트당 월 120달러쯤 받는다는 뜻이다.

 

 

Revid.ai — 글을 넣으면 세로 영상이 나온다. 월 8억. (revid.ai)

 

 


 

 

아홉 개 버리고 열 번째가 월 8억

 

이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가장 크게 성공한 제품으로 본다. Revid.ai는 열 번째 시도였다. 앞선 아홉 개는 실패했다. 아홉 개를 버렸다는 문장은 짧지만, 실제로는 아홉 번 기대하고 아홉 번 접었다는 뜻이다. 만들 때마다 이번엔 될 것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홉 번 아니었다.

 

 

아홉 개를 버린 뒤 열 번째가 월 8억이 됐다.

 


열 번째가 월 60만 달러가 됐다. 우리 돈 월 8억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Revid.ai가 아홉 개보다 특별히 뛰어난 아이디어였느냐는 것이다. 티보 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 제품도 처음부터 지금 모습은 아니었다. 원래는 Typeframes라는 이름으로, 글을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도구였다. 그러다 사용자들이 짧은 세로 영상 쪽으로 쓰는 걸 보고 방향을 틀었다. 2024년 9월에 Revid.ai로 이름을 바꾸고 나온 것이다.

 

 

이게 그의 두 번째 원칙이다. “원래 계획이 아니라 사용자 행동을 따라가라.”

 

 

만들어 내놓으면 사람들이 예상과 다르게 쓴다. 대부분은 그걸 오용이라 보고 원래 의도대로 돌리려 한다. 티보는 반대로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쪽이 진짜 시장이라고 본다. 정리하면 이렇다. 아홉 개를 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열 번째까지 갔고, 열 번째도 원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쓰는 사람을 따라 바뀐 뒤에 터졌다.

 

 


 

 

싸게 받으면 금방 나간다

 

만들었으면 알려야 한다. 그런데 티보는 광고를 거의 사지 않는다. 대신 그가 쓰는 방법이 네 번째 원칙이다. “무료 도구를 만들어 검색으로 잡아라.” 방식은 이렇다.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말을 찾는다. 예를 들어 “음성을 영상으로” 같은 것. 그리고 그 검색어에 정확히 맞는 무료 도구를 하나 만들어 올린다.

 

그 도구를 쓰러 온 사람이 결과물에 만족하면, 더 많은 기능이 있는 유료 제품으로 넘어온다. 광고비는 0원이고, 검색은 꺼지지 않는다. 광고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다. 이 방법을 제품으로 만든 게 Outrank.so다. 어떤 글을 써야 검색에 걸리는지 AI가 판단해 콘텐츠를 자동으로 뽑아낸다. 자기가 쓰던 방법을 남에게도 팔 수 있게 만든 것이다.

 

 

Outrank.so — 검색 유입을 자동으로 만든다. 월 30만 달러. (outrank.so)

 

 

이게 그의 방식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자기 문제를 풀려고 만든 걸,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제 필요했던 도구를 만들고,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 팔고, 민망할 정도로 유용해질 때까지 계속 출시하라.” Outrank은 월 300달러에서 15개월 만에 월 30만 달러가 됐다. 천 배다. 광고비를 태워서 만든 숫자가 아니라, 검색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쌓인 결과다.

 

 


 

 

월 300달러가 15개월 만에 월 30만 달러

 

여기까지가 하나를 키우는 방법이다. 그런데 티보가 다른 사람들과 갈라지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보통은 하나가 터지면 거기에 올인한다. 잘 되는 게 확인됐으니 인력을 붙이고, 기능을 늘리고, 그 제품을 회사로 키운다. 상식적인 판단이다. 티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Revid.ai가 월 60만 달러를 넘긴 뒤에도 Outrank을 만들었고, SuperX를 만들었고, PostSyncer를 만들었다.

 

 

SuperX — 하나가 터진 뒤에도 다음을 붙였다. (superx.so)

 


본인이 밝힌 목표는 이렇다. “SaaS 다섯 개를 각각 월 10만 달러로.” 왜 하나를 키우지 않고 여러 개로 나누는가.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크기에 한계가 있다. 제품 하나를 월 60만 달러에서 월 300만 달러로 키우려면 팀이 필요하다. 영업, 고객지원, 엔터프라이즈 대응이 붙는다. 그 순간 그가 두 번 실패했던 구조로 돌아간다.

둘째, 플랫폼 위험이다. AI 도구는 대부분 남의 모델과 남의 플랫폼 위에 있다. 정책 한 줄이 바뀌면 제품 하나가 통째로 흔들린다. 하나에 다 걸면 그 한 줄에 전부가 걸린다.

 

 

여러 개를 굴리면 하나가 무너져도 나머지가 남는다. 대신 각각을 적당한 크기에서 멈춰야 한다. 그래서 목표가 “하나를 월 300만”이 아니라 “다섯 개를 각각 월 10만”인 것이다.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직원 없이 일하는 사람의 구조적 선택이다. 키울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니라, 손이 닿는 최대치에서 멈춘다.

 

 


 

 

터진 하나에 올인하지 않았다

 

여러 개를 굴리는 방식에는 변형도 있다. 직접 만들지 않고 사 오는 것이다. 2024년 6월, 티보는 Feather라는 도구를 25만 달러에 인수했다. 노션에 쓴 문서를 블로그로 바꿔주는 제품이다. 당시 이 제품의 매출은 월 7천 달러였다.

 

 

Feather — 만들지 않고 25만 달러에 사 왔다. (feather.so)

 


25만 달러를 주고 월 7천 달러짜리를 샀다. 단순 계산으로 원금을 회수하는 데 3년이 걸린다. 좋은 거래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가 밝힌 이유는 두 가지였다. 좋은 제품인데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봤고, 자기가 그 여지를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인수 6개월 뒤 매출이 두 배 넘게 올라 월 2만 달러가 됐다. 새로 만들었다면 몇 달이 걸렸을 검증 단계를, 이미 돈을 내는 고객이 있는 상태에서 건너뛴 것이다. 여기서 이 방식의 성격이 드러난다. 티보가 하는 건 제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제품을 굴리는 일에 가깝다. 만들든 사 오든, 붙여서 키울 수 있으면 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도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AI 도구는 대부분 얇다. 남의 모델 위에 얹힌 껍데기라서, 만드는 것도 빠르고 넘겨받아 고치는 것도 빠르다.

 

 


 

 

사서 붙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럼 100억에 팔았다는 그 회사는 뭔가. 티보가 처음 크게 알려진 건 Tweet Hunter와 Taplio다. 각각 트위터와 링크드인에서 글을 쓰고 계정을 키우는 걸 돕는 도구인데, 이것도 AI 제품이었다. 반응이 좋았던 트윗 수백만 건으로 학습시킨 모델이 글을 초안으로 써주고 다시 써준다.

 

 

Tweet Hunter — AI가 트윗 초안을 쓴다. 2022년 매각. (tweethunter.io)

 

 

이 두 개를 2022년에 묶어 프랑스 회사 lempire에 팔았다. 본인이 밝힌 최종 실현액은 800만 달러, 우리 돈 100억이 넘는다. 같은 해 Product Hunt가 그를 올해의 메이커로 뽑았다. 대부분의 기사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낸다. 파산에서 100억까지, 깔끔한 성공담이다.

 

그런데 이건 중간 지점이다. 지금 그가 버는 돈은 월 100만 달러고, 그건 매각 대금과 무관한 별개의 흐름이다. 더 중요한 건 매각 조건이었다. 800만 달러는 한 번에 들어온 돈이 아니다. 계약 시점에 받은 건 200만 달러였고, 나머지 600만 달러는 2년간 매출 목표를 채워야 나오는 성과금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회사를 팔고도 2년을 더 묶였다. 티보는 지금 그 매각을 공개적으로 후회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채우느라 회사를 두 번 파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 경험이 지금 방식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한 번에 큰 돈을 받고 묶이는 것보다, 매달 들어오는 흐름을 여러 개 갖는 쪽을 택한 것이다.

 

 


 

 

100억에 판 것도 중간 지점이었다

 

여기까지 보면 잘 굴러가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그런데 티보는 안 되는 것도 그대로 공개한다. 2025년 9월, 그는 자기 계정에 제품별 현황을 이렇게 적었다.

 

 

Revid ✅ / Outrank ✅ / SuperX 성장 중 / PostSyncer 성장 중 / Feather ❌

 

 

다섯 개 중 하나에는 본인이 엑스를 쳐뒀다. (Wikimedia Commons)

 

 

다섯 개 중 둘은 목표를 넘겼고, 둘은 가는 중이고, 하나에는 엑스를 쳤다. 25만 달러를 주고 사서 두 배로 키웠던 그 Feather다. 그가 덧붙인 말은 이렇다. “솔직히 SaaS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렵다.” Feather는 제품이 나빠서 실패한 게 아니다. 그는 지금도 자기 뉴스레터를 이 도구로 만들어 6만 4천 명에게 보낸다. 본인이 쓰는데도 사업으로는 안 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러 개를 굴리는 방식은 모두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몇 개는 반드시 안 된다는 걸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하나에 올인하면 그 하나가 안 될 때 전부가 끝난다. 다섯 개를 굴리면 하나가 안 돼도 나머지가 남는다. 실패를 없애는 게 아니라, 실패해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 중 하나는 실패라고 적어뒀다

 

이 방식이 아무에게나 되는 건 아니다. 조건이 있다.

 

 

첫째, 티보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개발자이기 때문에 제품 하나를 내놓는 비용이 사실상 자기 시간뿐이다. 외주를 줘야 한다면 아홉 개를 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버릴 때마다 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그가 만드는 건 특정 종류의 제품이다. 소비자가 카드로 직접 결제하고, 영업 인력이 필요 없고, 규제가 거의 없는 영역. 기업 고객을 상대하거나 허가가 필요한 업종이라면 이 속도는 나오지 않는다.

셋째, 버틸 시간이 있었다. 매각 대금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의 생활비 걱정 없이 아홉 개를 버릴 수 있었다. 이건 순서를 뒤집으면 안 되는 조건이다.

 

 

프랑스 회사 lempire에 팔았다. 계약금은 4분의 1. (Wikimedia Commons)

 

 

다만 이 조건들이 없다고 방식 자체가 무의미해지지는 않는다.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판단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르고 나서 오래 붙잡는 대신, 빨리 내놓고 시장이 고르게 한다. 반응이 아니라 결제로 판단한다. 하나가 되면 거기 다 걸지 않고 다음을 붙인다. 이 세 가지는 제품이 하나든 열이든 적용된다. 그리고 이 방식을 가능하게 만든 건 결국 AI다. 예전에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몇 달이 들었으니 여러 개를 던져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만드는 비용이 싸져서, 고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지금 나는 몇 번째 문제에 있나

 

앞에서 약속한 세 가지를 적는다. 이건 나열이 아니라 순서다.

 

 

1번 —

뭘 만들지 모르겠다. 고르려 하지 말고 만들어본다. 시장조사로는 답이 안 나온다. AI 도구는 만드는 비용이 싸졌으니, 고민하는 시간에 하나를 내놓는 게 빠르다.

 

2번 —

이게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1번을 해야 여기 온다. 처음부터 돈을 받는다. 무료로 풀면 판단이 미뤄진다. 그리고 싸게 받지 않는다. 월 7만~14만 원 선이 티보의 기준이고, 이유는 싸게 받으면 금방 나가는 고객만 오기 때문이다.

 

3번 —

하나 됐는데 어떻게 하지. 2번을 통과해야 여기 온다. 거기 다 걸지 않는다. 하나를 최대로 키우려면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이 붙으면 예전에 망했던 구조로 돌아간다. 손이 닿는 크기에서 멈추고 다음을 붙인다.

 

 

지금 내가 몇 번에 있는지부터 본다. 아직 아무것도 안 내놨으면 1번이다. 내놨는데 돈을 안 받고 있으면 2번이다. 3번 고민은 2번을 푼 사람에게만 온다. 번호를 건너뛰면 앞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1번이 안 풀린 상태에서 여러 개를 벌이면, 안 될 것 열 개를 동시에 붙잡게 된다.

 

덧붙일 것이 있다. 티보의 방식이 모든 업종에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가 만드는 건 소비자가 카드로 바로 결제하고, 영업 인력이 필요 없고, 규제가 거의 없는 영역의 도구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거나 허가가 필요한 업종이라면 속도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다섯 개가 정답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는 직접 만들 수 있고, 매각 대금이 있어 버틸 시간도 있었다. 조건이 다르면 개수도 달라진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판단 방식이다. 티보는 매번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걸 지금 확인할 수 있는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붙잡는 대신, 확인할 수 있게 바꾼다. (Unsplash·CC0)

 

 

아이디어가 좋은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 만들어서 확인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는 말로 확인할 수 없으니 결제로 확인했다. 이 제품이 계속 갈지는 알 수 없으니 여러 개를 두고 확인했다.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오래 붙잡는 대신,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빨리 확인한다. 두 번의 파산과 지금 사이에 바뀐 건 이것 하나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것인가.

 

 


 

같이 보면 좋은 영상 — AI 성공스토리 · 쫑대표의 딸깍일기. AI로 실제 성과를 낸 사람들을 한 명씩 다루는 재생목록이다.

쫑대표(이종대) · 데이터블 / 바이브미디어랩 / 바이브미디어파트너스 대표이사. 2011년부터 16년째 사업 중. 코카콜라·로레알·삼성전자·배민·마켓컬리 등 200여 곳과 일했고, 세바시·매일경제·KAIST·연세대 등에서 100회 이상 강연했다.

쫑대표 홈페이지

 


해당 콘텐츠는 쫑대표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