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홀츠 – 미드저니 창업자

 

애플이 회사를 사겠다고 두 번 찾아왔다. 그는 두 번 다 거절했다.


지난 편에서 스웨덴의 안톤 오시카가 잘 되던 회사·이름·오픈소스를 스스로 놓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남이 주겠다는 돈을 두 번이나 거절한 사람이다. 그것도 그 돈을 주겠다던 곳이 애플이었는데도 그랬다.

미국의 데이비드 홀츠(David Holz). 2013년과 2018년, 애플이 그의 회사 립모션(Leap Motion)을 사겠다고 두 차례 접촉했지만 모두 결렬됐다. 웬만하면 못 이기는 척 받을 만한 제안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애플의 인수 제안은 창업자 입장에서 사실상 성공 인증서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는 두 번 다 그 제안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거절로부터 불과 1년 뒤, 그 회사는 전성기 가치의 10%인 헐값에 팔렸다. 애플이 제안했던 금액보다도 낮은 값이었다. 그가 지켜낸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만드는 결말이었다.

보통 여기서 배운다. 조건 좋을 때 팔았어야 했다고, 신념을 부린 대가라고. 그는 정반대로 배웠다. 다음 회사를 만들 때는 투자자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고, 확산모델 논문 한 편을 보자마자 회사를 나와 엔지니어 10명을 모았다. 독자 웹사이트 하나 없이 디스코드 채팅창으로 출시했고, 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그 회사가 지금의 미드저니(Midjourney)다.

지금 미드저니는 연 매출 2,900억 원 안팎(보도에 따르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매출 크기가 아니다. 실패를 겪고도 왜 같은 방식으로 다시 거절했는가, 그 거절이 어떤 승부수로 이어졌는가, 그리고 지금 그 배짱이 만난 대가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미리 밝혀두자면, 이 글에 나오는 수치와 인용은 전부 1차 매체 보도와 본인 인터뷰에서만 가져왔다. 홀츠는 유튜브 인터뷰 영상은 드물지만, 여러 매체와 나눈 대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글 끝에서, 남의 제안을 거절할지 말지 판단할 때 확인할 것 세 가지를 적어둔다. 배짱이 아니라 계산의 문제다.

 

 


 

애플이 두 번 찾아왔다

 

홀츠는 원래 학계 사람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응용수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NASA 랭리연구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했다. 남들 눈엔 탄탄한 학자의 길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판단했다. 논문 하나 쓰는 데 몇 년씩 걸리는 방식으로는 세상에 아무 차이도 만들지 못한다고 봤다. 아무리 뛰어난 두뇌가 모여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 가치를 다 갉아먹는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접고, 손동작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하드웨어 회사 립모션(Leap Motion)을 세웠다. 2011년이었다.

 

 

애플이 두 번 인수를 제안했지만 두 번 다 거절했다. (Apple)

 

 

립모션은 잘나갔다. 개발자 30만 명 넘게 이 기술을 썼고, 회사 가치는 3,060억 원까지 올라갔다. 그 정점에서 애플이 처음 인수 의사를 밝혔다. 2013년이었다. 홀츠는 애플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직접 밝혔고, 심지어 애플의 기술이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협상은 그 자리에서 끝났다. 손동작 인식이라는 낯선 기술로 시작해 3년 만에 애플이 찾아올 정도의 회사를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2018년, 애플이 다시 왔다. 이번엔 3백억~5백억 원 규모로 서류 단계까지 갔다. 첫 번째보다 훨씬 진지한 협상이었다. 실사가 진행되고 계약서 초안까지 오갔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도 공동창업자들의 경영 불안정성 때문에 다시 무산됐다. 애플 쪽 보도에 따르면 두 번 다 결렬 사유가 조금씩 달랐다 — 첫 번째는 홀츠 개인이 애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원인으로 꼽혔고, 두 번째는 회사 내부 사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결과는 같았다. 그는 두 번 다 애플의 돈을 받지 않았다. 한 회사가 5년 사이에 같은 인수자를 두 번 돌려보내는 일은 실리콘밸리에서도 흔치 않다.

 


 

연구소를 나와 창업으로

 

홀츠가 있던 NASA 랭리연구센터는 미국 항공우주 연구의 오래된 거점이다. 1917년 설립된 이곳은 미국 항공우주 연구의 상징적인 장소로, 전 세계 연구자들이 경력의 한 줄로 남기고 싶어 하는 곳이다. 여기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한 이력은 그가 학계에서 완전히 이방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통 경로를 밟다가 스스로 방향을 튼 쪽에 가깝다.

 

 

NASA 랭리연구센터. 홀츠가 박사과정 중 계약직으로 일하던 곳이다. 그는 이곳을 포함한 학계 경로를 접고 창업을 택했다. (NASA 공식 촬영)

 

 

학계를 나온 이유를 그가 직접 밝힌 적은 많지 않지만, 립모션을 세운 시점과 정황을 보면 계산은 분명하다. 논문 한 편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제품 하나가 시장에서 검증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릿수가 다르다. 논문은 발표되고도 몇 년이 지나야 인용되고, 인용되고도 몇 년이 지나야 실제로 응용된다. 반면 제품은 만들면 곧바로 시장이 반응을 준다. 사용자가 쓰는지 안 쓰는지, 돈을 내는지 안 내는지가 몇 주 안에 드러난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립모션은 손동작 인식이라는, 당시로선 낯선 하드웨어였다. 마우스도 키보드도 없이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면 컴퓨터가 그 동작을 읽는다는 발상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인터페이스를 실제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이 발상 하나로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창업자가 됐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애플이 직접 찾아오는 회사를 일궈냈다.

 


 

30만 개발자가 썼지만

 

립모션 컨트롤러는 작은 USB 장치였다. 책상 위에 놓으면 적외선 카메라 두 대가 손의 움직임을 초당 200프레임으로 읽어냈다. 개발자 30만 명 이상이 이 장치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고, 이 숫자만으로도 당시 하드웨어 스타트업 치고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게임·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제품이 나왔고, 일부는 실제 제품으로 이어졌다.

 

 

립모션(Leap Motion) 컨트롤러. 개발자 30만 명 이상이 사용했지만, 이 인기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Wikimedia Commons)

 

 

그런데 개발자가 많이 쓴다는 것과 회사가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손동작 인식이라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아직 대중 시장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고, 립모션은 하드웨어 판매와 개발자 생태계 사이에서 뚜렷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화려한 데모와 실제 매출 사이의 간극이 이 회사의 진짜 문제였다. 개발자들은 신기해했지만, 일반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컨퍼런스 무대에서는 늘 박수를 받았지만, 그 박수가 매출 곡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애플이 두 번이나 관심을 보인 것도 이 기술 자체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손동작 인식은 애플이 미래 인터페이스로 눈여겨볼 만한 영역이었다. 훗날 애플이 내놓은 비전 프로 같은 제품군을 생각하면, 애플이 당시 이 기술에 왜 관심을 가졌는지는 지금 시점에서 더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홀츠는 그 관심을 매번 돈으로 바꾸지 않았다. 이 선택의 결과가 곧바로 드러난다.

 


 

그리고 헐값에 팔렸다

 

2018년 애플의 두 번째 제안을 거절하고 딱 1년 뒤인 2019년 5월, 립모션은 영국 촉각 기술 회사 울트라햅틱스(Ultrahaptics)에 팔렸다. 매각가는 약 300억 원. 2013년 피크 밸류였던 3,060억 원의 딱 10%였다.

 

 

립모션 밸류 변화. 3,060억 → 300억, 딱 10%

 

 

애플이 제안했던 3백억~5백억 원보다도 낮은 가격이었다. 한 매체는 이 매각을 “마우스와 키보드를 죽일 뻔했던 회사의 마지막 패”라고 표현했다. 한때 컴퓨터 인터페이스 자체를 바꿀 거라는 기대를 모았던 회사가, 결국 조용히 다른 회사에 흡수되는 것으로 끝났다는 뜻이었다. 30만 명이 쓰던 개발자 생태계도, 언론이 앞다퉈 취재하던 화제성도,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2년간 벤처자금을 받으며 화려한 밸류를 좇았던 회사가, 결국 거절했던 제안보다 못한 가격에 넘어간 것이다.

그럼 그가 틀린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맞다. 신념을 지킨 대가가 헐값이었다. 두 번의 거절이 결국 회사를 더 나은 자리로 데려가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대부분은 이 지점에서 겁을 먹고 몸을 사린다. 다음번엔 조건이 좋으면 무조건 받자고 결론짓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는 이 실패에서 남들과 정반대의 교훈을 끌어냈다. 반성해서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세게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웹사이트도 없이, 채팅창 하나로

 

2022년 7월, 그는 독자 웹사이트조차 만들지 않고 디스코드 채팅창 하나로 새 회사를 공개했다. 그 회사가 지금의 미드저니다. 이미 1억 7,500만 명이 쓰던 플랫폼에 얹은 것이었고, 팀 자체도 원격근무라 내부에서 이미 쓰던 도구였다. 새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버를 구축하는 시간을 통째로 건너뛴 셈이다.

 

 

 
노이즈에서 형체가 드러나는 확산모델, 그 결과물의 스케일. (Midjourney·CC0)

 

 

진짜 특별했던 건 구조였다. 공개된 채널에서 다른 사람이 뭘 입력해서 어떤 그림을 만드는지가 실시간으로 다 보였다. 신규로 들어온 사람도 그걸 구경하다가 프롬프트 쓰는 법을 그 자리에서 저절로 배웠다. 이미지 하나가 만들어질 때마다, 그게 곧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제품 데모이자 광고였다. 보통은 완성작만 보여주는데, 그는 반대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사람들 눈앞에 뒀다. 구경하던 사람이 저절로 다음 사용자가 됐다. 립모션이 개발자 30만 명에게 하드웨어를 팔았어도 못 만든 확산 구조를, 그는 채팅창 하나로 만들어낸 셈이다.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22년 8월 기준, 직원 10명·투자자 0명인데 이미 흑자였다. 화려한 사무실도, 대규모 투자 유치 발표도 없이 조용히 시작해서 한 달여 만에 손익분기를 넘겼다. 마케팅비 한 푼 안 쓰고 수백만 명을 모았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같은 시기 다른 AI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으던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미드저니: 창업 6개월 만에 흑자

 

미드저니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다. 사진처럼 정확한 그림보다는 회화적이고 시네마틱한 미감으로 특히 유명해졌다. “노을 지는 바닷가, 유화 느낌으로”라고 몇 마디만 적으면 실제 화가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몇 초 만에 나온다. 정확도를 조금 포기하는 대신,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그림을 만드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 방향성은 실제로 화제를 만들었다. 2022년, 미드저니로 만든 “Théâtre D’opéra Spatial”라는 작품이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AI가 만든 그림이 인간 작가들과 겨뤄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미술계 전체에 논쟁을 일으켰다. 몇몇 예술가는 부정행위라고 반발했고, 몇몇은 새로운 도구의 등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출품자 본인은 미드저니라는 도구를 썼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창작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이 서비스가 만드는 결과물의 완성도가 사람들 눈에 낯설게 다가왔다는 뜻이다.

 

 

미드저니로 생성한 “Théâtre D’opéra Spatial”. 2022년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디지털아트 부문 1위를 차지 (제작: Jason M. Allen)

 

 

지금도 콘셉트 아티스트나 영화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미드저니가 미술관에 걸릴 것 같은 그림을 만드는 도구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웹사이트조차 없이 시작한 서비스가, 3년 만에 예술계의 논쟁거리가 된 셈이다.

 


 

직원 40명이 2,900억을 번다

 

미드저니의 확산력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2023년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흰색 롱패딩을 입은 것처럼 만든 이미지 한 장이 전 세계에 퍼졌다. 많은 사람이 실제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했고, 이 사건은 AI 생성 이미지가 정보 신뢰에 미치는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 정도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소수의 팀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기도 했다. 국내 매체는 이 회사가 VC 투자 없이도 연 매출 2,500억 원 이상을 낸다고 보도하며, 하드웨어 시장 진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3년 전 세계에 퍼진 “교황 패딩” 이미지. 미드저니로 생성된 이 이미지는 AI 생성물이 실사로 오인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제작: Pablo Xavier)
 

 

 

회사 발표를 종합하면, 미드저니는 별도 마케팅 예산 없이 이 정도의 대중 침투력을 만들어냈다. 디스코드 공개 채널에서 시작된 입소문이 결국 전 세계 뉴스가 될 만한 이미지까지 만든 것이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약 2억 달러(약 2,9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보도에 따르면 편차 있음). 직원은 40명대에서 100명대까지 보도마다 다르지만, 직원당 매출이 업계 최상위권이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대기업의 직원당 매출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여러 매체의 공통된 평가다. 웹사이트 하나 없이 시작한 회사가, 3년도 안 돼 업계 효율성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다만 이 숫자들은 대부분 회사 자체 발표이거나 매체 추정치다. 미드저니는 비상장이고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정확한 수치는 회사만 안다. 투자자를 받지 않았다는 건 동시에, 외부에 재무 상태를 설명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뜻이다. 이사회도, 상장 심사도, 투자자 보고 의무도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가 원하는 만큼만 공개할 수 있다.

 


 

시키는 대로는 잘 안 된다

 

미드저니가 예술성을 택한 데는 대가도 따랐다. “빨간 모자를 쓴 파란 고양이”처럼 색깔이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그대로 안 나오고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키는 대로 정확히 따르는 건 이 서비스의 강점이 아니다. 경쟁 서비스인 오픈AI의 달리(DALL-E)가 프롬프트 이행력에서는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름다움을 택하면 정확함을 조금 내주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기술은 창작 영역으로 계속 확장됐다. 2023년, “Alice and Sparkle”이라는 아동도서가 나왔는데 글은 챗GPT가 쓰고 삽화는 미드저니가 그렸다.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초기 사례 중 하나로 화제가 됐다. 저자는 몇 시간 만에 텍스트와 삽화를 모두 완성했다고 밝혔는데, 전통적인 출판 과정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다만 사람 손을 그릴 때 손가락 개수가 이상하게 나오는 등 초기 AI 이미지 생성 기술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이기도 했다. 정확도의 약점이 창작 콘텐츠에서는 더 두드러졌다.

 

 

미드저니로 삽화를 그린 아동도서 “Alice and Sparkle”(2023). 글은 챗GPT, 그림은 미드저니가 만들었다 — AI 창작 협업의 초기 사례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런데도 이 서비스는 계속 성장했다. 정확도보다 감성을 원하는 사용자층이 그만큼 두터웠다는 뜻이다. 미드저니가 택한 방향은 처음부터 “정답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도구”였다.

 


 

디즈니가 소송을 걸었다

 

2025년 6월,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미드저니를 저작권 침해로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미드저니가 슈렉·다스베이더 같은 캐릭터를 무단으로 만들어낸다는 게 이유였다. 드림웍스도 이 소송에 포함됐고, 2025년 9월에는 워너브라더스가 추가로 제소했다. 110페이지에 이르는 소장에는 미드저니가 만들어낸 캐릭터 이미지 수십 건이 증거로 첨부됐다. 디즈니·마블·루카스필름·유니버설·드림웍스 애니메이션까지, 소장에 이름을 올린 계열사만 일곱 곳이 넘는다. 국내 AI 전문매체도 “스타워즈·심슨가족 도용”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송을 상세히 다뤘고, 이미지 한 건당 최대 15만 달러의 배상금이 청구됐다고 전했다. 한 매체는 미드저니를 두고 “저작권 침해를 찍어내는 자판기”라는 표현까지 썼다.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디즈니·유니버설·드림웍스가 미드저니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한 곳이다. 배상 규모는 아직 미확정이다. (Wikimedia Commons)

 

 

배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드저니는 학습 데이터 활용이 정당한 공정이용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다. 원고 측은 미드저니가 사전 라이선스 없이 저작권 보호 캐릭터를 무단으로 학습했고, 그 결과물을 유료로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2026년에는 미드저니가 오히려 스튜디오들의 AI 활용 내역을 증거개시로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고, 양측 다 물러설 기색이 없다.

이 소송이 이 글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앞서 본 매출·직원 수치처럼, 이것도 미드저니가 스스로는 밝히지 않는 리스크다. 성장 소식은 회사가 먼저 발표하지만, 소송 비용이나 잠재 배상액은 회사 발표에 나오지 않는다. 화려한 성장 서사 뒤에 늘 이런 미공개 항목이 있다. 그가 두 번 거절해서 지킨 회사가, 결국 지금은 전혀 다른 종류의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공평하게 반대쪽도 적는다. 확산모델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 자체가 저작권법이 미처 따라잡지 못한 영역이라, 미드저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스테이블디퓨전이나 다른 이미지 생성 서비스도 유사한 법적 논쟁에 놓여 있다. 다만 디즈니·유니버설·드림웍스·워너브라더스라는 이름의 무게는 다르다. 이만한 규모의 원고들이 동시에 걸린 소송에서 지면, 업계 전체의 학습 데이터 관행이 바뀔 수도 있다.

 


 

누구 돈으로 시작할 것인가

 

앞에서 약속한 세 가지를 적는다. 남의 제안을 거절할지, 남의 돈을 받을지 판단할 때 확인할 것들이다.

 

첫째, 이 돈을 받으면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 먼저 따진다.

홀츠는 애플의 두 번째 제안을 거절했고, 1년 뒤 그보다 낮은 값에 팔렸다. 신념을 지킨 대가가 항상 좋게 끝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다음번엔 아예 판을 다르게 짰다. 반성해서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같은 배짱을 다른 자리에 다시 썼다. 애플 앞에서 지킨 원칙을, 투자자 앞에서도 똑같이 지켰다.

 

둘째, 화려한 밸류보다 손익분기 도달 속도를 본다.

립모션은 12년간 벤처자금을 받으며 큰 밸류를 좇다가 헐값에 팔렸다. 미드저니는 투자자 없이 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숫자가 큰 것과 숫자가 견고한 것은 다른 얘기다. 투자금이 많다는 건 그만큼 갚아야 할 기대치도 크다는 뜻이다.

 

셋째, 성장 뒤에 숨은 미공개 리스크를 먼저 찾는다.

미드저니는 매출과 성장세는 활발히 알리지만, 저작권 소송의 배상 규모나 정확한 재무 상태는 공개하지 않는다. 화려한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이런 항목을 놓친다. 발표된 숫자보다 발표되지 않은 숫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덧붙일 것이 있다. 미드저니가 검증한 모델은 이미지 생성이라는 특정 시장에서만 확인됐다. 소비자가 직접 결제하고, 규제 장벽이 낮은 영역이다. 모든 업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은 아니다. 자본 집약적인 하드웨어나 규제가 촘촘한 금융·의료 같은 영역이었다면, 투자자 없이 6개월 만에 흑자를 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을 수 있다.

그리고 애플 거절이 순전한 신념이었는지, 공동창업자의 미숙한 판단이 겹친 결과였는지도 보도마다 강조점이 다르다. 이 글은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그가 두 번 거절했고, 그 뒤로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애플을 두 번 거절한 것도, 투자자를 받지 않은 것도, 결국 같은 계산이었다. 남의 돈으로 시작하면 남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먼저다. 그는 그 계산을 두 번 다 같은 방향으로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미드저니다. 물론 그 미드저니도 지금 또 다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애플의 돈도, VC의 돈도 받지 않았지만, 결국 다른 종류의 값을 치러야 하는 순간이 왔다.


6개월 만에 흑자라는 속도만 남기면 이 이야기는 운 좋은 성공담이 된다. 그런데 그가 실제로 반복한 건 속도가 아니라 판단 축이었다. 애플의 돈을 두 번 거절했고, VC의 돈을 처음부터 받지 않았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같은 판단을 반복했다는 게 이 이야기가 말하려는 것이다.

 

 

지금 받으려는 그 돈이, 나중에 무엇을 포기하게 만들지 이미 알고 있는가.

 

 


같이 보면 좋은 영상 — AI 성공스토리 · 쫑대표의 딸깍일기. AI로 실제 성과를 낸 사람들을 한 명씩 다루는 재생목록이다.

쫑대표(이종대) · 데이터블 / 바이브미디어랩 / 바이브미디어파트너스 대표이사. 2011년부터 16년째 사업 중. 코카콜라·로레알·삼성전자·배민·마켓컬리 등 200여 곳과 일했고, 세바시·매일경제·KAIST·연세대 등에서 100회 이상 강연했다.

쫑대표 홈페이지 — https://vibemedialab.com


해당 콘텐츠는 쫑대표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