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 파리 개선문 광장을 통째로 비웠습니다. 하루 촬영비가 약 100만 유로에 달하는 런던 대신 파리 외곽에 런던을 새로 지었고, 단 3대의 실물 전차로 거대한 기갑부대를 구현했습니다.
이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제작이 이루어진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전쟁 블록버스터 <드골>입니다.
1·2편 합산 제작비는 외신 추산 약 1,500억 원 규모. 프랑스 영화 평균 제작비의 약 15배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6년 반이 걸렸고 실제 촬영에만 150일이 투입됐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떤 이야기를 이토록
거대한 스케일로 스크린에 옮긴 걸까요?
<드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한 상황에서도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던 샤를 드골과 그를 따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막의 치열한 전투부터 강대국 사이의 외교전까지, 전쟁의 또 다른 이면을 약 5시간 20분에 달하는 2부작으로 담아냈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 1·2편 합산 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오는 11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개선문 광장을 비우고, 사막에 전장을 재현하며 완성한 초대형 전쟁 영화. 그 압도적인 스케일 뒤에 숨겨진 제작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프랑스 영화 평균 제작비의 15배, 6년 반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
전쟁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병력과 군사 장비, 대규모 세트,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기 위한 의상과 소품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제 역사 속 전투를 스크린에 옮기려면 규모뿐 아니라 고증과 현장감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드골>의 제작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숫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약 489만 유로입니다. 반면 <드골> 2부작의 공식 제작비는 7,400만 유로로, 프랑스 영화 평균의 약 15배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프랑스 매체 르푸앵(Le Point)이 보도한 최종 비용 추정치는 8,500만~1억 유로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500억 원을 넘나드는 규모로, 프랑스 영화 산업에서도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된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두 편을 합산한 금액으로, 다른 영화의 단일 작품 제작비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드골>이 주목받는 이유는 막대한 제작비만이 아닙니다.
제작진이 이 작품에 투입한 시간 역시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년 반. 실제 촬영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총 150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실제 촬영에 투입된 시간도 눈에 띕니다. <덩케르크>의 촬영일수는 68일, <진주만>은 106일이었습니다. 촬영 기간만으로 작품의 규모나 완성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드골>이 얼마나 긴 호흡으로 제작된 영화인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역사적 고증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제작진은 각본을 준비하며 약 150권의 역사서를 참고했으며, 영화는 영국 역사학자 줄리언 잭슨이 집필한 약 900쪽 분량의 샤를 드골 평전을 원작으로 합니다.
“단순히 전쟁의 장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프랑스가 처했던 정치적 상황과 인물들의 선택까지 담아내기 위한 준비가 이어진 것”
파리 개선문 광장을 비우고, 런던을 새로 지었습니다
<드골>의 제작 규모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실제 촬영 현장입니다.
제작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역사적 장소에서의 로케이션 촬영과 대규모 세트 제작을 병행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 광장입니다.

제작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리를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도시 한복판을 촬영장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8월 15일, 개선문이 자리한 에투알 광장을 전면 통제하고 대규모 촬영을 진행했는데요. 평소 자동차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파리의 중심지가 영화 속에서는 1940년대 전쟁의 현장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촬영은 개선문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팡테옹과 파리 동역, 당페르로슈로 광장 등 도시 곳곳의 실제 장소를 활용해 당시 프랑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여기에 북아프리카의 광활한 사막까지 촬영 무대가 됐습니다. 제작진은 모로코 현지에서 자유 프랑스군이 독일군에 맞섰던 비르하킴 전투와 크사르 길란 전투를 재현하며, 파리의 시가지와는 또 다른 전장의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장면을 실제 장소에서 촬영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런던입니다. 런던 현지에서 촬영할 경우 하루에만 약 100만 유로의 비용이 예상되자, 제작진은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파리 외곽 브리쉬르마른에 아예 런던을 재현한 대규모 스튜디오 세트를 만든 것이죠.
영국 정치의 중심지인 다우닝가부터 처칠의 집무실과 전쟁상황실, 전용열차까지 세트로 구현했습니다. 실제 파리의 거리를 촬영장으로 활용하고, 모로코 사막에서 전투를 재현하는 한편, 런던은 새롭게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역사적 장소의 현장감은 살리고, 필요한 공간은 직접 만들어낸 것. 이처럼 로케이션 촬영과 대규모 세트 제작을 넘나든 방식은 <드골>의 방대한 제작 규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목입니다.

전차는 단 3대, 스크린에는 거대한 기갑부대가 등장합니다
전쟁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역시 전투 장면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대규모 전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군인과 전차가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하려면 막대한 작품소개서에 따르면 당시 런던 현지 촬영에는 하루 약 100만 유로의 비용이 예상됐습니다. 제작진은 이를 대신해 파리 외곽 브리쉬르마른에 런던을 재현한 스튜디오 세트를 구축했습니다. 이곳에는 당시 영국 정치의 중심이었던 다우닝가를 비롯해 처칠의 집무실과 전쟁상황실, 전용열차까지 구현됐습니다. 비용은 물론, 촬영 현장의 안전과 공간적 제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드골> 제작진은 이러한 문제를 실제 촬영과 시각효과(VFX)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시각효과 작업에는 <블레이드 러너 2049> 제작에 참여한 프랑스 VFX 스튜디오 BUF가 함께했습니다. 두 편에 적용된 VFX는 총 977컷으로, 1편 559컷과 2편 418컷에 달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규모 기갑부대를 구현한 방식입니다. 제작진이 활용한 실물 전차는 단 3대였습니다. 이를 3D 스캔한 뒤 디지털 기술로 확장해, 수많은 전차가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를 단 한 컷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영상 제작 산업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드골>은 실제 장소와 장비를 활용한 촬영에 정교한 VFX 기술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실제 촬영이 만들어내는 현장감과 디지털 기술의 확장성을 결합한 것이죠. 약 1,500억 원 규모의 제작비 못지않게, 그 규모를 스크린에 구현한 제작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쟁터에서는 적과, 협상장에서는 동맹과 싸워야 했던 남자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떤 이야기를 이토록 거대한 규모로 스크린에 담아낸 것일까요? 영화의 중심에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샤를 드골이 있습니다.
오늘날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으로도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가 프랑스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공항의 이름보다 훨씬 큽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드골은 런던으로 건너가 BBC 라디오 방송을 통해 프랑스 국민에게 저항을 호소합니다. 프랑스 본토가 점령된 상황에서, 망명지의 라디오 방송은 저항의 의지를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드골에게는 충분한 병력도 자금도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비시 정부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영국과 미국 역시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흥미롭게 그려지는 관계는 샤를 드골과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입니다.
두 사람은 나치 독일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협력했지만, 프랑스의 정치적 주도권과 전후 질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했습니다. 같은 편이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랐던 것입니다.
미국 역시 드골 대신 앙리 지로 장군을 프랑스의 대표 인물로 내세우려 했습니다. 드골은 적군과의 전투뿐 아니라 동맹국 사이에서도 프랑스의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드골>은
전투 장면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습니다.
사막과 도시의 전장에서는 병사들이 싸우고, 런던과 연합국의 협상장에서는 한 나라의 미래를 둘러싼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집니다.
‘전장에서는 적과, 협상장에서는 동맹과 맞서야 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드골>을 일반적인 전쟁 영화와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또한 자유 프랑스와 레지스탕스의 이야기는 한국 관객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전합니다.
나라 밖에서 저항을 이어간 자유 프랑스와 점령된 조국 안에서 활동한 레지스탕스의 모습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두 나라의 역사적 상황과 저항운동의 전개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주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600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 11월 한국 관객을 만납니다
막대한 제작비와 6년 반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드골>. 프랑스 현지에서는 1·2편 합산 누적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성과까지 거뒀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개봉 이후의 흥행 흐름입니다. 1편은 개봉 첫 주 약 38만 관객을 기록한 뒤 잠시 주춤했지만, 3주 차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는데요. 4주 차에는 약 46만 명을 동원하며 전주 대비 71% 증가하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흥행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주목도 이어졌습니다. 1편 <드골: 저항의 시작>은 제79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연출을 맡은 안토닌 보드리 감독의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주미 프랑스대사관 문화참사관을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영화 <울프 콜>을 연출한 인물인데요. 전쟁터뿐 아니라 강대국 사이의 복잡한 외교전까지 담아낸 이번 작품에서 그의 이력은 더욱 눈길을 끕니다.
샤를 드골 역에는 시몬 압카리언, 윈스턴 처칠 역에는 사이몬 러셀 빌이 출연하며 브느와 마지멜,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등도 함께합니다.
이제 프랑스 관객을 만난 <드골>이 한국 극장가를 찾습니다. <드골: 저항의 시작>은 11월 11일, <드골2: 자유의 시대>는 11월 25일 차례로 개봉합니다.
특히 11월 11일은 프랑스의 제1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이자, 1940년 점령된 파리에서 학생들이 개선문으로 행진하며 저항 의지를 드러낸 날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그려낸 역사와 개봉일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파리 개선문 광장을 비우고, 사막에 전장을 재현하고, 전차 3대로 거대한 기갑부대를 만들어낸 영화. 그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 담긴 것은 결국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프랑스의 저항과 해방을 그린 <드골> 2부작이 오는 11월 한국 관객과 만납니다.

자료 및 이미지 제공: ㈜모비데이즈 배급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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