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은 온라인 쇼핑몰 ‘어바웃더핏’의 30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줄스(앤 해서웨이)와 전화번호부 제조 회사에서 40년을 보냈고 부사장까지 역임한 70대 벤(로버트 드 니로)의 좌충우돌(?) 스타트업 인턴 생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도 스타트업이 이슈입니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미미박스 등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젊고 자유로운 회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타트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숫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

스타트업 2년차인 제가 봐도 많은 부분이 공감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 개인 블로그에 영화 ‘인턴’, 그 속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죠. 이번에는 스타트업에 취직 및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인턴에 담긴 스타트업의 진실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스타트업의 인재상은 대기업과 다르다

70세 정년퇴직 이후 적적한 삶을 살던 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덕분에 줄스가 운영하는 어바웃더핏에 취직하게 됩니다. 하지만 줄스는 시니어 인턴 채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그런 사람 필요 없어”라고 매몰차게 답합니다.

회사 직원들과 미팅을 하는 줄스 (이미지: 네이버 영화)

스타트업은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지만, 아무나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작은 숫자의 인재들로 빠르게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출근이 곧 업무의 시작인 경향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은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이 회사는 신생 기업이니까 사람 구하는 게 급하겠지’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을 갖고 지원하면 안됩니다.

어쩌면 대기업보다 취업하기 어려운 곳이 스타트업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소속원 각각은 핵심 인물입니다.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고, 지원한 파트에서 나는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스스로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2. 정장이 아닌 자유로운 복장

매일 아침 출근길 수 많은 직장인들 사이에 있는 제 자신을 보면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장은 서랍에 고이 모셔놓은 지 오래 됐습니다. 자유로운 복장. 넥타이 부대가 가장 부러워 하는 단어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벤은 다음 날 입을 양복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출근 첫날 “앞으로도 양복을 입고 출근하실 거냐?”라는 물음에 고민 없이 “물론”이라고 대답합니다. 벤의 모습을 보고 1년 전 스타트업 인턴으로 첫 출근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출근하세요’라는 공지를 받고, 미생의 장그래처럼 입어야 하는 것인지?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 것인지? 등등 고민했습니다.

벤에게 자유로운 복장은 넥타이를 한 깔끔한 정장이다. (이미지: 네이버 영화)

자유로운 복장에 정답은 없습니다. 벤처럼 정장을 입어도 되고, 힙합을 좋아하면 후드에 뉴에라를 써도 됩니다. 한복을 입어도 되죠(…). 자신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복장이 최고입니다. 다만, 중요한 외부 미팅이 있는 날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복장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3. 자유, 그만큼 무거운 책임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분에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취업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대기업 관련 내용이 전체 이야기의 90%를 차지합니다. 누군가는 가끔 스타트업은 어떻느냐는 호기심어린 질문을 하기도 하죠.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다르게 개인 의사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근무합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만큼의 무거운 책임이 동반됩니다. 그리고… 바쁩니다. 바빠요. 줄스의 비서인 베키(크리스티나 쉘러)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후 11시고 다음날 아침 7시에 출근하면 하루에 취침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스타트업의 근무 환경은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를 따라다니며 일정을 정리하는 ‘베키’ (이미지: 네이버 영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많은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야하겠죠? 스타트업에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부분 돈 보다는 도전, 배움 그리고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회사가 지속 가능해야 개인도 회사 안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겠죠.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매일이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야근을 위한 야근이 아니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야근일 때가 대부분인 것이 일반 기업에서의 근무 형태와 차이점입니다. #물론, 칼퇴할 때도 많습니다.  

4.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줄스는 꼼꼼한 성격의 창업자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문구까지 확인을 하고, 심지어 자기 회사에 물건을 주문하여 배송 상태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터지기 마련입니다. 엉망으로 포장된 상품의 배송 상태를 보고, 공장으로 뛰어가 직접 직원들을 교육 시키기도 합니다. 이렇듯 스타트업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마구 발생합니다.

스타트업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다’라는 농담이 나오기 일쑤입니다. 신규 입사자를 뽑았는데 돌연 잠수를 타거나, 관계사가 계약을 취소하는 등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곤 합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하나 둘 쌓이다 보면,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꼭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문제에 대처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일 때도 있습니다.

5. 가정의 지지가 필요하다?

줄스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입니다. 하지만 바쁜 회사 업무 탓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매우 부족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오로지 회사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240명 직원들의 밥줄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회사가 성장 할수록 줄스는 점점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지만, 가족들은 그녀에 도전을 끝까지 응원합니다.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의 아내는 “나는 남편을 알리바바에 빼앗겼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많은 이해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입니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미지: The intern 페이스북)

처음 스타트업 인턴을 시작할 때, 가족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게 ‘창업은 돈벌이가 안되는 위험한 일이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가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데, 이제야 ‘아들 놈이 밥 값은 하고 다니는구나’라고 말씀하곤 합니다. 가정환경마다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응원을 기대하기 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과 미래목표를 가지고 가족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 비춰진 스타트업의 모습은 현실과 사뭇 다릅니다. 그 나라의 문화적인 배경 또는 조직 문화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도전정신과 열정은 모든 스타트업이 가진 공통점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이 순탄하지는 않지만, 뜨거운 열정을 품고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열정과 청춘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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