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쇼핑 관련 가장 큰 행사는 12월 마지막날에 열렸습니다. 상하이 대표 간판인 백화점 ‘정다광장(正大广场)’을 포함 시내 여러 백화점들이 12월 31일 오후 9시부터 1월 1일 새벽까지 어마어마한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주요 할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하 1층 쇼핑몰 일부 품목 50% 할인
-180위안 사용 시 100위안 할인
-198위안 사용 시 100위안 할인
-298위안 사용 시 150위안 할인
-패션 의류 300위안 이상 사용 시 150위안 할인

“12월 마지막날에 정다광장이나 갈까?”

연말만 되면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혹은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 백화점에는 행사를 하지 않았을 때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요.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하는 연말은 발디딜틈도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감옥에 갇힌 채로 쇼핑하는 기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20대 중반이었던 저도 30대가 됐…죠.

변한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사람들의 쇼핑 경험이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2014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节: 솔로데이)’를 통해 571억 위안(약 10조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2분 만에 100억 위안(약 1조805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이 870억 위안(약 15조 7081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죠.

알리바바는 이러한 열풍을 예측한 듯 어마어마한 배송 인프라를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대륙 스케일’이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죠.

중국 언론들은 알리바바가 이날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570억위안을 53% 웃돈 870억위안의 GMV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전례 없는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절 특수를 맞아 급증한 배송 물량을 감당할 목적으로 택배원 170만명, 배송차량 40만대, 항공기 200대를 투입할 전망이다. – 마윈, ‘베이징’ 구애 통했나…알리바바, ‘광군제 신기록'(머니투데이) 

특히, 모바일 거래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정주용 칼럼니스트가 모비인사이드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2015년 분기 매출 중 60%를 모바일이 견인했습니다.

백화점,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들이던 사람들이 전자제품, 의류를 막론하고 모바일로 구매하는 등,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온 것입니다.

광군제 행사를 진행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예로 들면 샤오미, 화웨이, 메이주 등 전자업체를 비롯해 지오다노, 아이스베어 등 의류 브랜드가 입주해 있으며, 육아/스포츠/가구/악세사리 등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품목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모든 물건을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 배송 인프라까지 확보했습니다. 택배 기사 170만 명, 배송 차량 40만 대, 항공기 200대를 준비했죠.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짝퉁(산자이)의 나라였으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C2C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제대로된 제품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신뢰도가 없다시피한 것인데요.

후발주자로 등장한 JD닷컴은 ‘정품’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쇼핑으로도 오프라인과 같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줬습니다. 이에 뒤질새라 알리바바도 가품 검열을 강화했죠. 이를 통해 브랜드 매장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기 시작했고,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광군제의 시초이기도 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떨이’를 목표로 추진된 행사입니다. 내년으로 재고를 미루느니 싼 가격에 판매해 물류센터의 유지비와 감가상각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매년 11월 마지막 주 추수감사절에 진행하는 이벤트인데요. 현재는 미국 연간 소비의 20%, 업체 기준 매출의 70%가 이날 하루에 다 나오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성장할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죠.

다만, 중국에서의 광군제는 재고떨이나 단순히 제품을 싸게 사는 행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의쇼핑 패러다임을 모바일로 단숨에 변화시킨 구심점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JD닷컴은 모바일 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메인 페이지에 올려놓은 뒤 이용자를 모바일 페이지로 유도하고 있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시간 단위로 선착순 배포하는 쿠폰 페이지. 모바일 앱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환경을 보며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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