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만 해도 5조원 가치를 만드는 대륙의 힘!
중국판 배달의 민족 어러머(饿了么)가 투자금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고 있다. 회사 이름처럼 투자금에 배고픈지(?) 지난 8월 기업가치 3.3조원에 7천억원 자금조달을 완료한지 4개월만에 두배 넘는 금액을 투자받았다. 그것도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그것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게! 알리바바는 어러머의 모든 주주 중에서 가장 지분율이 높은 27.7%를 기록해서 어러머는 이제 알리바바의 품에 폭 안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 벤처투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밴처캐피탈 세쿼이아, 8억명 유저의 중국 최대 SNS 텐센트, 알리바바를 추격중인 B2C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텐센트가 2대주주), 중국 최대 음식점 평가 및 예약 사이트 디엔핑닷컴(텐센트, 샤오미가 주요주주, 지금은 메이퇀과 합병해서 메이퇀디엔핑), 중국 대표 사모펀드중 하나인 CITIC Private Equity, 중국 오프라인 유통강자 화렌그룹 등이 단순한 투자를 넘어서 어러머에 전략적 가치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어러머의 이번 투자유치의 기업가치는 5조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모바일상거래 1위 쿠팡의 기업가치와 유사하다. 중국에서는 배달만 잘해도 5조원의 기업가치가 달성될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이!

어러머, 30만개 음식점, 360개 도시, 330만건의 주문, 대륙의 스케일!
어러머는 중국 전역 360개 도시에 30만개 음식점과 제휴가 되어있다. 주의!! 360개 음식점에 30만명 유저가 아니다. 착각금지.

매일 330만건의 주문을 받고(대륙의 스케이일!!) 거래액은 180억원이 넘는다. 정규직 배송직원은6천명이 넘고, 외부협력 배송직원까지 모두 합치면 50만명에 달한다. 의 유저로부터 주문을 받고 그중 98%가 모바일 주문이다. (완전 모바일 전문!)

어러머는 하루에 수백만건의 주문이 바글바글거리는 제대로된 플랫폼인 것이다. 거대한 네트워크이펙트가 기대되고, 그러한 스케일의 파워가 기업가치 5조원 돌파를 가능케 한 것이다.

여기에 어러머를 더 무섭게 만드는 것은, 중국 택시앱 시장을 거의 독점중인 디디콰이디가 어러머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되면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진출 선포했던 우버가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전격합병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 이후 두번째 겪는 황당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우버는 택시앱 뿐 아니아 우버Eats에 해당하는 음식배달까지 통으로 봉쇄당하는 격이다. IT 만리장성은 또 이렇게 조성되는 것이다.

O2O 무협지의 계보를 정리해보자! 어러머와 메이퇀디엔핑을 둘러싼 긴장감
여기서 우리가 흥미롭게 바라봐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중국 O2O에서 펼쳐지는 막후의 알력싸움이 가히 무협지 수준으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러머는 올해 1월 텐센트가 주요한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텐센트 계열에 편입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알리바바가 1대주주로 등극하다니! 구도가 재미있어지는 지점이다. 게다가 알리바바의 이번 투자로 앉아서 이득을 본 것은 다름아닌 텐센트! 텐센트 투자당시 어러머의 기업가치는 이번 알리바바가 투자한 가치의 1/4 정도로 추정된다. 텐센트의 투자 평가이익은 1년도 안된 기간동안 알리바바 덕분에 4배로 급등한 것이다. 이정도면 텐센트는 핵이득! 씨에씨에 알리바바!

격하게 경쟁할 것만 같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오묘한 지분섞기를 통한 동거는 이번이 무려 세번째다. 개인적으로 2015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O2O 적벽대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메이퇀, 디엔핑

텐센트와 알리바바간의 첫번째 혈맹의 약조는 올해초 중국판 우버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의 합병으로 우버의 중국 진출을 막막하게 만든 사건이고, 두번째 약조는 몇 달전 메이퇀과 따종디엔핑의 합병으로 중국 소셜커머스 시장을 통폐합한 사건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긴장감 넘치는 동거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밀당을 보는 듯하다.

이번 알리바바 투자 직전까지만해도 어러머는 텐센트의 O2O중 배달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친텐센트 진영으로 해석되었었다. 올해초부터 텐센트가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텐센트의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징둥상청(JD닷컴)도 어러머의 주주이기 떄문이다. 딱 텐센트 라인! 그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어러머에 대한 알리바바의 투자는 텐센트의 메이퇀따종에 대한 투자를 봐야 보인다
지금 중국 현지 언론에는 텐센트가 조만간 메이퇀따종에 추가로 1.2조원을 투자해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이번 투자로 메이퇀따종의 기업가치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메이퇀따종에 약 20% 지분을 보유한 텐센트는 만약 이번 투자가 확정된다면 메이퇀따종의 명실상부한 1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거꾸로 알리바바는 메이퇀에 2011년 투자한 이래 지속적으로 O2O영역에서 메이퇀과 전략적 협력을 공고히하려 했지만 메이퇀 CEO 왕싱의 독립경영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서 현실화 되기 어려웠고, 알리바바는 끝내 독자적으로 올해 6월 “코페이왕”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던 중에 메이퇀과 따종이 합병했고 추가로 텐센트가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다는 이야기는 알리바바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 뒤로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복잡한 물고 물리고 얽히고 섥힌 중국 O2O의 계보에서 알리바바가 어러머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지분율 1위(27.7%) 주주로 등극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어러머는 애초 텐센트 계열에서 키워왔다면 이제는 알리바바가 그 바톤을 넘겨받아 더 큰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러머는 이제 텐센트나 메이퇀따종과 가깝지 않고, 오히려 알리바바와 코페이왕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무협지에 로맨스가 가미된 2015 시즌의 결말은 크리스마스 선물 
2015년 애증의 로맨스를 이어온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어러머와 메이퇀디엔핑에 대한 조단위의 투자 소식이 퍼진 것은 무협지에 로맨스가 가미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 넘치는 O2O 영역 싸움 속에서도 로맨스를 잊지 않은 것이다. 마치 허구한날 밀당하면서 다투던 커플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서로에게 건내는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서로에게 2016년 두 회사의 관계에 커다란 방향을 제시해주는 메시지가 담긴 행보를 보여준 것이다.

내년,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만들어나가는 중국의 O2O혁명, 인터넷플러스의 본격화가 세상을 또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기대된다. 이제 전세계 O2O산업의 가장 선진적 시장이 된 중국, 그러한 중국을 만들어가는 리딩기업 텐센트, 알리바바! 2016년에도 유심히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