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배달’은 생소한 키워드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친구(朋友)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집문을 열어주지 않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방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전략을 짰으나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방판 아주머니들을 상하이, 베이징 등에 배치시키며 한국에서 해오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시작했지만 무용지물이었죠.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방판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시장 진출 실패 케이스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10년 사이 중국의 문화가 확 바뀌었습니다. 배달앱 서비스가 중국인의 집 문을 뚫고 들어오더니, 이 여파가 O2O(Online to Offline) 산업 전반으로 퍼졌습니다.

아래 그래픽은 텐센트가 발간한 2015~2016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 1만1261명을 대상으로 O2O 서비스 활용 비율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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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축은 2030세대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상징하는 지우링허우(90后)와 1980년대의 빠링허우(80后)를 중심으로 이러한 배달, O2O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무려 20대의 66.6%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인 지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폐쇄적인 중국의 방문 문화가 배달로 대체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 문제와 어마어마한 식당 대기 시간을 상징하는 ‘파이창롱(排长龙) 문화’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중국 제1 도시들은 출퇴근, 식사 시간에 사람들로 붐빕니다.

러시아워 시간이 오전 7시,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데, 명절 때 고속도로와 같은 상황이 매일 펼쳐지곤 합니다. 가령, 무언가를 먹으러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서 엄청난 줄을 기다리며 추가로 1시간을 더 할애하느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베이징 러시아워 현장. [원본 링크] https://flic.kr/p/eerZ7a
베이징 러시아워 현장. [원본 링크] https://flic.kr/p/eerZ7a
한국 중심의 배달 문화 영향도 큽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 한류가 중국을 휩쓸면서 다양한 한국 드라마들이 방영됐는데요. 텔레비전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장면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배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중국서 공부하던 2009년만 하더라도 한인촌, 한국 유학생들이 모여있는 지역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형성된 배달 서비스의 씨앗이 한류를 만나면서 중국인들에게도 퍼져나간 셈이죠.

중국 직장인들의 급여 상승 역시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중국 제1,2 도시의 2030 세대의 급여는 앞선 세대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는데요. 대신 칼퇴근 문화가 없어지고 야근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숫자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배달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의 진출, 경쟁 역시 활발해졌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 배달 혜택 등을 너나할 것 없이 내세우며 고객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 결과 플랫폼의 규모가 커졌고,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판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어러머(饿了么)가 지난 해 12월에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조46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어러머
어러머

중국에서의 O2O는 작년, 올해에 깜짝 등장한 키워드가 아닙니다. 알리바바그룹은 2013년부터 ‘차기 비즈니스는 무조건 O2O로 간다’고 공언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만난 이한용 아이씨비(ICB)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2013년 7월에 알리페이의 담당자를 만났는데, O2O라는 단어를 말하더군요. 당시 우리나라엔 전혀 없는 단어였습니다. 알리페이는 2012년에 모바일로 완전히 전환하더니 한 해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을 중점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5~6년 사이 배달 문화가 중국에 완전히 정착하는 동시에, 모바일로 이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묶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뒤 이제는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기 시작할 때 중국은 ‘모바일 온리’를 말했고, 이듬해에 ‘O2O 온리’로 빠르게 전환한 셈입니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O2O만을 집중하니, 관련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요.

거대한 공룡이지만, 속도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나라. 중국에서 ‘배달’ O2O의 성장이 상징하는 것은 제도적 장벽을 넘어 문화적 장벽까지도 극복한 사례입니다. 그 뒷단에는 급변하는 환경을 인지한 투자사의 공격적인 투자와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의 시너지가 내포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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