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링크] 플리커 https://flic.kr/p/qBVS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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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기술(DT)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겠는데,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사진)이 이와 관련 지난 2015년 했던 강연 내용은 추상적이다 못해 철학적이었습니다.

“IT 기술과 데이터 기술의 차이는 정말로 큽니다. 데이터 기술의 핵심은 다른 사람이 당신보다 중요하고, 똑똑하며, 일을 더 잘하고, 성공하는 이타주의를 의미합니다. (그들이 성공한 다음에야) 당신이 성공하는 것이죠. IT시대에는 데이터가 오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DT시대는 다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뛰어나게 될수록 그제서야 당신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겁니다.” – 마윈 

작년에 그의 강연을 듣고 어찌 해석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하고 있는 ‘플래폼 전략’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데이터 기술 시대에서는 상대의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는 무언가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부끄럽긴 하네요. DT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썼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정하게 됩니다.

마윈은 기자회견, 강연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DT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올 시대는 뛰어난 개인의 역량보다는 연결된 조직, 사람의 성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개는 끄덕여졌으나, 의미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와의 4국을 보며 그가 말한 말의 의미를 조금 깨닫게 됩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5번기에서 3연패를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진행된 4국에서 기적과 같은 불계승을 얻었습니다. 알파고가 불계패를 인정하는 메시지를 띄웠는데요. 인상적인 문장이 팝업창에 나타났습니다.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

W+(이세돌)에 대한 불계패 기록이 게임 정보에 추가(저장)된다는 의미입니다. 최소 한반도, 최대 세계 인류가 환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 마윈이 말한 DT 관련 어록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데이터 기술의 핵심은 다른 사람이 당신보다 중요하고, 똑똑하며, 일을 더 잘하고, 성공하는 이타주의를 의미합니다.”

마윈이 ‘이타주의’라는 다소 관념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타주의. 알파고가 4국에서의 패배를 통해 이세돌의 수를 학습하는 모습이야 말로 DT의 핵심 중 핵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AI)은 1952년 앨런 튜링에 의해 시작된 ‘튜링 테스트’로부터 비롯됩니다. 튜링 테스트의 정의를 볼까요.

튜링테스트. 출처: 위키미디어
튜링테스트. 출처: 위키미디어

튜링 테스트: 질의자 하나와 응답자 둘을 준비, 응답자 중 하나는 컴퓨터이고 나머지는 인간.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는 모른다. 응답은 키보드로만 이루어지고 이 테스트에서 질의자가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판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테스트를 통과한다. 즉 컴퓨터가 인간처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 – 위키피디아

이론적으로는 존재했던 개념이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 기계가 데이터를 통한 학습으로 지능을 갖추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수많은 데이터를 담을 만한 인프라가 필요했습니다.

구글이 성큼 앞서나갑니다. 검색 포털로 사업을 시작한 구글을 뒷받침한 것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바로 ‘구글 파일 시스템(GFS)’이라 불리는 것인데요. 이 위에 알고리즘이 올라가 기계가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알파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고리즘은 이미 공개가 된 상황이죠.

AlphaGo 알고리즘 요약 from Jooyoul Lee

중요한 것은 이 알고리즘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일 것입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1202개 CPU를 연결해 시스템을 구축했고, 알고리즘을 통해 기계 학습을 시켜온 셈입니다. 결국 알고리즘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인 건데요.

마윈 역시 아래와 같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사실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핵심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중국은 컴퓨터(하드웨어)에 있어서 하나의 대국입니다. 하지만 컴퓨팅(소프트웨어) 대국은 아닙니다. 제가 믿기로 중국은 반드시 컴퓨팅 대국이 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데이터는 일종의 생산자원이며, 미래의 생산력은 바로 컴퓨팅 능력과 여기 앉아있는 수많은 창업가의 혁신능력, 기업가 정신에 있기 때문이죠.”

마윈은 컴퓨팅 능력이 ‘생산 능력’으로 직결되며, 데이터는 현 인류의 에너지원인 석유와 같은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많은 변화가 올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 아니느냐는 우려도 많습니다만, 그 과도기에서 인간의 역할, 그리고 기술의 역할이 재편될 것입니다.

아마도 ‘이타주의’는 철학적인 이념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술 시대가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담은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DT가 바꿀 패러다임이 내포돼 있었습니다.

“DT시대의 가치는 어떤 기술의 변혁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사상의 변혁이죠. DT시대에는 더욱 미묘한 변화가 올 것입니다. 사람과 기기의 관계가 변화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상이 변화되는 일이 발생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변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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