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플리커 https://flic.kr/p/7C4qWR

‘몇년 전만 해도 IT 스타트업이었지만 최근에 강제로(?) 대기업이 된’ 모 회사의 O2O 서비스 담당자가 어제 특정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관련업계 스타트업 담당자에게 어마어마한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저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므로? 이 정도로만 표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이 기업의 담당자가 서비스 제휴를 핑계로 O2O 스타트업들을 만나러 다니는데, 정작 제휴는 안하고 해당 스타트업의 핵심 정보를 빼돌려오고 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최근에만 발생해온 것은 아닙니다. 스타트업은 물론 10여년 전의 벤처기업들도 대기업과 제휴를 하면서 이러한 피해를 입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습니다.

스타트업이 벅찬 꿈을 안고 대기업과 VC를 만났건만..

가령, 투자를 하겠다며 스타트업 대표에게 피칭을 시키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피봇팅을 해버리는 경우, 제휴를 맺은 뒤에 기술은 물론 인력까지 뒤에서 빼돌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아래는 기자 시절 만났던 모 스타트업 대표가 해준 말입니다.

투자 업계에서 유명한 모씨가 저에게 연락을 하더니 투자하겠다며 피칭을 해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 앞에서 피칭을 했더니, 그날 이후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만든 서비스와 아주 유사한 서비스를 론칭하더군요. 법적으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지만, 저로서는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던 일입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NDA(기밀유지 협약)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요. 즉, 서비스를 제휴하거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경우 상대와의 계약 내용을 3자에 알리지 못하게 하고, 이를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 O2O 스타트업 대표는 “을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투자업계에서 NDA를 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스타트업, 혹은 개인의 아이디어를 보호받기 위한 장치가 명목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핵심 아이디어가 갈취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서비스화시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들은 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갈취하기에 이르렀을까요. 일전에 모비인사이드 심상용 에디터가 정리한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개발부터 관련 시장, 이용자 반응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죠. 오랜 시간 준비한 신규 서비스의 단기 실적이 좋지 않다면 관련 팀과 개인의 인사 고과에 즉각 반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심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편한 것은 ‘잘 되고 있는 서비스의 베끼기’입니다. 시장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막대한 인력, 인프라, 자본, 영향력을 끌어다 놓으면, 패스트팔로어의 위치에서 시장을 차지하기 한 층 쉬워집니다. – 모바일 골목상권 침해, 대안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고, 성공 여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그럴 경우 리소스의 한계로 공격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잘 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O2O에 대한 대기업들의 진입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5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이 영역의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두고 O2O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임지훈 카카오 대표 브런치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작년부터 카닥, 파킹스퀘어, 김기사 등 자동차 O2O 스타트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카카오택시 및 대리기사 등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에는 ’카카오에 인수돼야 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죠.

O2O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제휴나 투자가 급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 도용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업계 한 관계자는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투자검토가 들어올 경우에는 투자의향서(LOI)와 NDA를 써야 하는데 스타트업들이 이를 잘 몰라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설령 이를 제안한다고 할지라도 투자사 담당자의 분위기가 까칠해지는 경우가 많죠. 결국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요구하기를 포기하기 쉬운데, 추후에 아이디어를 도용당하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MOU의 경우에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는 있으나, 이게 형사소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에 해당돼 시간끌기로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대 3년 동안 대기업을 대상으로 버텨야 하는 것인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서는 견디는 게 불가능에 가깝죠. 그러므로 투자나 제휴를 할 때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다른 엔젤투자업계 관계자는 NDA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기술, 정보 빼돌리기는 최근에 있던 일만이 아닙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아이디어나 기술을 빼가는 것은 요즘에도 종종 벌어지죠. 결국은 NDA 문화가 정착이 안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엔젤투자업계에서도 예전에 투자한 포트폴리오와 유사한 업체의 투자 관련 미팅 제안이 올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경우는 상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투자한 유사 팀이 있는데 만나도 괜찮겠느냐’고 꼭 묻곤 합니다. NDA가 완벽하게 기업을 보호해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체인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요구를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그 아이디어가 시장의 반향을 일으켜 대기업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5년 전 쿠팡, 티몬, 위메프를 봐도 알 수 있죠. 이들 역시 시작할 때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아이디어만으로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이끌기 위해서는 서비스 외에도 법적인 보호 장치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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