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모바일 게임, 판호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업계 안팎이 굉장히 소란스럽다. 그 이유가 2016년 7월 1일부로 중국의 판호 법규가 권고에서 의무사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판호는 중국 정부의 콘텐츠 심사를 통과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는데, 판호가 없으면 모바일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이 이미 앱스토어에서 유통되고 있다 해도 판호가 없다면 2016년 10월 1일부로 모두 삭제된다. 중국과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에 혼란을 가져온 판호란 과연 무엇인가?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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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중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 칫솔 하나씩만 팔아도 부자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우스개도 곧잘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꽌시라는 이름의 카르텔, 중상주의적 경제·정치·법률구조 그리고 정부의 검열과 같은 비관세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판호 역시 중국의 또 다른 비관세 장벽 중 하나이다.

게임의 고유 식별 번호: 판호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이라고 하면 모두 책의 뒤편의 바코드를 떠올릴 것이다. ISBN은 모든 출판물에 붙어야 하는 고유 번호이다. 중국 역시 이 ISBN을 준수하며 게임에 ISBN을 부여한다(중국은 게임을 하나의 디지털 출판물로 본다). 게임의 고유 식별 번호,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바로 이것이 판호(版号)이다.

판호가 왜 이슈화됐나?

먼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과거 온라인 게임 시절에도 판호 이슈가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과거 국산 게임의 황금기 시절, 중국으로 게임을 수출할 때도 판호가 필요했다. 지금의 모바일 게임처럼 신청 절차도 복잡하고 심사 기간도 길었다(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심지어 엄청 공들여 만든 온라인 게임이 중국의 판호 심사 기간에 밀려 수출이 좌절된 적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판호가 왜 2016년에 다시 한 번 쟁점이 되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 게임에 적용할 필요가 없었던 판호가 2016년 7월 1일부터 권고에서 의무사항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광전총국의 비준을 받지 못하면 10월 1일에 모두 삭제된다는 의미이다. 중국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니, 이번 판호 문제로 인해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수출 계약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2016년에 판호가 갑자기 이슈화된 것은 비단 법의 강화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업계 안팎으로 판호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판호는 왜 만들어졌을까?

중국의 광전총국은 판호가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 고양, 문화의 우수성 수호, 청소년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무분별한 외산 게임의 유입을 차단하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 업계 사람들은 연신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밀어주기 법안이라고 이야기한다. 판호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러 신청 조건을 갖춰져야 하는데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첫째, 지사는 반드시 중국에 설립해야 한다. 둘째, 등록 자본금은 최소 1,000만 위안(한화 약 18억 원)을 유치해야 한다. 셋째, 중국 내 출판 자격을 취득한 8명 이상의 업무 관리 인력 등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신청 자격 외로 또 몇 가지 인터넷 서비스 관련 허가증이 요구된다. 이러한 장벽은 외산 게임과 자국의 중소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위의 조건을 갖춰도 다음은 심사 기간이 기다리고 있다. 심사 기간은 최소 3개월이라고 하지만 길게는 5개월 까지다. 심지어 이것마저 추정치다.

중국 광전총국의 인터넷 게임 비준 정보를 보면 한 달에 평균 70개의 게임이 판호를 취득한다. 하지만 한 달에 몇 천개의 게임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서류가 하나 누락 됐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뿐만 아니라, 외산 게임의 경우 별도의 심사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 중국 대기업은 이미 판호 전문팀을 구성하며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꽌시도 정보도 부족한 한국 게임사는 물론, 중국의 중소 모바일 게임회사들 역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판호로 무분별한 외산 게임의 유입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애꿎은 자국의 중소기업과 인디게임 산업까지 잡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판호는 과연 누굴 위해 만들어졌을까?

출처: 광전 총국 인터넷 게임 비준 정보
출처: 광전 총국 인터넷 게임 비준 정보

판호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관련된 세 가지 허가증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기업이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무상이냐 유상이냐에 따라 경영성과 비 경영성으로 나눈다. 그리고 경영성과 비 경영성에 따라서 비준이냐 비안으로 나누기도 한다.

대부분의 게임은 인 앱 구매를 요구하기 때문에 경영성이지만, 비 경영성 게임의 경우 심사가 비안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판호 없이 유통된 게임은 적발 시 앱스토어에서 삭제된다. 한번 적발 된 적 있는 게임은 향후 판호를 신청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또한, 관련 법규를 어기게 되면 최소 개정명령 조치에서 관련 허가증 말소, 최대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판호 취득에 관해서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판호 취득을 위해서는 먼저 세 가지 허가증이 필요하다
  1. 인터넷 문화 경영 허가증(网络文化经营许可证), Internet Culture Operation License
  2. 인터넷 정보 서비스 부가가치 전신업무 허가증(增值电信业务经营许可证), Internet Contents provider License
  3. 인터넷 출판 허가증 (互联网出版许可证), Internet Publishing Permit
1. 인터넷 문화 경영 허가증 (통칭: IC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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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터넷정보서비스 부가가치 전신 업무 경영허가증 (통칭: I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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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정보 서비스 관리 방법” 조항을 살펴보면 외산 게임의 경우 별도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第十七条
经营性互联网信息服务提供者申请在境内境外上市或者同外商合资、合作,应当事先经国务院信息产业主管部门审查同意;其中,外商投资的比例应当符合有关法律、行政法规的规定。
제17조
경영성 인터넷 정보 서비스 제공자가 경내, 경외에 상장을 신청하거나 외자업체와 합자,합작하는 경우, 사전에 국무원정보산업주관부문의 심사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 가운데 외자기업의 투자비율은 상관법률,행정법규의 규정과 부합하여야만 한다.

3. 인터넷 출판 허가증 (통칭: I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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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자격과 위의 관련 허가증을 모두 갖추면 판호 신청 조건을 만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게임의 클라이언트가 들어간 핸드폰을 광전총국으로 보내 컨텐츠 심사를 받으면 아래와 같은 판호를 받게 된다. (주석: 원래는 게임과 유심이 들어간 핸드폰을 광전총국으로 보내야했지만 업계의 반발 심해 방법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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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백과

지금까지 판호에 대해 살펴봤는데, 희망을 깨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할 것 같다. 인터넷 출판 허가증(IPP)의 경우 외국 기업은 발급받을 수 없다(인터넷출판서비스 관련 규정 제10조, “중외 합자경영, 중외 합작경영, 외자경영에 해당하는 기업은 인터넷출판 서비스에 종사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이 허가증을 갖춘 중국 기업을 통해서만 판호를 신청할 수 있다.

2010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인터넷 게임 관련 임시 시행 방법” 제11조는 다음과 같다. 수입 인터넷 게임에 대해 그 내용을 심사, 조사한다. 수입 인터넷 게임은 국무원 문화행정부문의 콘텐츠 심사 비준을 획득한 후에야 운영할 수 있다. 콘텐츠 심사를 신청하는데 이하의 재료를 반드시 제출해야만 한다.

1) 수입 인터넷 게임 콘텐츠 심사 신청표
2) 수입 인터넷 게임의 콘텐츠 설명서
3) 중문과 외국어로 표기된 판권무역 또는 운영대리 협의, 원작저작권증명서와 수권서(授权书)의 원본 또는 사본
4) 신청단위의  <인터넷문화경영허가증>과<영업집조> 복사본
5) 콘텐츠 내용심사에 필요한 기타 문건

그렇게 도시 코드와 ISBN 코드가 들어간 판호를 받게 되면 최종적으로 게임을 앱스토어 등록할 수 있게 된다(물론 판호도 게임에서 잘 보이는 부분에 명시해야 한다).

앞으로도 판호와 같은 새로운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한국 내부적으로도 계속 게임업계를 힘들게 하는 위험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 역시 저 높은 만리장성의 장벽에 막혔을 때 뒤늦게 깨달았다. 절대 혼자서는 뛰어넘을 수 없겠다고. 그래서 앞으로 그간 축적해온 관련 지식과 정보들을 공유 할 것이다. 내 의견을 개진하고,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다 함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언젠가는 저 높은 만리장성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