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서 플레이하고 싶다’라는 꿈을 꾼다. 게임 개발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관련 서적, 교육기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초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개인 또는 뜻이 맞는 소수가 모여 본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데, 그들만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는 게임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다.

VR 게임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무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1인 또는 소규모 개발사가 있다. ‘로스트케이브(Lost Cave)’를 개발하고 있는 오범수 산배 대표는 그 중 한명이다. 지난 10월 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게임창조오디션’에서 로스트케이브는 관객 평가 1위를 기록하며 최종 시상에서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게임창조오디션이 끝난 후 몇일 뒤 모바일을 넘어 VR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오범수 대표(사진)를 만나 VR 게임을 개발하는 1인 개발자의 희노애락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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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모바일 게임시장은 단기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금세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었다. 앱스토어 랭킹에 등재되지 못할 경우 한푼도 벌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오범수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기존에 출시했던 모바일 게임 ‘딤라이트’를 VR 버전으로 공개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VR 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VR 시장이 주목 받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VR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수익성이 걱정됐습니다. 단순히 ‘딤라이트’를 VR 버전으로 전환하는데도 약 한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죠. 시간투자 대비 성과가 없을까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오큘러스 스토어에 출시된 이후 기본 수익이 발생되는 모습을 보면서 VR 게임시장의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향후 VR 게임시장이 대중화 되면 1인/소규모 개발자가 설 곳이 없을 것 같아서 더 빨리 시작하게 됐죠.”

오 대표는 상황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물체의 커다란 ‘위압감’은 VR 콘텐츠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현실의 특징을 살리면서 기존 PC 게임과 VR 게임의 감성을 연결하기 위해 동굴을 배경으로 한 3인칭 시점(GOD View)의 ‘로스트케이브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해와 동굴은 VR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심해가 매력적이었지만,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심해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동굴을 선택했죠.(웃음) 동굴의 종류석은 입체감을 표현하는데 좋은 요소였습니다.”

이용자 관점에서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VR 게임은 주로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데, 오 대표는 PC와 VR 게임의 중간자 역할을 하기 위한 장치로 3인칭 시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VR 게임시장에서 3인칭 시점은 1인칭 시점보다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인칭 VR 게임의 경우 처음 플레이하면 반응은 좋은데, 멀미 때문에 오래 즐길 수 없죠. 기존 게이머들도 VR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존 PC 게임의 감성을 VR 게임에서도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3인칭 시점이지만, 동굴이라는 어두운 배경과 위압감 있는 몬스터 등은 VR 특징을 고도화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배가 선보인 ‘딤라이트’와 ‘로스트케이브’를 살펴보면 빛과 그림자 등 조명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다. 오 대표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요소가 장점으로 승화된 경우라고 이야기했다.

“1인 개발자는 가장 먼저 자신의 ‘약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한계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게임을 개발해야 하죠. 저는 아트실력이 부족한 편인데요. 개발 초기 그림자는 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그림자를 잘 사용하면 아트실력과 상관없이 게임의 퀄리티를 한층 높일 수 있었죠.(웃음)”

모바일 게임인 딤라이트에서 그림자는 단순히 퀄리티를 높이는 장치였다면, VR 게임인 ‘로스트케이브’에서는 다양한 요소로 활용됐다.

“로스트케이브에서 전체 배경을 희뿌옇게 처리하여 이용자가 넓은 공간에 있음을 파악하게 했고, 조명을 통해 이용자가 어디를 쳐다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습니다. 공간을 한번 둘러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 별 공간을 밝혀나가면서 이용자가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오 대표는 2017년 3월 로스트케이브 출시를 목표로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동굴의 특징을 나타내는 배경 작업과 그림자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PC/콘솔 기반의 게임 유저를 타깃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은 퀄리티가 낮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탈피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VR 게임시장에서 ‘산배’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퀄리티에 집중하다보니, 게임 사양이 높아지게 됐죠. PC/콘솔 기반 플랫폼에 먼저 공개하고 이후 여유가 생겼을 때 모바일 VR 버전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현재 다양한 VR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평균 플레이 시간은 30분으로 짧은 편이다. 이용자의 VR 멀미를 방지하고 게임 재방문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오 대표는 완성도가 낮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단편 게임은 VR 게임 생태계의 악영항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용자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단편 게임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멀미를 유발하거나 10~20분 단순한 컨셉의 게임을 비싸게 판매할 경우 VR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죠. 로스트케이브는 약 3시간 정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중인데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게임 개발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오범수 대표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밤낮없이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창조오디션에서 그는 열정과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2017년 3월, 그가 준비하고 있는 ‘로스트케이브’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할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