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마케팅은 지하철 입구에서 아주머니들이 나눠주는 전단지같아 굳이 손을 뻗고 싶지가 않다. 요즘처럼 다양한 매체가 있고 정보가 흘러 넘치는 때에 매력적이지 못한 마케팅은 휘발성이 강해서 기억에 남지 않고 소비자에겐 귀찮기만 하다. 하지만 사용자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 기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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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게임화하는 것으로, 사용자에게 미션을 주고 달성하게 함으로써 동기부여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딱지치기나 고스톱까지 어느 게임이든 중독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남녀노소 모두 가진 경쟁심리나 보상심리를 이용한 마케팅방법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미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리워드 시스템이 있다. 스타벅스 카드로 음료구입시, 스타벅스 앱에서 사용 금액에 따라 별을 적립 할 수 있고, 별을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무료 음료쿠폰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상위 레벨로 진급 할 수도 있다. 게임처럼 아이템을 모으고 보상을 받고 레벨업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별을 모으기 위해 일부러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도 있으니, 스타벅스는 이 마케팅으로 두둑한 팬덤을 챙긴 셈이다. 그런데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재미나 게임 같은 요소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 소리를 나게 한 ‘비트박스계단’처럼 사용자의 자발적인 행동 유발을 유도하는 것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재미있게 만들면 된다는 개념이라 쉬워보일 수 있으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게 게이미피케이션이다. 마케팅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게임의 메커니즘도 함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성공한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에서는 어떤 요소를 넣었을까?

1. 자발적 참여

2013년 유니세프에서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라는 홍보문구로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Hold Life Campaign’은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의도한 캠페인으로 풍선에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과 정보를 붙이고 5초마다 하늘로 날렸다. 이 풍선을 붙잡으면 기부에 참여하는 셈이다. 풍선에 붙은 QR코드로 풍선게임도 할 수 있다. 이처럼 게이미피케이션 캠페인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들어가야한다.

노동이 놀이가 되려면 자발성이라는 요소가 필요한데, 다음 영상은 박카스의 셀프 스캐너 캠페인으로 21,924건의 자발적 SNS공유를 끌어내기도 했다.

2. 목표를 잃지 않을 것    

어떤 게임이든지 목표가 있다. 상대를 진압한다던가, 더 많은 금액이나 땅을 차지한다는 식으로 플레이어가 목적을 가지고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를 주어야 한다. 많은 게이미피케이션은 눈길을 끌기 위해 재미에 치중하다가 목표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다.

캐치잇잉글리시는 게이미피케션의 요소를 잘 곁들인 교육용앱이다. 이 앱은 80만의 누적다운로드 수를 자랑하고 있다. 유저들끼리 퀴즈를 내고 맞출 수 있어서 게임처럼 서로 경쟁도 가능하고, 친구를 페이스북에서 초대하거나 같이 문제를 풀 수도 있어서 친구들과 유대도 가능하다. 콤보점수에서 경험치까지 제공하니 게임에서의 경쟁심리와 보상제도를 잘 적용시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신규 인기 카테고리와 T스토어 교육 카테고리에서 무료 앱1위를 차지했으니, 그 효과를 인정 받은 셈이다. 이 앱을 쓰고 나면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어요’라는 말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3. 게임의 3.0

오버워치를 하는 학생들에게 다마고치게임기를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VR을 접목시킨 게임이 흥행하는 요즘 게이미피케이션도 사용자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UX가 중요하다. 주식회사 The VC는 이에 맞는 인터렉티브 투명 디스플레이 광고플랫폼인 트랜스룩이라는 상품을 제공한다. 트랜스룩은 투명패널로 터치를 통해 사용자가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2년 전에 일본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일본의 최대 유통업체 이온몰(Aeon mall)에 냉장고 도어 솔루션을 제공했다. 사용자는 직접 냉장고에 투명창을 조작해서 제품설명과 광고를 볼 수 있다.

또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전시물을 전시하는데도 쓰여 IT기술과 전시가 합쳐서 새로운 전시기획의 장을 열어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트랜스룩을 사용한 이 전시회는 백제금동대향로를 투명디스플레이 내부에 향로를 넣어 스크린을 터치하며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고, 대향로 밑의 턴테이블과도 연결 되어 화면을 옆으로 쓸어 넘기면 360° 회전된 모습도 볼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해 새로운 차원의 전시를 보여준, 게임의 인터렉티브적 요소를 잘 적합한 사례다.

기존의 마케팅에 재미만 얹는다고 게이미피케이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위에 열거한 것 이외에도 성공한 게이미피케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게임의 요소인 성취감, 목표, 보상, 미션, 퀘스트, 자발성, 교육의 효과등이 잘 어우러져야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9월 말 ‘2016년 기능성게임 제작지원(추경)사업’을 공고했다. 총 지원예산은 5.4억원으로 기능성 게임의 확산을 통해 게임의 사회적 효용을 증대시키고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육, 의료,스포츠 등 모든 분야든 전 플랫폼들에 열려있는 기회고 올 해 12월에는 협약체결이 맺어질 예정인데, 어떤 사업과 체결을 맺을 지 궁금하다. 경기도는 게이미피케이션 시범 사업을 추진하여 이번 10월 ‘모두의 이웃’이라는 아이디어에 1,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대상을 수여했다. 모두의 이웃은 이웃주민과 함께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고 정부가 부여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떡이나 쓰레기봉투를 받을 수 있다. 서먹해진 이웃 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이 아이디어는 올 해 말에는 사업화로 추진 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사업과 경기도의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게이미피케션이 행정, 교육, 헬스케어, 스포츠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어떻게 다시 발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떤 유익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이 나올지, 어떤 기술들로 게이미피케이션이 더 발달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