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과 치킨집에 들렸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야구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5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NC다이노스 스크럭스의 역점 홈런에 치킨집은 난리가 났습니다. (NC팬만 있었나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페이스북 상에서도 야구이 흥이 가시지 않더군요. 뉴스피드를 넘길 때마다 야구 이야기 뿐이었는데요. 스크롤을 넘기다가 특이한 동영상 광고가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너무 익숙한 얼굴이 보여 깜짝 놀랐죠.

“에이…설마…?” 맥주 때문에 사람을 착각했구나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 여전히 그 사람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NC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광고에 나온다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 눈을 의심하고 동영상을 2~3번 더 돌려보기도 하고 심지어 검색까지 했죠. NC소프트에서는 “리니지M 스페셜 무비” 시리즈로 영상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제가 본 영상은 5번째 시리즈였구요. 김택진 대표는 4일 전 공개된 4번째 영상에도 출연했더군요. (다른 영상에 또 등장할지도…)

우리나라 IT기업 총수들은 공개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편입니다. 언론 플레이도 소극적이죠. 그런데,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3대장 중 한명이 카메라 앞에 서다니…가히 충격적이였습니다.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10분 동안 영상을 반복 재생했죠.) 다른 업체 대표들과 다른 그의 행보에 매우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왜 나온거지?”라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이슈성은 충분했으나, 광고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NC소프트에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몇몇 부분을 삐딱한 시선으로 정리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광고인가?

이번 광고를 통해 김택진 대표는 친근한 구단주의 이미지를 구축한 모습입니다. 위 영상은 야구 중계 방송의 중간 광고로도 노출됐는데요. 온라인 상에는 ‘NC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념하며 구단주가 등장해 재미있었다’는 반응도 종종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 팬이라고 해도 구단주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편인데요. 반면, 광고 속 김택진 대표는 혼밥을 하고 야구장에서 함께 응원을 하는 등 대중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애초에 기획의도가 ‘김택진 대표를 친숙한 구단주로 만들자’였다면 대성공한 광고였겠지만, NC소프트 관계자가 밝힌 의도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리니지M 출시 100일을 기념하고, 이용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광고를 기획했다”
– NC소프트 관계자 (ZDNet)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뭣이여?

관계자의 입장과 달리, 영상 속 메세지에서 기획의도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삐딱한 시선에서 ‘회사 대표면 상상 그 이상의 레벨을 찍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일식집이 배경인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아이템 합성에 실패하고 김택진 대표를 욕하는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김택진 대표가 쓸쓸히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으나, 광고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영상 마지막에 김택진 대표가 ‘쿠폰이 어디있더라?’라는 멘트와 함께 100일 이벤트 문구가 등장하기는 하더군요.)

 

#김택진 대표가 꼭 출연해야 했나?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 대형 게임사 대표들은 공개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택진 대표의 경우 몇년 전 넥슨, 넷마블, NC소프트의 삼각관계 이슈로 얼굴을 비췄던 게 가장 최근 모습인 것 같은데요. 즉, 지금까지 스마트하고, 카리스마 있는 대표의 이미지를 고수해왔죠. 그랬던 그가 ‘왜 이 타이밍에 카메라 앞에 서야 했을까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것도 아니였을텐데요…)

“별이 다섯개”를 외치던 장수돌침대 최창환 회장

중소기업에서는 부족한 마케팅 예산 때문에 대표가 직접 광고모델로 활동하는데요. 장수돌침대 최창환 회장,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죠. NC소프트는 마케팅 예산 이슈보다 회사 브랜딩과 이슈화를 위해 김택진 대표를 광고모델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관계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에서 밀어 붙였다면 다른 이야기일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NC소프트 마케팅 팀의 고민은 엄청 났을 것 같네요. 대형 게임사의 대표라고 해도 대중적인 인지도는 연예인보다 낮을 것이고, 증명되지 않은 대표님의 연기력도 확인해야 했겠죠. 30초의 짧은 광고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수많은 인력과 자본, 시간이 투자되는 만큼 성과로 연결되지 않으면 마음은 초조해지겠죠.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촬영장에서 마케팅 팀 분위기도 좌불안석이였을 것 같네요. 광고 모델이 대표님이라니!!!)

취향에 따라서 이번 NC소프트의 광고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별 5개 만점에 1개를 드리고 싶네요. 대형 게임사에서 대표가 광고에 직접 출연한 것은 참신했지만, 애매한 컨셉과 메세지로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오히려 이번 시도를 바탕으로 NC소프트와 NC다이노스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구상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P.S) 김택진 대표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사람마다 맞는 옷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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