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지난 글 [11. 대기업 Aaron과 실리콘밸리 Bryan]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Role-driven 조직과 Rank-driven 조직에서는 실무 인재상이 매우 다르다. Rank-driven 조직에서는 맡은 일을 빠르게 수행하고, 기한을 정확히 지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꼼꼼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위에서 결정을 내리기 쉽도록 잘 정리된 보고서를 쓰는 인재를 원한다. 반면 Role-driven 조직에서는 창의적이고, 질문하고 토론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회사와 팀의 미션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서 팀을 이끄는 개발팀장은 위에서 내려온 일을 분배하고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킨다. 기획서와 표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일을 나누어서 일을 시킨다. 그리고 팀원들의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진다. 만약 엔지니어가 실수를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면 팀장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 팀에 주어진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를 빨리 이해하고 팀장이 원하는 방법으로 결과를 내는 팀원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주고, 실수가 반복되는 팀원에게 주의를 주는 일 역시 팀장의 역할이다. 전체의 팀이 하나처럼 비슷한 일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실력뿐 아니라, 동료의식, 책임감,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리더십이 발휘된다.

반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각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와 디자이너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팀의 미션이 무엇인지를 엔지니어들과 정확하게 소통하여 그들이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팀원들의 미션 수행에 대한 기여도가 좋아지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진다. 팀 내 엔지니어가 실수를 할 경우 포스트모템을 통해 투명하게 원인 분석을 하고 실수를 예방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역시 매니저의 역할이다.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기 위한 창의성, 팀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이해하여 성장을 돕는 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 결정,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리더십이 발휘된다.

또한 Bottleneck Management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매우 크다. Rank-driven 조직은 조직 구성 자체가 Bottleneck으로 만들어져 있다. 팀원들은 팀장에게, 팀장들은 부장에게, 부장들은 임원들에게, 임원들은 사장에게 일방향적으로 보고하는 체계에서는 그 보고 체인 중 하나만 자리를 비워도 그 이하 조직에 정보의 흐름이 차단된다. 정보의 양이 위로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아랫사람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한 사람이 빠지면 일이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그들의 빈자리는 회사 전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책임이 분산되어있는 Role-driven 조직에서는 Bottleneck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Bottleneck은 많은 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경우에 생긴다. 그런 경우 모든 사람이 그 사람에게 가서 특정 지식을 물어보고 결정을 내려야 되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Role-driven 조직에서는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윗사람”이 없어도 각 사람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다.

대기업 팀장 Claire

Claire는 비교적 Rank-driven 조직인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석사까지 마친 Claire는 대기업에 입사한 지 2년 반 만에 대리로 무난히 승진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흥미를 느끼는 성격 때문인지, 항상 어려운 프로젝트에 자원해서 기한 내에 해결하고 하다 보니 팀장으로 승진도 큰 문제가 없었다. 입사한 지 8년이 되는 지금, 팀장이 된 그는 하루하루가 바쁜 일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일이 지겹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회사를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보람된 일이다.

다른 팀장들은 팀원들에게 프로젝트 주간 보고서를 써오라고 하지만 Claire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다. 팀원들과 대화하면서 진행상황을 직접 보면서 파악하다 보면, 어느 부분의 진행을 서둘러야 할지 보이기도 하고, 다른 팀의 도움을 요청할지 판단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주면서 잔 일을 덜어주는 Claire가 팀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Claire를 물심양면으로 끌어주던 부장님이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그에게 맡겼다. 경쟁사의 기능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었는데, 임원급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여서 벌써 기획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팀에서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딥러닝 도구인 텐서 플로우를 계획이었고, 기한도 3달 내외로 촉박했다.

대기업 엔지니어 Aron 

Claire의 팀에는 그가 가장 아끼는 Aaron이라는 엔지니어가 있다. Aaron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배우고 일을 시간 내에 해 내는데 귀신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밤을 새워서라도 맡긴 일은 반드시 기획서 그대로 해 온다. 또한 Aaron은 팀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슈퍼 엔지니어이다. 모든 사람들이 Aaron에게 와서 질문을 한다. Aaron은 팀에서 그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Claire도 Aaron이 그렇게 능력 있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직원이라는 것이 앞으로 그의 앞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의사 결정을 도와주느라 Aaron은 밤을 새도 시간이 없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지식들과 팀 내에서의 위치를 생각하면 늘 뿌듯했다.

Aaron의 승진 케이스가 곧 다가온다. Claire에게도 Aaron에게도 임원들이 주시하고 있는 텐서 플로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회사 내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Aaron에게 기획서를 건네며 2개월 기한을 주었다. 2개월이지만 실제로 주어진 시간은 1개월이다. 품질관리를 위해 1개월을 따로 남겨둔다는 것쯤은 이미 경험 많은 Aaron은 잘 알고 있었다.

Aaron은 그가 Claire를 잘 따르면 승진이 거의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Aaron과 Claire는 일할 때 외에도 술자리를 종종하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가 된 지 오래였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Claire는 Aaron이 이번 프로젝트도 잘 해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리콘밸리 출신 Bryan

Claire의 팀에는 인사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데려온 미국 명문대 출신, 실리콘밸리에서 온 Bryan도 있다. 이 친구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갔었다고 잘난 척이 꽤 심하다. 우선 일을 시키면 질문이 많다. 어떤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느냐, 시장 조사는 되어 있느냐, 텐서 플로우가 이 프로젝트에 맞다고 생각하느냐 물어본다. 자기가 팀장 이상의 어떤 권한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Bryan도 우리 팀원이고 이 친구가 팀에 들어온 이상 Bryan에게 성공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 또한 Claire의 능력이다.

지난번 Bryan에게 맡겼던 프로젝트가 지연되어 부장님에게 불려 가 크게 혼난 기억이 있다. 프로젝트 처음부터 자신의 권한 밖의 질문을 계속해서 시간을 끌더니 프로젝트 타임라인이 비현실적이니 다시 검토하자고 했다. 아무리 실리콘밸리에서 왔다지만 정말 개념이 없는 친구다. 위에서 내려온 타임라인을 재검토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Aaron이었으면 이미 프로젝트 반 정도는 끝내 놓았을 시점이다.

게다가 그는 성격도 꼼꼼하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엔지니어였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Claire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Aaron이라면 정말 미안한 얼굴로 와서 백배사죄했을만한 일들이다. 결국 Claire만 부장님에게 혼이 났다.

Bryan에게 저녁때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Bryan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시키는 일을 잘 할지 깊이 있는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Bryan은 와이프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한다. Claire는 특별한 날이냐고 물었다. Bryan은 원래 아내랑 저녁 시간에는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참 눈치도 없는 친구다. 집에 가서 아내랑 밥 먹겠다고 팀장이 먼저 제안한 저녁을 안 가겠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Claire가 Bryan의 인사 평가를 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Claire는 진짜 화가 났지만, 회사 엔지니어들에게 존경받는 열린 팀장으로서 꾹 참았다. 그리고 Bryan에게 아내에게 전화해서 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어서 못 들어간다고 연락하라고 하였다. Bryan이 거기서도 불만을 보였으면 정말 폭발할 뻔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한잔 하면서 Bryan 때문에 Claire가 얼마나 부장님께 고초를 겪었는지, 또 실수가 왜 그렇게 잦은 지를 물어보며 마음에 있던 말들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고 혼내고 싶었지만 Claire는 자신이 그렇게 구시대적인 상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Bryan은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듯 그런 일이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시스템적인 문제가 많다고 하였다. Claire는 회사 전체 시스템을 어떻게 하냐고 한탄하면서 어쩔 수 없으니 꼼꼼하게 조심해서 하라고 하였다. 결국 술자리의 끝은 개발 지원팀에 대한 한풀이 자리가 되었고, 개발 환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개발 지원팀에 대한 불만으로 둘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Bryan은 회사에 적응한 듯 질문하지 않고 열심히 시키는 개발을 하였고 Claire의 팀의 성과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실리콘밸리의 매니저 Dianne

Dianne은 Role-driven 조직에 가까운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Dianne은 데이터 엔지니어링팀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시니어 엔지니어로 입사한 지 3년 차에 매니저가 되었는데, 매니저가 될 의도는 사실 없었다. 입사 첫 해에 사내 해커톤(Hackathon)에서 다른 두 명의 엔지니어 하고 만들었던 프로젝트를 상품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체 엔지니어링 팀에 쓰이는 라이브러리 도구들을 만들게 되었고, 그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일이 커져 하나의 팀이 되었다. 그러다 팀이 커지면서 5명이었던 팀이 20명이 되었다. Dianne의 매니저가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20명을 세 팀으로 나누게 되었다. Dianne의 매니저는 1:1 미팅을 통해 그중 한 팀의 매니저가 되어달라고 이야기했다. Dianne은 워낙 팀원들하고도 친하고 리더십도 어느 정도 있어서 이미 매니저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매니저가 되었다.

매니저가 된 이후에 한동안은 Tech Lead로서 코딩을 했지만 팀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 주의 반이 1:1 미팅으로 꽉 차게 되었다. 매주 모든 팀원들과 1:1로 한 시간씩 미팅을 갖느라 팀이 커질수록 코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1:1 미팅에서 팀원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인 담소나 따로 공부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새로 태어난 아기에 대한 이야기, 강아지가 다친 이야기도 한다. 일견 일과 무관한 이야기처럼 보여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퍼포먼스와 다 연결이 되는 문제들이다. 아기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느라 잠을 설친 채로 코딩하다 보면 실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게 어떠한 배려를 해 주어야 할지 자세히 이야기한다. 필요에 따라 휴가를 주기도 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일찍 귀가하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도 1:1 미팅에서는 커리어 플래닝에 대한 조언과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Brown Bag 미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팀의 성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Brown Bag 미팅에 발표를 하도록 조언을 하기도 하고, 발표를 맡게 된 팀원이 준비한 내용을 검토해 주기도 한다.

어떤 엔지니어는 매니저 트랙으로 어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 트랙으로 커리어 계획을 세운다. 팀원들이 각각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비슷한 문제를 찾아내고, 그 공통분모의 솔루션을 공유하는데 열심히 하는 팀원들은 매니저 트랙을 타고,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계속 코딩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엔지니어링 트랙으로 자신을 키워간다.

Dianne팀의 올해의 미션은 회사 전체에서 쓸 수 있는 딥러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팀원들을 모아놓고 프로젝트 플래닝 미팅을 통해 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일이 회사의 미션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어떤 팀들이 우리 프로젝트를 활용하게 될 것인지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Dianne은 사내 카페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면서 Bryan과 1:1 미팅을 가졌다. 플래닝 미팅을 통해서 이야기했던 미션을 위해서 Bryan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Bryan은 우선 자신이 학교에서 배웠던, 그리고 실무에서 활용했던 모든 딥러닝 패키지들을 종합해 문서를 만들고 팀원들과 함께 리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팀원들의 피드백과 이 플랫폼을 이용할 다른 팀들의 피드백을 종합해 하나의 딥러닝 패키지를 선택해 그것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Dianne은 Bryan의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멋진 생각이라고 칭찬하고, 이전 프로젝트들의 Design Doc과 Post-mortem을 공유해 주겠다고 하였다. 또 다른 팀들의 POC(Point of Contact, 담당자)를 알려주었다. Bryan은 이전 Design Doc들과 Post-mortem을 살펴본 후 자신의 Design Doc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였다.

또 Bryan은 코드를 메인 브랜치에 merge 하기 전 코드 분석기를 이용해 실수를 자동으로 예방하자는 아이디어를 꺼냈다. 그 아이디어는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이틀도 되지 않아 Bryan이 프로토타입을 보여줬을 때, Claire는 팀 내에서 먼저 써본 뒤, 전체 엔지니어링 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Dianne도 그런 작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매니저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대기업에서 이직한 Aaron과도 1:1 미팅을 가졌다. Aaron에게도 플래닝 미팅에서 이야기한 우리 미션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Aaron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응?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Dianne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았는데 왜 열심히 하겠다고 답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Dianne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Aaron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은 이쪽에 경험이 많다고 하였다. 또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Dianne은 Aaron이 미션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선 미션부터 차근차근 다시 설명해 주었다. 딥러닝 플랫폼을 만드는데 Aaron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Aaron은 좀 당황하면서 딥러닝 플랫폼은 텐서 플로우가 대세이고, 자신이 그쪽 경험이 많다고 하였다. 이틀이면 어떠한 모델이든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Dianne은 Aaron에게 그러면 구현 쪽을 담당하겠냐고 물어보았다. Aaron은 구현이 자신 있다면서 언제든 기획서가 완성되면 알려달라고 하였다. Dianne은 Aaron이 생각보다 Junior Engineer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키는 대로만 코딩하는 것은 대학을 인턴이나 갓 졸업한 정도가 아니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개발을 정말 좋아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Aaron은 기획서만 나오면 엄청나게 빠르게 그 일을 해 내었고 팀의 코드에 대한 지식을 착착 쌓아갔다. 그렇지만 Aaron은 기획 단계에서 여러 논의를 거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이미 잘 나가는 텐서 플로우가 인더스트리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다른 기술에 대한 논의를 하기보다는 빨리 프로젝트를 끝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aron은 팀 내에서 아는 것이 가장 많고 일을 가장 빨리 하는 엔지니어였지만 토론과 다큐멘테이션을 통해서 자신이 한 일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시간을 쏟지 않았다.

Aaron이 한 일에 대해서는 그의 코드를 하나하나 읽어보지 않으면 파악을 하기가 쉽지 않았고, 사람들은 늘 그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다른 팀원들은 Aaron이 너무 빨리 일을 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아서 Bottleneck이 되고 있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Dianne은 1:1 미팅에서 Aaron이 Documentation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Brown Bag 등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피드백을 주었다. Aaron은 자신이 가장 빨리 일을 하는 사람인데 팀 내에서 Bottleneck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팀 동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팀 동료들이 Aaron의 코드를 읽을 생각은 안 하고 자신이 코딩을 해야 할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그가 어렵게 습득한 지식을 거저 빼먹으려고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Dianne은 매주 1:1을 통해 Aaron에게 리더십 기회나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였고, 꾸준히 정보 공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aron이 자신의 일이 코드만 짜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는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했을 때에야 Dianne의 일이 한결 쉬워졌다. 그리고 Dianne은 Aaron이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해야 자신도 비로소 휴가도 자유롭게 가고, 팀에서 더 큰 임팩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이것을 하세요 vs. 무엇을 할래요?

Claire는 top-down 방식으로 위에서 내려온 일을 아래에 분배하는 중간 관리자이다. 그는 각 엔지니어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고 해야 할 일을 잘 정해주고 기한을 정해준다. 그래서 그 기한 내에 각 엔지니어들이 일을 마치도록 격려하고 때로는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이 위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전달하기에 그가 없으면 업무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부재가 팀 전체를 마비시키는 Bottleneck이기도 하다.

Claire는 개개인의 사정을 듣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조용히 불러내거나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보다 회사를 우선시하도록 유도하여 개인적인 사정이 회사 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Claire가 팀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은 거의 윗선에서 결정해 내려온 일들이지만, Claire 스스로 결정할 일이 있다면 비슷한 과거의 결정이 윗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먼저 생각해 본다. 만약 비슷한 결정이 없었다면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부장님을 만나서 물어보고 정식으로 결재를 올리는 것이 순서이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다양한 정보를 통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해서 Claire는 큰 조직이 하나가 되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에 한 축을 담당한다.

Dianne은 회사와 팀의 Mission과 모든 정보를 팀원 모두에게 세세하게 소통한다. 그리고 각 팀원에게 미션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각 팀원은 책임감 가득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기여할 것이 없는 팀원은 기여할 것을 같이 찾아보던가 아니면 팀 또는 회사에서 내보내야 한다.

Dianne의 일과의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은 1:1 미팅이다. 개인적인 사정도 세세히 살펴 회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각 팀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성장을 할 것인지 직접 코칭을 하거나 적절한 멘토를 붙여주기도 한다. 팀원이 원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계속 키워가면서 회사의 미션을 수행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으면 그 팀원을 승진시키는 일도 쉬워진다.

Dianne은 팀이나 회사가 효율적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팀원들이 가져오면 그동안의 노력에 보상을 받은 기분이 든다. 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제안으로 구체화하도록 팀원들을 독려하고,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Dianne의 특기이다.

Dianne은 팀원들의 성장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며, 따라서 조직이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이다.

Claire의 방식은 혁신적인 방법보다 빠르게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팀원의 능력은 좋은 프로그래머이면 될 뿐 최고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팀장으로서 윗선에서 위임받은 경영권의 일부를 행사하기 때문에 팀장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이행하는 것이 팀원 개개인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상황에서 팀장의 배려는 팀원이 한없이 고마워할 대상이다.

Dianne의 방식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만의 장점과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방식은 느릴 수도 있지만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고 많은 전문가들과의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기 때문에 향후 더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팀원들의 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에 넓게 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와 같은 역할을 하는 Dianne의 성공은 팀원들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동성에 의존한다.

세금을 잘 내고 있는 시민이 자유롭게 전기와 도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시민이 경제활동을 통해 가치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라 경제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되는 것처럼, 인프라로서의 매니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팀원들의 성장은 물론이고 회사의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Role-driven 조직에서는 자신들이 열심히 창조한 가치의 몫을 떼어 준 만큼의 서비스를 매니저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 팀원들이 팀을 떠나거나 회사를 떠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능동적 역할 수행이 어려운 팀원이 잘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Rank-driven 조직에서는 조직의 결정을 따르지 않거나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실수를 한 경우 징계조치로 잘리거나 더 나아가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조직인가 전문가들과 함께 혁신을 하는 조직인가에 따라 매니지먼트 스타일도 Claire와 Dianne의 예처럼 달라진다.

글: Aiden. 엔지니어링 매니저. 데이터 수집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에 관심이 많음.
편집: Will.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업 문화와 조직에 관심이 많음.
그림: Chili. 디자이너. 생각을 그림으로 요약하는데 관심이 많음.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8/02/13/sillistration-manager/”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