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콜 베타 서비스와 발맞춰 진행된 첫 번째 페이지콜 데이는 내게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곳에서’ 하는 것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지 느낄 수 있었던,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우리 유저도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원격근무의 현실적인 문제도 느낄 수 있었다.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원격 근무에는 업무 정의와 성과 측정이 꼭 필요하다. 최소 ‘사무 공간에 없어도 사무 공간에서 일하는 것처럼‘ 일할 수 있어야 회사도, 개인도 기존의 사무실 근무를 원격 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 혹은 장소의 제약을 없앰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식 전달 서비스 종사자(ex. 강사, 컨설팅, 영업 직원 등)에게는 더 중요하다. 일반 사무직에 비해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는 직종의 특성상, 업무 정의와 성과 측정이 명확하지 않았을 때 낭비되는 시간도 더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페이지콜 데이를 준비할 때 페이지콜을 활용하는 ‘초대하고, 파일을 올리고, 설명하는’ 업무는 팀원들 모두 정의하고 진행했지만 그 외의 업무는 ‘늘 하던 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격근무로 업무 환경이 바뀐다면 사무실에서 하던 ‘늘 하던 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왜냐하면 변화된 공간은 일관적인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 ‘일관적인 효율성‘이 문제였다. 나는 페이지콜 데이 때 느낀 해방감과 별개로 사무실만큼 ‘일관적인 효율성’을 제공하는 공간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늘 하던 일’을 할 때의 집중력이 낮아져 결국 사무실로 출근해 나머지 업무를 마쳤다.

페이지콜 데이는 플링크 팀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고 ‘원격 근무의 대중화’라는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꼭 필요한 문화다. 내가 느낀 문제점을 정리하고 풀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원격근무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SSUE 하나. 어떤 일을 하는가

플링크 팀은 트렐로로 업무를 관리한다. 트렐로는 업무 관리에 있어 효율적이다. 우리는 리스트로 진행 상황을 구분하고 개별 카드로 업무를 정의하며 체크리스트를 관리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트렐로는 팀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거운 감이 있었고, 개인 업무를 정리하고 처리하는 데는 더 가벼운 툴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개방적인 공간에서 집중력 있게 일하기 위해서는 더 직관적으로 일과 성과를 봐야 와 닿기 때문이다. 빠르게 TO-DO를 설정하고 DONE 할 수 있는 Wunderlist new tab을 통해 팀 업무를 쪼개서 개인 단위로 분절해 관리했다. Wunderlist로 할 일을 처리하고 트렐로에서 새로운 일을 가져오거나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일을 TO-DO에 추가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현재보다 몰입도 있게 업무를 하고 있다.

ISSUE 둘.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가 

개방적인 공간에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데 얼마의 시간을 쓰는지 관리해야 한다.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은 한없이 늘어진다. 시간 관리 없이는 오늘 30분 만에 처리한 업무가 내일은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원격근무는 업무에 최적화된 공간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의 효율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무 공간에서 일하는 것처럼’ 일할 때 비로소 원격근무가 보편화될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 페이지콜 데이를 기점으로 내가 하는 일의 시간을 측정하기로 했다.

ISSUE 셋. 어디서 일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어디서 일할 것인가’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 나는 동생과 함께 자취 중이다. 동생이 취준생이기 때문에 집을 비우지 않고, 혼자 살기도 좁은 집에 둘이 살다 보니 ‘깔끔한 책상과 안락한 의자’를 둘 공간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원격근무를 위해 나는 무조건 집을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집을 나오면 어디로 갈까? 그 질문의 답은 대부분 카페다.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함께 제공하는 카페에서만 원활한 업무가 가능하다.(그곳은 바로 스타벅스) 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녹록지는 않다. 오전에 카페에서 일하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 또 카페를 가게 되면 비용과 카페인 중독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공유 오피스였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위워크, 스튜디오 블랙, 패스트파이브 등 효율적인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공유 오피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원데이만 일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이번 페이지콜 데이를 활용해 가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원격근무의 업무효율이 스스로 납득된 후에 제대로 체험해보는 것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제 남은 공간은 독서실 혹은 도서관뿐이다. 하지만 자유도(노트북 소리 or 전화 등)가 높지 않다는 점이 원격근무의 장벽으로 남아있다.

나는 왜 나를 감시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쓰기 위해서다. 장소에 상관없이 일하고,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페이지콜을 ‘함께하는 일’에 사용하더라도 ‘스스로 하는 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자유로움의 절반밖에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나는 마케터로서 ‘절반의 혜택’만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나를 알고, 내가 하는 일을 알아 집중력을 유지하며 일해 진짜 원격근무를 실천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 또한 초중고 12년을 거치면서 이미 수동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지금 운 좋게 시간의 유연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다니게 되었고 지금이 아니면 내게 배어있는 수동적인 자세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더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그 밑바탕에는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유한함은 굳이 강조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능동적인 삶을 위한 나의 노력이 더 오랜 세월 동안 일하는 자양분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페이지콜과 원격근무가 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에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길효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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