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팀의 영향력은 사실 CEO보다 크다

 

 

“이서씨, 오전에는 CS 업무를 하고, 오후에는 마케팅 업무를 진행해주세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처음 입사하기 전에, 얼핏 운영 업무도 맡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대표님께 전해 들은 바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운영과 회사가 말하는 운영 업무의 개념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난 입사 후 CS 고객 관리를 마케팅과 병행했다. 이때쯤 네이버에 ‘귀에 이명이 들리는 이유’, ‘두통약 3파전, 이지엔 vs타이레놀 vs게보린’을 검색했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2주 만에 대표님께 뻣뻣해진 얼굴을 들이밀고 운을 띄웠다. 더 이상 운영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고.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고객 관리는 함부로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났고, 고객의 접점에서 운영 파트의 업무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운영 업무에 대해 가졌던 잘못된 생각을 정정하고 싶어졌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최우선 업무다.

 

 

스타트업 오퍼레이션 파트의 업무 중요도와 KPI 확장성을 아래와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 운영 업무를 통해 고객의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

–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개선점을 도출한다면

– 관리자 혹은 대표에게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음

– 고객의 말이기 때문에 방안의 정당성이 자연스럽게 입증됨

– 대표님께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주장‘할 수 있음

– 스타트업 운영 약관을 구축하는 실무 경험이 축적됨

– 채널톡 CXC와 같은 컨퍼런스에 주기적으로 참여하여 인풋을 얻고

– 공감 능력과 상황 판단력도 함께 향상된다면 (클래스 101 부대표 천세희님 페이스북 참고)

– 이 능력이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음

– 오퍼레이션 KPI를 본인이 성과 측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음

– 미래에는 멋진 오퍼레이터, 또는 COO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자리 잡음

 

 

많은 회사들이 홈페이지에 대표 번호를 페이지 하단에 기재하고, 상담 시간을 말도 안 되게 줄이고, 심지어 챗봇으로만 대화할 수 있게 축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면 서비스가 줄어들고,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가고 있지만 어찌 됐든 온라인 비즈니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나는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고객 운영 업무가 같은 힘과 커뮤니케이션 파트의 어마어마한 성장 가능성과 멋진 개인의 KPI를 세울 수 있다는 놀라운 여정을 그려볼 수 있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뽑으라면 모두들 ‘고객‘을 이야기한다.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객 중심’이라고 말하는 책과 글은 너무 많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당연한 원리를 모를 리 없는 ‘고객’의 이야기를 제대로 시스템화하지 못하는 곳들이 너무 많다. 고객 중심 사고 안에서도 분명하고 핵심의  원리를 담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즈니스의 비밀>이라는 책을 통해 고객 중심을 넘어 새로운 확장성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판매가 아니라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 

 

 

책의 1부에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평생 고객을 만드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몇 가지 핵심만 정리한다면, 단기 고객 확보보다 충성 고객 확보를 집중하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기업은 평균적으로 기존 고객 유지보다 신규 고객 확보에 6배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존 고객의 충성도가 갖는 가치는 신규 고객이 한 번 구매에 지불하는 금액의 10배에 맞먹는다고 한다.

요즘 스타트업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채널로 매스 마케팅을 멈추지 않는다. 브랜드 광고로 비즈니스를 인식시키고 리타게팅 하는 과정도 정말 중요하지만, 충성 고객의 확보에 집중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

 

단기간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단기 고객  VS  단기적, 장기적 수익에 모두 도움을 주는 장기 고객

 

어떤 경우에도 충성 고객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이 당연한 원리대로 내가 마케팅에 임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원리를 오히려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한다. 모든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고객에게 구매를 요구하지 않고 고객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하는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끝까지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내가 확보해야 하는 가장 최상단의 고객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판매하고 마케팅하는 비즈니스를 실제로 경험하고 체화하고 객관적인 장/단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서비스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에게 진솔한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고, 고객의 구매가 고객 입장에서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떠난 고객이 왜 떠났는지,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욕구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화를 낼 만큼 열정적인 고객은 반대로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작년 9월쯤 1회 체험을 하고 2백만 원 가까운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해주신 회원님이 계셨다. 이때 당시 나는 꾸준히 재등록을 해주시는 회원님을 대상으로 전화/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회원님께서 결제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컴플레인을 걸었다. 그것도 전액 환불을 요청이었다.

나는 운영팀을 통해 이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회원님께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커피 교환권 2만 원을 드리고 15분 정도 이야기하는 인터뷰라고 사전에 말씀드렸지만, 회원님과 무려 50분을 통화했다. 회원님께서 처음 결제하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모든 과정의 CVC(Customer Value Chain)에서 느꼈던 그때 당시의 불만족 순간을 모두 털어놓고 얘기해주셨다.

회원님과 전화를 하며 나는 회원님의 모든 이야기를 속기했다. 통화를 종료하고 불만족 지점을 1번부터 10번까지 정리했고, 어떤 식으로 이 부분을 개선할지 회원님께 사과드리고 개선을 약속했다. 1회 체험을 무료로 재진행 해드릴 수 있도록 운영팀에 바로 전달했다.

이때 나는 고객이 느끼는 pain point를 직접 들어 우리 서비스의 세세한 부분까지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회원님께서 우리에게 pain point를 이야기하지 않고 환불 요청만 원했면, 회원님의 LTV(Life time value)는 반토막이 됐을 것이고 1월의 재결제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전화 업무를 통해 3가지 포인트를 배울 수 있었다.

 

1. 고객이 거래를 중단한 이유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2. 불평하지 않는 ‘착한 고객’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고객이다.
3. 고객 불만을 문서화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도 다룰 내용이지만, 고객 의견 피드백 조사는 무조건 실시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유도 모른 채 충성 고객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전화, 카톡 등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고객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얻은 피드백은 반드시 업무에 적용을 해야 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우선순위를 만들어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 뒤, 모든 직원이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강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반응도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회사의 브랜딩과 철학, 마케팅과 광고로 연결 지을 수 있다.

지금 확인해보니 회원님은 9월부터 지금까지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계시고, 2020년 1월 회원님은 추가로 2백만 원을 재결제하셨다.

 

고객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직원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자 

 

고객 중심의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영 서적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운영팀에게 어떻게 평가하고, 인정하고, 보상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은 소수다. 기업 내에 고객 중심적 문화를 조성하려면 어떤 행동에 보상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책에서 예시로 언급한 일반적인 평가 기준과 유의해야 할 사항은 참고해보자.

 

-일주일 동안 접수한 고객 불만 건수를 체크하고 정리해야 한다.

-평가 방식을 단순화하자. 그렇지 않으면 직원이 성과 평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평가 시스템 업무를 많이, 오래 하는 것보다 현명한 업무 처리를 장려한다.

-직원이 자신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직원의 성과가 평가될 수 없다면, 그들은 회사에 아무런 기여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가능한 한 직원이 자신의 목표를 직접 설정하게 해야 한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직원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노력할 때 보상하거나 인정을 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위의 사항들이 비즈니스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보상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상은 보너스, 판매 수수료, 승진 등을 의미한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 팀원에게는 곧바로 보상을 하는 즉각적 보상도 필요하다. 모든 동료들 앞에서 고객을 위해 멋진 행동을 보여준 팀원을 동료들 앞에서 칭찬해야 한다. 보상의 방식은 휴가, 인센티브, 승진 등이 될 수 있는데,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직원 스스로 선택할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 중심 서비스 -> 훌륭한 서비스 제공 -> 팀원이 원하는 보상 체계가 구축되면 회사는 자연스럽게 고객 중심적 사고를 가진 직원들로 넘칠 것이다. 이 수준까지 올라가면 직원들이 오히려 대표나 관리자보다 업무 개선을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

제시한 아이디어로 매출을 올리거나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한 직원에게도 이익을 나누어줘야 하며, 이것이 어떤 직원의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전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그 팀원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의 기여로 창출된 아이디어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팀 내에 업무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직원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 서비스 목표를 위한 팀 내의 토론과 교육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얼마나 멋진 그림인가)

 

 

모든 직원이 고객을 위해 일할 수 있다.

물론 고객 서비스를 몸소 실천하는 리더에게는 더 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 팀원의 행동이 전체 팀의 행동으로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 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업무 필요성을 누군가에게 강요만 했다면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운영 업무는 내가 누구를 강요를 할 수 있는 것도 영역도 아닐뿐더러, 나는 회사 대표도 관리자도 팀장도 아니다.

하지만 운영 업무는 곧 운영팀의 성과가 되고 KPI가 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운영 팀원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큰 미래를 꿈꾼다면 팀원 모두와 고객 중심 사고로 대화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졌다.

며칠 전 책모임에서 만났던 모 회사 전무님께서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임원이라고 영향력이 있고, 주니어라고 해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객과 맞닿아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의 실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당신이 더 보상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보면 좋겠죠.

회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팀원이 되거나,

아니면 계속 keep 하고 있다가 관리자의 위치가 되던지
두 가지 방법 중 선택하면 됩니다.”

 

 

고객의 언어로 주니어가 대표처럼 영향력을 가지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스타트업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이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