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회사는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이다. 2014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업력이 5년은 된다. 직원도 200~300명으로 왠만한 중견기업 수준이고 무리없이 시리즈 투자도 받았다.

겉에서 볼 때는 튼실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1년 전부터, 성장에 기여했던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회사는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충격에 휩싸이는 중이다.

유능한 직원들이 성장을 위해 2~3년 근무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신의 사유가 아닌 회사의 무언가가 직원들을 떠나게 했다면, 이제 돌이켜 문제를 진단/해결해야할 시간이고(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앞으로 6개월동안 해보려는 일이다. 일단 문제를 먼저 좀 보자.

 

 

 


경영진과 소통이 안되는 것이 직원들을

떠나게하는 1차적인 문제였다

 

떠나는 직원들, 남아있는 직원들 모두에게 회사가 맘에 들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래와 같은 도표가 만들어졌다.

 

 

직원들이 말하는 불만들은 1차적으로 경영진과의 소통이 잘 안 된다로 귀결되고 있다.

우리 경영진들은 스타트업 치고는 연배가 많으신 편이다. 대부분 40대 후반의 업계에서 노련하신 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CEO는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십수년간 해오셔서 회사의 그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마구 성장하는 그동안은 CEO의 직관이 많이 맞아왔으니, 직원 누구도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것이 당연해 보인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대표는 말해도 안 듣는다, 안 바뀐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모든게 정말 대표의 태도 문제일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최근 관찰한 바로는 소통의 태도가 아니라, 소통의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느껴졌다.

 

 

 

조직의 불통은 개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입사할 즈음 사실 경영진의 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는 이미 대표가 마이크로매니징하기에는 너무 커졌고,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경영진은 회사 구조를 바꾸어 권한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이번 창업 이전의 시간을 포함해서) 유지하셨을 방식을 버리고, 몸에 안 맞는 방법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경영진과 제품팀 사이에는 여전히 큰 소통 코스트가 발생 중인데, 아래 세 가지 이유가 주요하다고 생각된다.

 

1. 경영진도 자신들과 제품팀의 역할, 행동 범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2. 이에 대한 제언은 불만처럼, 그때그때, 그리고 개인에 의해 파편적으로 올라간다.


3. 조직적 리뷰와 회고가 쌓이기 보다는 개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변질되었다.

 

이정도면 더 이상 개인의 태도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조직의 기준이 없어 발생한 문제들이고, 이는 경영의 문제, 곧 조직문화의 문제다. 어… 그런데 조직문화는 HR 뭐 그런거 아닌가?

 

 

 


조직문화는 조직의 고유한 문제해결 방식이다

 

조직문화라고 하면 보통 비이성적이고 말랑말랑한, 마치 ‘사내 복지’같은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오히려 전략에 우선되는 조직 고유의 문제해결방식이다.

빠른 시도/실패에 초점을 맞춘 제품발견, 보도기사까지 미리 써보는 기회검증, 혹은 강력한 상명하복과 시스템. 같은 문제를 만나도 해결 방식은 구글, 아마존이 다르고 삼성이 다르다.

조직이 일관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 실패를 해도 기준 위에 쌓여서 다음엔 그 위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고유의 문제해결방식이 조직문화다. (김성준님의 ‘조직문화통찰’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HR보다는 오히려 일하는 방식을 떠올리는게 더 맞는 것 같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은 어떻게 잘 찍어서 몸집을 키워왔지만, 앞으로 같은 방향으로 직원들을 결집시켜 성공을 학습하게할 조직문화는 결여되어있다. 각자 개인기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으니, 6개월이 지나도 조직의 성장은 없다.(눈으로 확인중) 치열하게 협업하고 성장하며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야하는 스타트업에게 이것이 과연 말랑말랑한 문제일까?

 



다음화부터 경영진-제품팀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과정을 결론뿐 아니라, 준비부터 실행까지 투명하게 써보려고 한다. 아참, 모든 문제 정의와 해결은 내 생각이 아닌 ‘인스파이어드’ (지은이 마틴 케이건)를 기반으로 한다.

#. 물론 조직문화라는 문제 진단이 틀릴 수도 있다. 도표에 보면 ‘망’이라는 결론도 있는데, 정말 회사가 답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망해보는 것도 괜찮을듯) 다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논키로 제외하기로 했다.

 

 

 

도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