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는 것을 목격한 짐 맥켈비는 친구인 잭 도시(현 트위터 CEO, 당시 트위터에서 쫓겨난 상태)와 함께 아이폰에 연결하는 카드 결제기 스퀘어를 창업했다. 스퀘어는 18개월 만에 카드 결제기를 출시하고 이후 2년간 매주 10% 성장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매월 50%씩 고객이 늘어나는 엄청난 성장세였다. 

하지만 바로 아마존이 더 나아 보이는 카드 결제기를 더 낮은 카드 수수료 모델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한다. 이후 스퀘어의 대응방법은 정말 놀라웠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짐 맥켈비는 아마존의 리더기를 직접 확인한 적도 없다고 한다. 주주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1년 뒤 아마존은 리더기 사업을 종료하고 고객들에게 스퀘어 리더기를 선물하고는 철수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스퀘어의 경우 페이스북과 같은 네트워크 이펙트가 있어 고객이 락인(Lock-in)이 되는 사업도 아니었다. 당시 짐 맥켈비는 더 이상 수수료를 낮출 수 없었고, 우리는 고객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드라마틱 한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스퀘어의 운영에서 물러난 뒤 역사 속에서 많은 혁신의 사례들을 관찰하면서 왜 그런 일이 발생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스퀘어가 쌓아온 이노베이션 스택 (혁신 더미) 때문이었다.

 

스퀘어가 낮은 수수료와 낮은 도입비의 카드 결제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간 세부 해결책들

 

사람들은 스퀘어 카드 결제기를 아이폰의 오디오 잭에 연결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짐은 이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을 하지도 않았다. 정말 혁신이 되는 것은 

  • 소상공인들에게 카드 단말을 제공하기 위해 값싼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
  •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화 대응 없는 고객 센터를 만드는 것
  •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광고를 일절 하지 않는 것
  • 전화 대응이 없기 위해서 제품 전체를 극단적으로 간단하게 만드는 것
  • 전화 대응이 없기 위해서 카드 분쟁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
  • 전화 대응이 없기 위해서 계약 없이 무료 가입을 하게 하는 것
  • 이런 상황에서 금융 사기를 모델링하고 막아 내는 것

과 같은 실제 고객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카드 매입사들은 소상공인들에게 책 두께의 계약서를 요구하고, 계약 인수를 하기 위해서 은행은 수일의 신용 조사를 실시하며, 카드 분쟁 시 처리가 수십 일이 걸리고, 비싼 하드웨어를 따로 구매하게 했고, 대기업 대비 2배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과금하고 있었다. 즉 산업계의 인식은 매출이 적은 소상공인들은 카드 서비스를 받을 능력이 안되고, 신용 문제 등으로 제공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봤는데 그게 없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걸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런 제품은 없을만한 이유가 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생존을 위해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려고 매달린다. 물론 그 문제가 그 사람의 생애 안에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한계 상황에서 발휘되는 창의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는 또 해결을 하게 되지만, 다른 문제가 다시 파생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속적으로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그 해결책을 쌓아가다 보면 원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제품을 최종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결국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수한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 그것이 모여서 마치 없던 것이 세상에 새롭게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혁신적인 제품,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지만 고객과 경쟁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해결책 집합, 즉 이를 총칭하는 이노베이션 스택이 되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스택은 계획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협에 대한 일련의 대응이다.

(An Innovation Stack is not a plan, it is a series of reactions to existential threats.)

– Jim McKelvey, The Innovation Stack, Mar. 2020. –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모바일 앱 개선 속도,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해 보고 그 결과에 대해 문책하지 않는 기업 문화, 해결하기 전까지는 시간과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 적절히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는 해결 방법, 적절히 낮은 가격을 통해 고객과 쌓아온 신뢰 등이 모두 이노베이션 스택에 포함된다 할 수 있다.

이런 이노베이션 스택의 구성 요소는 개별의 독립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원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생된 문제로부터 나온 해결책들이라 서로가 얽혀 있다. 예를 들면 스퀘어가 계약 없이 무료로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전화 응대 비용이 없었고, 그런 비용이 없었기에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라도 100% 해결되지 못한다면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아마존은 스퀘어의 모든 것을 복사해 내지는 못했다. 각각의 문제를 아마존의 관점, 즉 대기업의 관점에서 다 해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몇 가지 복사하지 못한 혹은 소홀히 한 것 때문에 아마존의 리더기는 스퀘어의 고객 만족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스퀘어의 이노베이션 스택은 스퀘어가 이후에 IPO 하고도 수배의 성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럼 이러한 이노베이션 스택을 쌓을 수 있는 사업 기회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시장의 끝부분을 살펴보라고 한다. 

 

 

 

스퀘어가 바라본 카드 결제 시장의 끝부분. 많은 수의 소상공인이 현금만을 받고 있었다.

 

 

어떤 시장이든 가격이나 제품의 성능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혹은 사회적인 규제 때문에 외면받는 고객들이 있다. 하지만 그 고객들은 기술의 발전에 의해 혹은 규제 때문에 제공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나온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짐은 이런 사례가 역사에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당시 비행기는 부자나 타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비행기가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항공 서비스를 대중화하였다. IKEA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집에 이쁜 가구를 저가에 들여놓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국내의 경우 아드리엘은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AI 엔진으로 광고 캠페인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을 낮춰서 에이전시를 쓸 수 없는 소상공인도 디지털 광고를 쉽고 저렴하게 집행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시장의 끝부분을 보는 것은 기술에 한정된 관점으로 살펴볼 경우 앤디 라클리프가 기술의 변곡점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으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불가능했던 것이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지고 새로운 플랫폼도 나타나면 이전에는 완성될 수 없었던 이노베이션 스택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규제에 의해 시장의 끝부분에 있는 고객들이 제품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약사들은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지만, 온라인으로 팔 수 있는 건기식에 한해서 약사가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돕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이후 규제가 개선될 때 이노베이션 스택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약사 외에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는 계속 규제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찾는 데 있어 당신을 위한 완벽한 문제 (Perfect Problem)를 찾으라고 한다. 비록 위의 조건에 맞는 사업 기회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가 신경 쓰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지, 그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봐야 한다. 내가 중간에 힘들어도 그냥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자체가 힘이 되는 문제를 선택한다면 그게 당신을 위한 완벽한 문제라고 한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내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가진 어려움 그런 것들 중에서 완벽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몰입은 자격을 대신할 수 있다.

(Commitment can substitute for qualification)

– Jim McKelvey, The Innovation Stack, Mar. 2020. –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당신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이건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비록 그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 그릿(Grit)임에도 말이다. 결국 사업가는 내가 해결책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행동을 시작하는 모험가이다. 비록 창업가 자신은 확신에 차서 그런 가능성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거나 거부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험난한 모험을 하고 있는 많은 창업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해당 콘텐츠는 김태현(tkim.c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