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전략의 실체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스포츠 관련된 아티클을 과거 여러 편 썼습니다.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가장 짧은 시간에 의도가 성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기업에서 전략이라고 부르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경이로운 장르죠.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통해 리툴링에 대한 내용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통해 브랜딩 재구축을 예로 들었습니다. 엘 클라시코를 통해서는 경영 과정의 투명성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휴스턴 로켓츠(Houston Rockets)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극단적 ‘스몰 라인업(small line-up)’을 통해 혁신의 실체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야오밍이 뛰던 구단

휴스턴 로켓츠는 중국 인권 관련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의심하기 어려운 중국 최대 인기 NBA 구단이었습니다. 야오밍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뛰었던 곳이죠.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박찬호, 류현진 선수가 뛰었던 LA 다저스와 비슷한 포지션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야오밍은 센터였습니다. 당시 NBA 공격 템포는 매우 느렸고 매년 뛰어난 빅맨 자원이 드래프트를 통해 NBA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농구는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센터 ‘샤킬 오닐’이 이 시기를 지배했고 그 외에도 센터나 파워포워드 등 빅맨을 중심으로 공격 작업이 이뤄지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가 이전에 설명드린 것처럼 농구는 더 빠른 템포에서 장거리 슈팅 혁명을 맞게 되고 상대적으로 센터의 높이보다는 속도와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더 강한 팀, 가치 있는 선수를 결정짓게 만들었습니다. 무한도전에도 나왔었던 스테판 커리는 현재 농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슈팅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유기적인 공간 창출과 패싱 능력은 전략의 핵심이 되었죠.

 

 

효율, 효율, 효율

농구에서 점수는 얻고자 하는 Y값입니다. 결과죠. Y값이 높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Z값도 존재합니다. 실점을 Z값이라고 한다면 결국 농구의 승리는 Y-Z가 얼마나 크고 표준 편차가 적은 지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과거 야오밍이나 전설의 센터들이 뛰었던 시기가 Z값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였고 실제 그걸 구현할 자원이 우위에 있는 팀이 많은 승리와 우승을 차지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장거리 슈팅 정확도의 향상과 그걸 구현할 선수들이 늘면서 Y값은 끊임없는 스코어 버블을 만들고 있습니다. 

휴스턴은 NBA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 슛을 던지는 팀입니다. NBA에서 한 경기 최다 3점 슛 기록도 최근 작성했고 시즌 전체 3점 슛 횟수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양궁 농구만 하는 팀은 아닙니다. 자유투를 많이 던지는데 집중합니다. 팀의 주포인 제임스 하든(James Harden)은 특유의 유로 스텝 돌파와 안티들이 지적하는 파울 얻어내기를 통해 많은 자유투를 얻어냅니다. 웨스트브룩(Russell Westbrook)도 돌파를 통한 자유투 등 파생 공격 옵션을 만들어냅니다. 골밑에서 점수를 얻든지 자유투로 확률 높은 기회를 만들든지 3점 슛으로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을 택합니다. 흔히 말하는 중거리슛인 ‘deep-2’는 잘하지 않습니다. 

Y를 얻기 위한 기댓값을 높이는 것이죠. Y인 득점은 성공 확률을 따라갑니다. ‘시도 횟수 * 야투율’을 자유투, 3점 슛, 골밑 슛, 중거리 슛 등 공격 지역별로 갖고 있는 셈이죠. 멤버 구성에서 외곽과 돌파에 능한 선수들이 많으니 기댓값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공격 옵션인 3점과 골밑, 자유투를 집중 공략합니다. 물론 휴스턴만의 전술은 아니죠. 하지만 휴스턴이 다른 구단에 비해서 남다른 것은 기존 상식을 깨면서 전략을 극단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입니다.

 

 

 

오른쪽 하든의 슈팅 차트가 보이시나요? 위대한 아이버슨과 비교할 때 뭔가 정리 되는 느낌입니다.

 

 

정말 스몰 라인업

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NBA의 센터 신장은 보통 210cm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휴스턴의 주전 라인업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는 로버트 코빙턴(Robert Covington)입니다. 201cm입니다. 슈팅 가드의 신장이 2m에 근접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센터로서는 대단히 작은 키죠. 휴스턴이 처음부터 이렇게 작은 멤버로만 팀 구성이 된 게 아닙니다. 자신들의 효율 극대화 농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죠.

원래 휴스턴에는 탁월하지는 않지만 리바운드 능력이 있는 센터 클린트 카펠라(Clint N’Dumba Capela, 208cm)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3점 슛을 많이 던지는 팀이라면 슛 실패 확률이 올라가니까 좋은 리바운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죠. 휴스턴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외곽에 하든이나 에릭 고든 같은 선수들이 슛을 던지면 카펠라가 골 밑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따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카펠라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팀의 컬러가 더 극단적으로 바뀌었죠. 골밑 공격을 많이 하면서도 높은 스피드를 내야 하는데 이를 더 극대화시키기 위해 트레이드로 데려 온 웨스트브룩과 코트 위에서 동선이 겹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슛 거리가 짧은 카펠라는 골 밑에 주로 있었고 수비수는 카펠라가 있는 골 밑에 같이 있어야 했기에 골밑으로 돌파하는 선수들에게는 골 밑 공간이 늘 많지 않았습니다. 아예 골 밑에 우리 선수가 없는 편이 돌파에 의한 득점 기대치가 높은 선수가 더 효율적인 공격을 하기 편하니까요. 기존에 1:1 공격이 리그 최상위 수준인 하든에 또 다른 닥돌러였던 웨스트브룩까지 영입하고 나니 휴스턴은 더 넓은 상대 골밑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돌파에 의한 마무리 능력을 믿었기에 카펠라를 다른 구단에 넘길 수 있었죠. 대신 키는 작지만 1:1 수비가 좋은 코빙턴을 영입하면서 작지만 빠르고 끈끈한 팀이 되었죠. 

카펠라 트레이드 후 휴스턴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201cm가 주전 라인업 최장신인 팀은 NBA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니까요. 그런 휴스턴은 전략의 극대화를 통해 정규시즌 61.1%의 승률로 상위 시드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NBA 플레이오프에서 2라운드까지 진출해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카펠라가 없는 처음 몇 경기는 높이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리바운드 개수가 급감하면서 공격 기회 자체가 줄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상대 팀이 슛을 쏘기 전까지의 수비 강화 등 나름의 대안을 찾았고 지금은 실험의 가치가 보는 재미와 성과 모두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듯합니다. 실험이 없으면 새로운 시대는 오지 않죠.

 

 

전략의 실체가 없는 조직?

새는 뼈가 가볍습니다. 잘 나는 것에만 집중하기 위해 뼈 속이 꽉 차 있지 않고 가느다란 조직으로 바꾸어 마치 내부가 비어있는 것처럼 만들어 가볍게 날 수 있습니다. 몸통의 크기도 날개와 비율을 맞추어야 날 수 있으므로 몸통이 너무 크지도 않습니다. 전략을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한 Y값에 대한 실제적인 변화, Transform이 이뤄져야 합니다. 

휴스턴의 농구 실험을 보면 극단은 전략을 최대한 성공하기 위한 최대치의 방법으로 보입니다. QCD에 집중하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Quality, Cost, Delivery를 분석해서 최대의 성과를 내자는 일종의 경영 프레임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말이 얼마나 오용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실무를 모르는 높은 사람일수록 더 괴롭힙니다.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을 이루거나 낮은 원가로 빠른 납기를 받는 것은 사실상 지금 하는 대로 하면 이룰 수 없는 시소와 같기 때문이죠. 이 3가지는 삼각형으로 흔히 표현되는데 삼각형의 크기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것은 투자에 의한 인프라와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서입니다. 투자 없는 상황에서 QCD를 모두 독촉하는 것은 사실상 쪼는 것 밖에 되지 않죠. 흔히 말하는 ‘딜레마’입니다. 

 

 

 

 

다만 QCD 중에서 어떤 것에 집중할 수는 있습니다. 갑자기 농구에서 야투율 80%를 꾸준히 넣는 선수가 나온다면 사실 그 선수에게 공을 주면 경기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40~60% 사이의 야투율에서 기댓값을 극단적으로 높이기 위해 휴스턴은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죠. 어디서 슛을 쏴도 80%가 들어가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QCD도 그렇습니다. 물리적 제약이나 운송 수단의 한계 등으로 결국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누구는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었고 누구는 낮은 원가에 의한 지배적 가격 경쟁력으로 손쉬운 경쟁 우위를 누립니다. 문제는 이 중 하나도 지배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밸런스를 맞추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어중간해지는 게 아니라 고객 인지 속에 포지셔닝에서 어중간해지는 것은 모른 채 말이죠.

혁신에는 인풋이 필요합니다. 그게 기존 관점에서는 상식 밖의 희생이 될 수도 있겠죠. 카펠라는 슈퍼스타 레벨의 선수까지는 기대되지 않아도 한 경기당 10개 가까운 리바운드를 잡아줄 수도 있는 선수로 자라날 거란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를 팔고 주전 라인업 높이를 낮춘다는 것은 통념적인 구단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죠. 하지만 단장과 감독, 구현할 선수들의 전략이 일치하기에 이런 변화는 이루어졌습니다.

 

언택트를 구현하겠다

코로나 19가 만든 시대에 ‘언택트’는 이제 너무 당연한 명제가 되었습니다. 언택트를 갑자기 할 수 있을까요? 레거시가 많은 조직에서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몇 푼이라도 나오는 매출을 희생하면서 새로운 곳으로 영업망을 옮기고 재고를 조정하며 막대한 자금을 초기에 밀어 넣는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임원의 실력은 임원이 투자하는 방향성과 규모를 보면 압니다. 말과 보고서는 사실 10년만 일한 사람을 데려와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여부죠. 언택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콘택트’를 줄일 수 있는 결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부실점포 몇 개를 없애는 게 아니라 언택트 전략의 시장 다음 스텝을 읽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따라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맞는지는 대기업들이 최근 출시한 서비스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직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콘택트 시대의 사람이 그때 그 사람처럼 거기 새로운 곳에서 자기도 디테일을 모르는 언택트를 말하고만 있지 않나요? 

최근 핫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실적으로 주목받는 비 IT 기업인 ‘타겟(Target)’은 선제적인 투자로 코로나 19 시대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식료품 등 당일 딜리버리를 하기 위해 2017년에 ‘시프트(Shipt)’를 인수했고 앱으로 주문하고 픽업하는 서비스를 구현하여 팬데믹 기간 높은 서비스 이용을 만들었습니다. ZARA와 같은 초저가의 PB 브랜드도 키즈, 액티브웨어에서 성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팬데믹 기간 생필품 구매 효과로 실적이 증가하기도 했죠. 미리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분야의 핵심적인 내용을 실무자가 관리자에게 가르쳐주어야 하는 조직은 언택트를 구현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키 크고 느린 농구 선수들을 세워 놓고 달리는 농구를 강요하고 슈팅 거리를 늘리라고 주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키 크고 느린 선수들은 쓸모가 없을까요? 이렇지 않은 팀 컬러로 경기하는 다른 팀들이 있습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는 조직에 효과는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기는 농구는 키도 슈팅도 전부가 될 수 없으니까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