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가벼운 소통이 필요하다

 

어느 날 우리 팀원 한 사람이 엄청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아이디어를 하나 들고 왔다. 열 시간은 족히 생각하고 정리했을 법한 생각이었다. 그 아이디어를 다 듣고 내 반응은 이랬다.

“아,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지금 우리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엔지니어링 비용이 너무 커서 미래에 실행할 아이디어로 남겨 놓으면 될 것 같아요.”

우리 팀원은 상당히 실망하고 충격까지 받은 것 같았다. 그 팀원은 둘 중 하나를 하려고 했다.   

  •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게 충분히 전달을 못 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더 긴 설명을 시작한다.
  • 대표님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냥 포기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앞으로 이 팀원이 나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확률은 낮아질 터였다. 10시간 생각한 것이 1분 만에 잘렸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새 아이디어를 위해 고심하는 것보다 시키는 일이나 잘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되어버린다.

결국 10시간의 아이디어 정리와 나와의 소통의 시간은 모두 낭비되었다. 대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전혀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닌 일에 10시간이나 허비해 버리고 마음의 상처까지 입은 상황이었다. 나도 그 직원을 위로하는 말을 해야 했다.

“정말 정말 좋은 생각이고요 충분히 가치가 있어요. 그렇지만 아직 타이밍이 아닐 뿐이에요. 아이디어 고마워요.

소통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대표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이러이러한 아이디어인데 발전시켜보면 어떨까요?”
“아, 좋은데 아직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타이밍은 아닐 것 같아요.”
“아 ㅇㅋ 그럼 다음에 생각해 볼게요.”

10시간을 쓰기 전에 미리 소통을 했으면 실망감도 없었을 것이고 시간 낭비도 줄었을 것이고 위로를 해 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소통을 위해서는 아무 생각이나 쉽게 이야기하고 빨리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간 낭비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서로의 시간을 훨씬 아껴주는 일이 된다.

이럴 때 가장 안 좋은 생각이 이런 생각이다. “바빠 죽겠는데 깊이 생각도 안 한 헛소리로 대표의 시간을 빼앗다니.” 이런 생각은 대표도, 팀원도 할 필요가 없다.

늘 여유 있게 일하는 과정에서 자잘하고 가벼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바로바로 피드백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매일 심각하고 바쁘게 일하면서 중요한 보고만 하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마 안전을 추구하면서 제목만 혁신인 보고서와 그 보고서를 무시 당하고 입는 마상과 윗사람의 마음에 잘 드는 보고서를 쓰는 사람의 승진이 있지 않을까?

 

 

유호현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