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남들은 취업 준비한다고 영어학원을 알아볼 때 나는 창업에 도전하였다. 1년간 진행했던 창업팀은 결국 끝이 났다. 잠 못 이루면서 구상한 아이템은 어찌어찌 좋은 결과를 내었다. 하지만 창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팀을 이끌기 위해서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하였다. 물론 부족함이란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마냥 채워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꿈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하는 대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니 기업에 들어가서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다.

이제부터는 취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취업을 어떻게 준비하였는지 물어본다.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두 가지의 고민에 집중하였다. 이 고민들을 어떻게 시작하였으며, 나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는지 적어보겠다.

 

1. 나는 누구일까?


취준이라고 말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방향성을 먼저 잡아야 가고자 하는 기업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기업에 맞게 취준 방식도 달라진다. 소희님의 PUBLY 글은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돈, 안정성, 보람, 발전 가능성, 재미, 인정, 지위, 성취감, 자기 결정권, 인간관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사회적 영향력, 업무 자율성

어쩌면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가치들이다. 이들을 나열해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 보이는 것’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 스스로 찬찬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도움이 되었다.

  •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 10년 뒤에는 무얼 하고 싶은가?
  • 현재의 만족스러운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무엇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가장 불안한가?

삶의 무수한 선택이 결국 자신의 우선순위에 맞춰 얻을 것과 버릴 것을 추려가는 과정이다. 물론 취준 단계에서 모든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고민을 해본다면 스스로가 자신에게 질문하는 깊이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나 같은 경우 항상 성장에 대해서 고민하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워라벨이나 안정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대신 사람 좋은 상사 밑에서면 오래 일할 자신이 있다.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었다.

  • 가장 중요한 가치: 발전 가능성, 자기 결정권
  • 다음으로 중요한 가치: 인간관계, 돈

 

2.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방향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취준이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될까. 토익학원? 공모전? 아니다. 구조화된 채용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작업은 바로 직무적합성을 기르는 것이다. 면접왕 이형 유튜브에 따르면 우리는 직무, 산업, 직장 순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직무를 먼저 결정한 후 다른 것을 봐야 한다. 직무가 모든 것의 기초이고 출발선이다. 직무에 초점을 잡아야 산업과 직장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나의 강점과 성공경험을 토대로 남들보다 탁월함을 보이는 직무를 선정하자. 메인 직무는 1개, 서브 직무는 1개로 총 2개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나 역시 오랜 기간 직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창업의 경험은 나에게 남들보다 뛰어난 기획과 분석능력을 가져주었다. 또한 IT에 대한 오랜 관심으로 문과임에도 IT 트렌드에 민감한 사고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경영과 회계를 공부하다 보니 숫자에도 강했다. 이러한 강점들을 종합해보니 PRODUCT MANAGER라는 직무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

직무가 정해지니 자연스럽게 IT산업군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관련 산업에 대해 체계적인 자료가 충분치 않아 처음에는 온갖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이러한 자료들을 모두 모아주는 PUBLY를 구독하였다. 작년부터 PUBLY내에서 발간된 PM 관련 글은 거의 모두 읽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업에 대한 고민이다.  소희님의 PUBLY 글에서 이 표는 이직을 위한 회사를 고르기 위해 작성한 표이다. 하지만 취준 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적용되는 좋은 표이다. 먼저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순서대로 나열하고, 가고자 하는 기업들은 각 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A부터 D까지 적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니 나 스스로가 목표하는 기업을 정할 수 있었다.

 

 

3. 면접 준비 과정


이렇게 발견한 기업이 바로 TRIDGE였다.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곡물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실행한다. 국제무역, 특히 2000조 규모의 곡물 시장이다. TRIDGE가 내세운 비전은 창업을 시작했을 때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떨림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내가 직장을 갖게 된다면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 시작하겠다 결심하였다.

이곳에 입사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난 뒤, 준비해야 할 것들은 정말로 차고 넘쳤다. 단순히 영어, 스펙 준비가 아니었다. 내가 남들보다 더욱 부각되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내가 얼마나 이 기업을 원하는가였다. 따라서 첫 면접 당일 시키지도 않은 TRIDGE 리서치를 작성해갔다. 기업에 대해서 조사해보고 PM의 시각에서 서비스의 문제점을 수정해보았다. 해당 리서치 자료는 아래에 첨부하였다.

 

Tridge 리서치 자료

 

내가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감추었다. 글로벌 기업인만큼 다른 입사자에 비해 학력에서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 대부분 사람들이 지원하는 LinkedIn은 학력이 부각되는 취업사이트라고 생각하여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력 이외의 부분에서 자신이 있었기에 나는 경험이 부각되는 Wanted를 통해서 지원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부족함은 뒤로 숨겼으며 나의 장점을 내세워서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취준의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하게 됐다. 기준을 세우고 가치관을 정리하다 보니 과거에 내가 내렸던 선택과 그 선택의 결과도 더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또한 내 선택을 믿고 갈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어떠한 기업을 가더라도 내 기대와 맞지 않는 부분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부족함이 애초에 내가 이 기업을 선택한 중요 요소가 아니라면, 나의 선택은 변함없이 옳다. 그러니 여전히 내 선택을 믿고 일을 해나갈 수 있다.

이제는 내 선택의 결과를 담아내는 시간이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Global B2B Platform은 어떤 식으로 근무를 하는지 적어볼 예정이다. 부족함이 많지만 배움을 가치 있게 여기며,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을 공유해보겠다.

 

Hy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