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의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Product Manager, Project Manager, Product Owner… PM을 부르는 명칭은 참으로 다양하고 어렵습니다. IT 스타트업의 꽃은 결국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인데 지난 수십 년 간 IT 스타트업 씬이 발전해오면서 이 4개의 직군이 서로 협업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고 그에 따라 기획자에게 바라는 역량이나 업무 범위도 조금씩 변화해온 것 같습니다.

기획자를 부르는 명칭에 따라 다른 역할과 업무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그러한 표면적 정의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PM이 됐든, PO가 됐든 결국 기획자의 지상 최대 미션은 ‘맡은 일이 되게 하라’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디자이너라는 Maker 분들께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정의하고,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중간 장애물들을 없애면 되는 겁니다. 조직이 커지고 팀이 많아지면 Cross-team Communication도 잘 해내야만 합니다. PM에 따라 전문 분야나 장·단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Domain이 바뀌더라도 결국 Domain Knowledge를 제외한 다른 모든 기능적 역할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PM이든, PO든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

PM, PO = 개발, 디자인을 뺀 모든 일을 하는 사람

개발자는 개발을 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합니다. PM은 개발, 디자인을 제외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합니다. PM이든 PO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기획자니까 딱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태될 수밖에 없는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PM은 Product-oriented, PO는 Business-oriented 된 사람들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PO에 대한 정의는 특히나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그 세세한 정의를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그런 정의가 어쩌면 무의미하고,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업에 대한 감각이 없는 프로덕트 전문가는 예쁘고 마감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실제 유의미한 사업적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반대로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업가는 아무리 뒤에서 노력해도 유저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PRD를 잘 쓰고 와이어프레임을 그럴듯하게 그리는 PM이라고 해도 일을 진행하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걸 적시에 유연하게 잘 풀어내지 못하거나, 다른 팀의 지원이 필요할 때 빠르게 도움을 받아내지 못하면 좋은 역량을 가진 PM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고하게 앉아있기보다는 정말 절실히 발로 뛰어야 하는 직군이 PM입니다. ‘나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한다’라고 마음먹은 자와 ‘나는 기획자니까 이것만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 간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묘한 PM 채용 시장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으면서도 낮은 것이 PM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로덕트 전문성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문제 해결 능력만 좋다면 일정 이상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것이 PM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경우 경영 컨설턴트들이 MBA를 갔다가 IT 기업에서 PM 또는 PO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개발, 디자인과 같이 확실한 전문 영역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지원을 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정작 IT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충분한 역량을 가진 PM을 뽑으려 하면 정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인즉슨, 스스로를 PM 또는 기획자라고 지칭 혹은 희망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은 소수라는 의미입니다.

PM 시장이 이렇게 형성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성취욕, 높은 문제 해결 역량, 프로덕트 감각, 사업적 판단 능력, 완숙한 커뮤니케이션, 빠른 학습 속도, 최소한의 개발·디자인 지식, 여기에 특정 분야에 대한 Domain Knowledge까지. 절반은 Specialist이면서 절반은 Generalist여야 하며 요구되는 스킬도 정말 많아서, 이를 완벽하게 다 가지고 있는 인재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본인의 역할을 스스로 딱 ‘기획’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사람도 많아서, 정말 원하는 수준의 Mentality와 Skillset을 모두 보유한 사람은 희귀합니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PM 분께는 계속해서 일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일이 들어오지 않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하게 발생합니다. 일이 적은 것이 그 순간에는 좋을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커리어가 계속 악순환을 밟게 됩니다.

 

모든 스타트업 PM 분들께

PM의 업무는 기술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다기보다는 정말 한없이 비정형적인 예술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업무를 유형화하고 프로세스화해서 빠르게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 기존의 절차를 버리고 완전히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떨 때는 정형화된 템플릿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도, 어떤 때는 완전히 백지에 본인만의 프레임을 만들어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이나 네이버, 카카오 같이 큰 규모의 IT 기업이 아닌 일반적인 IT 스타트업에 계시다면 본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범위가 훨씬 넓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담으로 느끼지 말고, 본인의 Step-up을 위한 기대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정해진 범위의 일만 하던 사람은 나중에 그 범위를 넘어가는 일을 처리할 수 없지만, 본인의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던 사람은 나중에 어떤 업무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빠르게 변화하는 IT 스타트업 시장 속에서, 다들 멋지고 능력 있는 인재로 함께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맨 온 더 그릿과의 제휴로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